
Paperis 아티클
인과추론 — 실험 없이 인과를 증명하는 법
경제학과 사회과학이 무작위 실험 없이 '무엇이 무엇을 일으켰는가'를 캐내는 방법 — 이중차분·도구변수·회귀불연속·합성통제라는 도구상자
인과추론 — 실험 없이 인과를 증명하는 법
여름이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오르고, 같은 계절에 익사 사고도 는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이 익사를 부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둘 다 '더위'라는 제3의 원인이 함께 밀어올린 것뿐이다. 이 예에서만큼은 우리는 상관과 인과를 쉽게 구별한다. 문제는 현실의 질문 대부분이 이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드는가? 대학 진학은 소득을 얼마나 높이는가? 어떤 약이 정말 수명을 늘리는가? 이런 물음에는 숨은 '더위'가 도처에 있다.
인과를 가로막는 함정은 크게 셋이다. 교란(confounding) — 처치와 결과를 동시에 움직이는 숨은 요인(아이스크림의 더위). 선택편향(selection bias) — 처치를 받은 사람과 안 받은 사람이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라는 문제(대학에 가는 사람은 원래 소득 잠재력이 높을 수 있다). 역인과(reverse causation) — 원인과 결과의 방향이 반대일 가능성(건강해서 커피를 더 마시는 것인지, 커피가 건강을 지킨 것인지). 이 셋을 걷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데이터가 많아도 상관은 인과가 되지 못한다.
가장 깨끗한 해법은 잘 알려져 있다. 무작위 대조시험(RCT)이다. 동전을 던져 처치군과 대조군을 나누면, 평균적으로 두 집단은 관측되든 안 되든 모든 면에서 같아진다 — 오직 처치 여부만 다르다. 그래서 결과의 차이를 처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무작위로 어떤 도시엔 올리고 어떤 도시엔 안 올릴 수는 없다. 국민을 제비뽑아 어떤 이는 대학에 보내고 어떤 이는 막을 수도 없다. 경제학·사회학·역학이 다루는 큰 질문들은 대개 실험이 불가능하거나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지난 반세기 동안 사회과학은 다른 길을 개척했다. 실험을 할 수 없다면, 세상이 우연히 만들어 준 '거의 무작위'인 상황을 찾아 쓰는 것이다. 이 글은 그 도구상자를 연다. 목표는 독자가 앞으로 실증 경제학이나 역학 논문을 펼쳤을 때, 저자가 '무엇을 어떻게 비교해 인과를 주장하는지'(식별 전략, identification strategy)를 읽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반사실이라는 사고틀
현대 인과추론의 언어는 하나의 단순하고도 불편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어떤 사람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의 소득과, 바로 그 사람이 진학하지 않았을 때의 소득 — 이 둘의 차이가 그 사람에게 대학이 미친 진짜 효과다. 이 둘을 잠재적 결과(potential outcomes)라 부른다. 문제는 우리가 언제나 둘 중 하나만 관측한다는 것이다. 진학한 사람의 '진학 안 했을 때'는 영원히 볼 수 없다.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반사실(counterfactual)이라 한다. 인과추론의 근본 문제는 곧 '반사실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의 문제다.
RCT는 이 문제를 무작위 배정으로 푼다. 처치군의 반사실을, 통계적으로 동일해진 대조군이 대신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험 없는 인과추론이 하는 일도 정확히 같다 — 다만 무작위 배정을 연구자가 만드는 대신,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무작위'인 배정을 찾아낸다. 사회과학의 근대적 인과추론 방법론은 바로 이 식별 가정들과, 가정이 깨졌을 때의 대응을 체계화해 온 역사다 (arXiv:2408.00032).
자연실험 — 세상이 대신 던진 동전
이 도구상자를 연 창립 연구들 — 카드와 크루거의 1994년 최저임금 연구(뉴저지·펜실베이니아 접경의 패스트푸드 고용을 비교한 이중차분), 앵그리스트의 베트남전 징집 추첨을 이용한 도구변수 연구, 앵그리스트와 임벤스의 국소평균처치효과(LATE) 정식화, 카드의 1990년 마리엘 보트리프트 연구 — 은 대부분 경제학이 프리프린트(arXiv)에 논문을 올리기 시작한 2017년 무렵보다 앞선다. 그래서 이 글은 그 원 논문들을 직접 인용하지 못하고, 이 방법들을 오늘날 정리·확장한 현대의 방법론 논문을 근거로 삼는다. 이 창립기의 사건들(2021년 카드·앵그리스트·임벤스의 노벨 경제학상, 그 흐름을 부르는 이름 '신뢰성 혁명(credibility revolution)')은 널리 알려진 사실·전승으로 서술하되, 방법 자체의 설명은 현대 논문에 기댄다.
1980년대까지 실증 경제학은 복잡한 회귀모형에 온갖 변수를 넣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을 통계적으로 흉내 내는 방식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넣지 못한 숨은 변수가 늘 남았고, 결론은 모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흔들리곤 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흐름이 바뀌었다. 연구자들은 정교한 모형 대신 깨끗한 비교 상황을 찾기 시작했다 — 정책이 어떤 지역에는 적용되고 이웃 지역에는 안 됐거나, 법이 특정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갈리거나, 추첨으로 무언가가 배정되는 순간들. 이런 상황을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이라 부른다. 이 방법론적 전환은 훗날 '신뢰성 혁명'이라 불렸고, 2021년 노벨 경제학상이 그 공로를 기렸다(이 명명과 수상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연실험'이라는 말은 실제로는 느슨하게 쓰인다. 어떤 이는 연구자가 아닌 누군가(정부·자연·제도)가 처치를 정말로 무작위로 배정한 경우만을, 어떤 이는 그저 통제된 무작위 배정이 없는 관찰연구 전반을 가리킨다. 한 방법론 논문은 자연실험을 엄밀히 정의하려 시도하면서, 그 배정 메커니즘이 (i) 연구자가 설계·집행하지 않고 (ii) 연구자에게 알려져 있지 않으며 (iii) 외부 요인에 따라 확률적이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그리고 중요한 경고를 덧붙인다 — 자연실험은 무작위 실험과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의 차이'이므로, 그것을 무작위 실험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엄밀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arXiv:2002.00202). 이 경고를 기억한 채, 이제 네 가지 대표 설계를 하나씩 본다.
설계 1 — 이중차분법(DiD): '변화의 차이'를 본다
답하는 질문. 어떤 정책이 한 집단에는 시행되고 다른 집단에는 시행되지 않았을 때, 그 정책의 효과는 얼마인가?
직관. 정책 시행 전후로 처치군의 결과가 얼마나 변했는지만 봐서는 안 된다. 그사이 경기·계절 등 온 세상이 함께 변했을 테니까. 그래서 정책을 받지 않은 대조군의 같은 기간 변화를 빼준다. 처치군의 변화에서 대조군의 변화를 뺀 것 — 이 '변화의 차이(difference in differences)'가 정책 효과의 추정치다. 카드와 크루거의 고전적 연구가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의 고용 변화에서, 올리지 않은 이웃 펜실베이니아의 고용 변화를 뺀 것이 바로 이 발상이다.
절차. 가장 단순한 형태는 두 집단(처치·대조) × 두 시점(전·후)의 2×2 표다. 각 칸의 평균을 구하고 (처치군 후 − 처치군 전) − (대조군 후 − 대조군 전)을 계산하면 끝이다. 이 정준형은 잘 이해돼 있다. 그러나 현실의 연구는 여기서 훨씬 나아간다 — 여러 시점, 공변량 보정, 가중치, 그리고 집단마다 정책이 서로 다른 시점에 도입되는 '시차 도입(staggered adoption)'. 이 확장들에서 실무가 뒤죽박죽이 되기 쉬워, 최근 한 실무 지침 논문은 DiD 설계의 유형과 그에 맞는 추정량을 정리하는 조직화 틀을 제시했다 (arXiv:2503.13323).
결과를 어떻게 읽나 — 이벤트 스터디 플롯. DiD 논문의 심장부에는 대개 '이벤트 스터디(event study)' 그림이 있다. 가로축은 정책 시행 시점을 0으로 놓은 상대 시간, 세로축은 처치군과 대조군의 결과 격차다. 읽는 법은 이렇다. 시점 0 이전(정책 전)의 점들이 0 근처에 평평하게 누워 있어야 한다 — 정책이 없던 시절에는 두 집단이 나란히 움직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점 0 이후에 격차가 벌어지면, 그 벌어짐이 정책의 동적 효과다. 이 그림이 DiD의 핵심 가정을 눈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흔히 '중심'이라 불린다 (arXiv:2512.06804).
핵심 가정 — 평행추세(parallel trends). DiD가 성립하려면, 정책이 없었다면 처치군과 대조군의 결과가 나란히(평행하게) 움직였을 것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이 가정이 뒤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함정의 자리다. 정책 이전 시기의 격차가 평평하다는 것은 이 가정에 대한 정황 증거는 되지만, 증명은 아니다.
설계 2 — 도구변수(IV): 처치에만 닿는 지렛대
답하는 질문. 처치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애초에 다를 때(선택편향·역인과), 그래도 처치의 인과 효과를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
직관. 처치(예: 흡연, 진학, 음주)에는 영향을 주지만 결과에는 오직 처치를 통해서만 닿는 외부의 지렛대를 찾는다. 이 지렛대를 도구변수(instrumental variable)라 한다. 지렛대가 '거의 무작위로' 처치를 밀었다 당겼다 한다면, 그 밀고 당김이 결과에 미친 파급을 통해 처치의 효과를 역산할 수 있다. 앵그리스트가 베트남전 징집 추첨 번호를 도구로 써서 군 복무가 훗날 소득에 미친 효과를 추정한 것이 교과서적 예다 — 추첨 번호는 순수하게 무작위이므로 개인의 성향과 얽히지 않는다.
두 가정. 도구가 되려면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관련성(relevance) — 도구가 실제로 처치를 움직여야 한다. 배제 제약(exclusion restriction) — 도구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오로지 처치를 거쳐서만 이뤄져야 하고, 다른 경로로 새어 나가면 안 된다. 예컨대 최근 한 연구는 유전적 변이를 음주의 도구로 삼아, 음주가 체질량지수(BMI)에 미치는 효과를 UK 바이오뱅크 자료로 추정했다 (arXiv:2604.15437). 유전자는 태어날 때 정해지므로 생활습관과 얽히지 않는다는 착상이다(역학에서는 이를 '멘델리안 무작위화'라 부른다).
절차. 표준 방법은 2단계 최소제곱(2SLS)이다. 1단계에서 도구로 처치를 예측하고, 2단계에서 그 '예측된 처치'로 결과를 설명한다. 도구가 밀어낸 변동만 골라 쓰기 때문에, 처치가 스스로 선택된 부분(오염된 부분)을 우회한다.
결과를 어떻게 읽나 — LATE의 진짜 의미. 여기 미묘하지만 중요한 점이 있다. IV가 추정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 대한 평균 효과'가 아니다. 그것은 도구에 반응해 처치를 바꾼 사람들, 즉 '순응자(complier)'에 대한 효과다. 징집 추첨의 예에서, 번호가 나빠서 입대한(그리고 번호가 좋았다면 입대하지 않았을) 사람들 — 이들에 대한 효과만 식별된다. 이것을 국소평균처치효과(LATE, Local Average Treatment Effect)라 부르며, 그 정식화는 임벤스와 앵그리스트의 1994년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arXiv:2405.01463). LATE는 강력하지만, '누구에 대한' 효과인지를 반드시 물어야 하는 제한적 수치다.
설계 3 — 회귀불연속(RDD): 임계값의 양옆
답하는 질문. 어떤 자격·처치가 연속적인 점수의 임계값(cutoff)을 기준으로 딱 갈릴 때, 그 처치의 효과는 얼마인가?
직관. 시험에서 60점이 합격선이라고 하자. 59점과 61점을 받은 두 학생은 실력이 사실상 같지만, 한 명은 떨어지고 한 명은 붙는다. 임계값 바로 양옆의 사람들은 '거의 같은' 대상인데 처치만 갈렸으니, 이 좁은 창에서는 마치 무작위 배정처럼 볼 수 있다. 임계값 바로 위와 바로 아래에서 결과가 불연속적으로 튀는 크기가 처치의 효과다.
절차. 가로축에 점수(러닝 변수), 세로축에 결과를 놓고, 임계값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결과의 추세를 추정한 뒤, 임계값에서 두 추세 사이에 벌어지는 '점프'를 잰다. 핵심 식별 가정은 연속성 — 처치가 없었다면 결과의 기댓값이 임계값을 가로질러 매끄럽게 이어졌으리라는 것이다 (arXiv:2508.03878).
결과를 어떻게 읽나. RDD 그림에서 눈여겨볼 것은 임계값에서의 '점프' 크기와, 그 양옆 추세선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추정됐는가다. 한 인상적인 사례로, 스웨덴은 1975년 신생아 BCG 결핵 예방접종을 중단해 접종률이 92%에서 2%로 급락했다. 연구자들은 그 경계 전후에 태어난 약 100만 명씩의 코호트를 회귀불연속으로 비교해 BCG 접종이 코로나19를 막아 주는지 시험했고, 보호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arXiv:2006.05504). 실험을 설계하지 않고도, 제도가 그어 놓은 날짜 하나가 거대한 자연실험이 된 셈이다.
설계 4 — 합성통제(synthetic control): 가상의 쌍둥이를 만든다
답하는 질문. 처치를 받은 대상이 단 하나(한 나라, 한 도시, 한 주)뿐이라면? 비교할 '대조군'이 없는데 어떻게 반사실을 그리나?
직관. 마땅한 단일 대조가 없다면, 여러 후보 대조를 가중조합해 처치 대상을 꼭 닮은 '가상의 쌍둥이'를 합성한다. 예컨대 특정 정책을 편 한 주(州)의 반사실을, 정책 이전 시기의 궤적이 그 주와 가장 비슷해지도록 다른 여러 주에 가중치를 주어 조합한 '합성 주(synthetic state)'로 대신하는 것이다. 처치 이후 실제 대상과 이 합성 쌍둥이가 벌어지는 격차가 정책 효과의 추정치다.
절차와 원칙. 가중치는 처치 이전 시기의 결과(와 예측변수)를 최대한 맞추도록 정한다. 이 방법은 직관적이지만 과적합의 위험이 있다 — 이전 시기를 너무 완벽하게 맞추려다 잡음까지 흉내 내면, 이후의 예측이 되레 왜곡된다. 그래서 합성통제 실무는 과적합 편향을 경계하고, 결과의 해석 가능성과 검증(플라시보) 절차를 갖추라는 원칙을 권한다 (arXiv:2203.06279). 최근에는 처치 대상이 여럿인 고차원 상황으로도 확장돼, 예컨대 코로나19 자택대기 명령이 미국 카운티별 실업률에 미친 효과를 추정하는 데 쓰였다 (arXiv:2510.22828).
흔한 오해와 한계 — 도구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여기까지 보면 네 설계가 실험을 완벽히 대체하는 마법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도구들의 진짜 미덕은 '증명'에 있지 않다. 각 설계는 검증할 수 없는 가정 위에 서 있고, 그 가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데 정직함이 있다. 아래는 실무자들이 실제로 자주 걸려 넘어지는 함정들이다.
① 평행추세는 검정이 아니라 가정이다. DiD의 평행추세는 '정책이 없었다면 두 집단이 나란히 갔을 것'이라는 반사실에 관한 진술이므로, 원리상 직접 검증할 수 없다 — 그 반사실은 결코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arXiv:2510.26470). 연구자들은 흔히 정책 이전 시기의 추세가 평행했는지를 보고 안심하지만, 이는 정황일 뿐 보증이 아니다. 게다가 평행추세는 척도 의존적이라는 함정도 있다. 결과를 원래 값으로 볼 때는 평행하다가 로그로 바꾸면 평행하지 않을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한다 — 즉 같은 데이터가 변환에 따라 다른 결론을 줄 수 있다 (arXiv:2010.04814). 한 연구는 인과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예컨대 처치가 과거 결과의 영향을 받는 경우처럼 평행추세를 사전에 기각할 수 있는 조건을 정리하기도 했다 (arXiv:2505.03526). 결국 평행추세를 정당화하는 일은 데이터가 아니라, 처치가 어떻게 배정됐는가(선택 메커니즘)에 대한 논증의 문제다 (arXiv:2203.09001).
② 이벤트 스터디의 pre-trend 검정에는 함정이 있다. '정책 이전 점들이 평평한지'를 통계적으로 검정한 뒤, 통과하면 안심하고 분석을 이어가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이 사전 검정 자체가 이후의 추정·추론을 왜곡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런 예비 검정이 낮은 검정력, 편향, 신뢰구간의 과소 포함(undercoverage)을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는 절차를 제안했다 (arXiv:2510.26470). 더 근본적으로, 이벤트 스터디 플롯 자체가 평행추세나 '무예측(no-anticipation)' 가정이 깨지면 정직한 인과 추론을 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arXiv:2512.06804).
③ 시차 도입에서 이원고정효과(TWFE)는 편향된다 — 최근의 방법론 혁명. 정책이 집단마다 다른 시점에 도입되는 흔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표준으로 쓰이던 '이원고정효과(집단·시점 고정효과) 회귀'가 사실은 인과 효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에 드러났다. 이 회귀계수는 각 집단·시점의 평균처치효과들을 가중합한 것인데, 그 가중치 중 일부가 음수일 수 있다. 그 결과, 모든 집단에서 진짜 효과가 양(+)인데도 회귀계수는 음(−)으로 나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arXiv:1803.08807). 한 서베이는 이 문제의 규모를 이렇게 요약한다 — 2015~2019년 《미국경제리뷰(AER)》 최다 피인용 논문 100편 중 26편이 이런 회귀를 쓰고 있었고, 효과가 집단·시점에 따라 다를 때 이들이 오도된 추정치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arXiv:2112.04565). 이후 이질적 효과에 강건한 대안 추정량들(예: 이벤트 스터디를 '결측 채우기'로 보는 대체 추정량)이 쏟아졌다 (arXiv:2108.12419). 다만 이 대안들도 공짜는 아니다 — 흔히 분산이 커서 검정력이 떨어지므로, 편향과 분산 사이의 저울질이 남는다 (arXiv:2503.05125). 이 논의의 상당수는 아직 활발히 오가는 프리프린트 단계의 방법론이며, 정착된 정설이라기보다 진행형 개선으로 읽는 편이 정직하다.
④ IV의 아킬레스건 — 약한 도구와 배제 위반. 도구변수의 두 가정 모두 취약하다. 도구가 처치를 아주 약하게만 움직이면(약한 도구), 추정치가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 다수의 약한 도구를 다루는 추론법이 별도로 연구될 만큼 까다로운 문제다 (arXiv:2604.15437). 더 근본적인 위험은 배제 제약이다. 도구가 처치 아닌 다른 경로로 결과에 새어 나가면 추정이 오염되는데, 이 가정은 대개 데이터로 직접 검증할 수 없다. 실제로 처치가 연속변수일 때는 도구의 타당성을 원리상 검정할 수 없음이 증명돼 있다 (arXiv:1806.09517). 흔히 쓰는 위조 검정(falsification test)조차 완벽하지 않아, 타당한 도구를 두고도 문제를 잘못 짚어낼 수 있다 (arXiv:2312.15624). 결국 배제 제약은 통계가 아니라 논증으로 방어해야 한다.
⑤ LATE는 '순응자'의 효과일 뿐이다. 앞서 봤듯 IV가 주는 것은 도구에 반응한 순응자에 대한 효과(LATE)다. 이들이 전체 인구를 대표한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도구가 여럿이거나 자료가 군집(cluster) 구조를 가지면, 추정치는 서로 다른 하위집단 LATE들의 가중평균이 되어 해석이 더 미묘해진다 (arXiv:2601.13507). 한 연구가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효과를 재분석했을 때 그 결과가 여성에게는 강건하지만 남성에게는 취약하게 나온 것처럼, '누구에 대한 효과인가'는 결코 곁가지 물음이 아니다 (arXiv:2604.03544).
⑥ RDD의 국소성과 조작. RDD가 식별하는 것은 임계값 바로 근처의 효과일 뿐이다. 합격선이 60점일 때, 그 결과가 30점이나 90점인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국소성). 또 하나의 위험은 조작이다. 임계값이 널리 알려져 있고 그 처치가 값진 것(정부 혜택 등)이라면, 사람들이 러닝 변수를 임계값 너머로 밀어붙일 수 있고, 그러면 '양옆이 거의 같다'는 전제가 무너진다. 이런 전략적 행동에 대응하는 방법이 별도로 연구될 만큼 실제적인 위협이다 (arXiv:2507.12693).
⑦ 외적 타당도 — 여기서 참인 것이 저기서도 참인가. 마지막으로, 자연실험은 특정한 시간·장소·집단에서 얻은 결과다. 그것이 다른 맥락으로 일반화되는지(외적 타당도)는 또 다른 문제다. 한 연구는 앵그리스트와 에번스의 유명한 자연실험(형제의 성별 구성이 출산과 노동공급에 미치는 효과)을 세계 여러 나라의 인구총조사 자료로 100번 넘게 복제해, 처치효과가 맥락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분해했다. 그 결과 미시적 조건보다 거시적(국가·시대) 조건이 효과의 차이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보였다 (arXiv:1906.08096). 한 곳에서 정밀하게 추정된 효과라도, 다른 곳에 옮기려면 신중해야 한다.
마무리 — 증명이 아니라 규율
'실험 없이 인과를 증명한다'는 이 글의 제목은, 엄밀히 말하면 절반만 맞다. 이중차분·도구변수·회귀불연속·합성통제 중 어느 것도 인과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각각은 검증할 수 없는 가정 — 평행추세, 배제 제약, 연속성, 좋은 사전 적합 — 위에 서 있고, 그 가정이 무너지면 결론도 무너진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이 도구들의 진짜 힘이 있다. 이들은 '무엇을 가정하고 있는가'를 명시적으로, 반증 가능하게 드러내도록 강제한다. 좋은 인과추론 논문은 자신의 식별 가정을 숨기지 않고 앞에 내걸며, 그 가정이 그럴듯한 이유를 논증하고, 가정이 흔들릴 때 결론이 얼마나 버티는지를 함께 보고한다. 상관을 인과라 우기는 대신 '이런 가정 아래에서라면 이것이 인과다'라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 — 인과추론은 완벽한 증명의 기술이 아니라, 가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규율이다.
이제 어떤 실증 논문을 펼치든, 첫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저자는 무엇을 무엇과 비교하고 있으며, 그 비교가 '거의 무작위'라고 믿을 근거는 무엇인가?" 이 물음을 던질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데이터를 인과의 눈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은 빠르게 발전하며 일부는 여전히 논쟁 중인 방법론 분야를 다룹니다. 인용한 근거의 상당수는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arXiv)이며, 특히 시차 도입 DiD·이원고정효과를 둘러싼 논의는 정착된 정설이 아니라 진행 중인 방법론 개선입니다. 결론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근거 논문 (arXiv)
- arXiv:2002.00202 — 자연실험의 정의: '거의 무작위' 배정과 무작위 실험의 본질적 차이
- arXiv:2408.00032 — 사회과학의 근대적 인과추론 방법론 개관(식별 가정·doubly robust ATE)
- arXiv:2503.13323 — 이중차분(DiD) 실무 지침: 설계 유형과 추정량 조직화 틀
- arXiv:2512.06804 — 이벤트 스터디 플롯을 정직하게: 함수형 데이터 접근
- arXiv:2510.26470 — 평행추세 위반 검정의 유효 추론: 사전 검정의 저검정력·편향·과소포함
- arXiv:2010.04814 — 평행추세는 언제 함수 형태에 민감한가(척도 의존성)
- arXiv:2505.03526 — 인과 다이어그램으로 평행추세 사전 평가
- arXiv:2203.09001 — 선택과 평행추세: 선택 메커니즘과 DiD 편향
- arXiv:1803.08807 — 이질적 처치효과 하의 이원고정효과 추정량(음의 가중치 문제)
- arXiv:2112.04565 — TWFE와 DiD, 이질적 처치효과 서베이(AER 최다 피인용 26/100편)
- arXiv:2108.12419 — 이벤트 스터디 설계 재고: 강건·효율 추정('결측 채우기' 대체 추정량)
- arXiv:2503.05125 — 이원고정효과 회귀를 언제 써도 되나(편향-분산 저울질 검정)
- arXiv:2405.01463 — 동적 국소평균처치효과(LATE)와 임벤스·앵그리스트(1994) 가정
- arXiv:2601.13507 — 군집 자료의 2SLS와 LATE: 군집 이질성 하의 가중평균 LATE
- arXiv:2604.15437 — 잭나이프 도구변수 추론(다수 약한 도구; 유전 변이로 음주→BMI)
- arXiv:2312.15624 — 도구변수 설계의 음성대조 위조 검정(배제 제약·타당 도구 오탐)
- arXiv:1806.09517 — 연속 내생변수 하 도구 타당성의 검정 불가능성
- arXiv:2604.03544 — 비선형 IV의 누락변수편향 정량화(LATE·JTPA·여성 강건/남성 취약)
- arXiv:2508.03878 — 의과학에서의 회귀불연속(RD) 설계 입문(연속성 가정)
- arXiv:2006.05504 — 스웨덴 BCG 접종 중단 자연실험의 회귀불연속(코로나19 보호효과 부재)
- arXiv:2507.12693 — 플라시보 불연속 설계: 러닝 변수 조작·전략적 행동 대응
- arXiv:2203.06279 — 실전 합성통제: 과적합 편향·해석 가능성·검증 원칙
- arXiv:2510.22828 — 고차원 분해 자료의 합성통제(코로나19 자택대기명령→카운티 실업률)
- arXiv:1906.08096 — 자연실험의 외적 타당도(앵그리스트·에번스 100+ 복제, 거시 조건 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