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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지우고 싶은 과거 vs 알 권리 — 인터넷이 잊지 않는 시대, 두 권리는 어디서 부딪치나

🔥논쟁✦AI 생성법학 · 202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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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지우고 싶은 과거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오래전의 빚 독촉 기사, 철없던 시절의 사진, 이미 형을 다 마친 범죄 기록 같은 것입니다. 종이 시대였다면 이런 기록은 도서관 서고 어딘가에서 천천히 잊혔을 것입니다. 인터넷은 다릅니다. 내 이름을 검색창에 넣는 단 한 번의 동작으로, 그 과거는 처음 그 순간처럼 선명하게 따라옵니다. 채용 담당자도, 첫 데이트 상대도, 거래처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검색이기 때문입니다 (DOI: 10.1017/s1867299x00003949).

여기서 두 권리가 충돌합니다. 한쪽에는 잊혀지고 싶은 개인의 권리가 있고, 다른 쪽에는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남은 자기 정보를 지워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잊혀질 권리라 부릅니다. 이 글은 그 충돌을 따라갑니다. 먼저 유럽이 세운 잊혀질 권리를 봅니다. 이어 미국에서 그 권리가 약한 이유와, 진짜 삭제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이유를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권리가 아직 얼마나 미완성인지 짚습니다.

먼저 범위를 밝혀 둡니다. 이 글이 놓고 따지는 법은 주로 EU의 법입니다. 하나는 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칙인 GDPR(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EU 법을 해석하는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판결입니다. 미국은 비교 대상으로 나오고, 영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호주는 사례로 짧게 나옵니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이 글이 인용한 근거에 없어 다루지 않습니다.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문제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한번 공개 영역에 풀린 정보는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건강이나 투병 이야기를 SNS에 올리면, 그 정보는 아이의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지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DOI: 10.2139/ssrn.6226899). 디지털 인프라는 과거를 저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한 에세이는 분석합니다. 인프라가 '보존'을 기본값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건이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되는 '소멸의 문턱'이 사라집니다 (DOI: 10.2139/ssrn.6271698).

어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동의 잊혀질 권리를 논하면서 정작 미성년자 본인의 견해는 빠져 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 비판에 응답한 조사가 있습니다. 스페인 전 지역의 13~18세 청소년 652명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DOI: 10.15581/003.35.4.19-36). 또 이 권리는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기억과 충돌합니다.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기록 접근권 사이에는 근본적인 긴장이 있습니다. 그 긴장은 집단적 기억과 기록 관리에까지 미칩니다 (DOI: 10.1007/978-3-031-18667-7_5). 지우려는 손과 알려는 손이 같은 정보를 두고 맞잡고 있습니다.

유럽의 '잊혀질 권리' — 구글 스페인과 GDPR 제17조

유럽은 이 긴장을 가장 또렷한 법적 형태로 끌어올렸습니다. 분기점은 2014년 5월 13일의 '구글 스페인(Google Spain)' 판결입니다. 유럽사법재판소(CJEU)가 내렸습니다.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하 곤살레스의 이름을 검색하면 링크가 하나 떴습니다. 1998년의 재정 문제 신문 공고로 가는 링크였습니다. 그는 그 검색 결과를 지워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DOI: 10.1017/s1867299x00003949).

CJEU는 검색엔진을 단순한 중개자로 보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정하는 쪽, 곧 처리자(data controller)로 보았습니다. 검색 결과가 한 사람에 대한 구조화된 프로필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검색엔진 운영자의 단순한 경제적 이익만으로는 그 침해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원래 출처인 신문에는 정보가 남더라도, 검색 결과 목록에서는 해당 링크를 뺄 수 있다는 것입니다 (DOI: 10.7238/idp.v0i18.2371). 이 권리는 적법하게 공개된 정보에도 미칠 수 있었습니다 (DOI: 10.1017/s1867299x00003949).

왼쪽부터 이름 검색, 검색 결과 목록, 원래 출처 세 칸이 화살표로 이어진다. 검색 결과 목록의 링크는 점선으로 표시되어 목록에서는 뺄 수 있다고 적혀 있고, 원래 출처인 1998년 재정 문제 신문 공고에는 정보가 남더라도라고 적혀 있다. 아래 두 카드: 검색엔진은 개인정보 처리자, 적법하게 공개된 정보에도 미칠 수 있었다.

CJEU는 원칙과 예외를 함께 세웠습니다. 원칙은 정보 당사자(정보주체)의 이익이 정보 접근이라는 공익보다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예외는 공적 생활에서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은 자기 정보가 더 널리 공개되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같은 사건에서 법무관(Advocate General)의 의견은 재판소와 갈렸습니다. 법무관은 재판소에 의견을 내는 보조 법관입니다 (DOI: 10.7238/idp.v0i18.2371).

이 판결이 새 권리를 만들었는지는 글마다 다르게 적습니다. 한 논문은 CJEU가 새 권리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검색엔진을 '처리자' 개념에 포함시켰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개념은 1995년 데이터보호지침, 곧 GDPR 이전의 EU 개인정보 보호 지침에 있었습니다. 같은 논문은 비슷한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학계와 법원에서 적어도 2006년, 넓게 보면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봅니다 (DOI: 10.29263/lar02.2019.02, DOI: 10.1007/978-3-031-18667-7_5). 반면 이 권리가 이 판결로 확립됐다고 적는 글도 있습니다 (DOI: 10.54648/erpl2022014).

이후 이 권리는 GDPR의 제17조 '삭제권(right to erasure)'으로 성문화됐습니다. 제17조 1항은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 여섯 가지를 정합니다. 처리 목적의 소멸, 동의 철회, 처리에 대한 반대권 행사가 있습니다. 위법한 처리와 법적 의무도 있습니다. 여섯째는 온라인 환경에서 미성년자가 한 동의의 철회입니다. 2항은 정보주체가 삭제를 요구하면, 데이터를 공개한 처리자가 같은 데이터를 처리 중인 다른 이들에게 그 삭제 요청을 알리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3항은 다섯 가지 예외를 둡니다. 표현·정보의 자유, 법적 의무나 공익적 임무·공적 권한, 공중보건 분야의 공익이 있습니다. 공익적 기록보존·과학적/역사적 연구·통계, 그리고 법적 청구도 예외입니다 (DOI: 10.1093/oso/9780198847977.003.0004). 그래서 이 권리는 처음부터 조건과 예외가 붙은 권리로 설계됐습니다 (DOI: 10.1093/oso/9780198847977.003.0004, DOI: 10.1093/oso/9780198826491.003.0049).

두 칸 도표. 왼쪽 제17조 1항 삭제 청구 요건 여섯 가지: 처리 목적의 소멸, 동의 철회, 처리에 대한 반대권 행사, 위법한 처리, 법적 의무, 온라인 환경에서 미성년자가 한 동의의 철회. 오른쪽 3항 예외 다섯 가지: 표현·정보의 자유, 법적 의무나 공익적 임무·공적 권한, 공중보건 분야의 공익, 공익적 기록보존·과학적/역사적 연구·통계, 법적 청구. 아래에 2항: 삭제 요구 시 공개한 처리자가 다른 처리자에게 요청을 알리도록 요구할 수 있다.

GDPR에서 삭제와 익명화가 같은 것인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익명화란 누구의 정보인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익명화로 삭제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견해와 그럴 수 없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갈립니다. 2022년 논문 기준으로 이를 직접 판단한 판례는 없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삭제 의무가 개인정보가 있을 때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익명화된 데이터에는 삭제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DOI: 10.25143/socr.22.2022.1.114-126). 이 구분이 중요한 까닭이 있습니다. 익명화가 삭제로 인정되면, 대형 처리자가 지웠어야 할 데이터를 빅데이터·AI 분석에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이 권리의 내용은 사안마다 형량(balancing), 곧 부딪치는 이익의 무게를 저울질해 정해집니다. 한 사례는 잉글랜드·웨일스 고등법원의 NT1·NT2 대 구글 사건입니다. 형을 다 마친 범죄 기록(spent convictions)이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범죄의 성격, 공익, 갱생 가능성이라는 세 기준을 저울질해 두 청구인의 결론을 달리했습니다. 이 사건을 해설한 논문은 세 기준이 각각 이렇게 작동했다고 읽습니다. 범죄가 부정직성을 수반하지 않거나 오래되고 '중하지 않은' 것이면, 정보를 계속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법원이 볼 가능성이 더 컸습니다. 청구인이 그 범죄와 관련된 방식으로 공적 생활에서 활동 중이면 공개를 유지할 공익이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유죄판결에 대한 반성의 유무에는 법원이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DOI: 10.54648/erpl2022014).

같은 권리라도 유럽 안에서 적용 방식이 갈립니다. 유럽인권재판소(ECtHR)와 CJEU의 판례를 비교하면, 두 재판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슷한 형량 기준을 씁니다. 다만 CJEU는 더 규칙 기반의 범주적 판단을, ECtHR은 더 유연한 사안별 형량을 고수합니다. 이 비교 연구는 어느 쪽이 본래 우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집행과 표현의 자유 조화에서 생기는 난제 가운데 일부에는 범주적·규칙 기반 방법이 특히 잘 맞는다고 제안합니다. 법적 확실성이 높아지면 위축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축효과란 삭제·색인배제(검색 목록에서 빼는 것) 요청에 어떻게 응할지 불확실해서 편집자가 결정을 스스로 움츠리는 현상입니다. (DOI: 10.1163/26663236-bja10155).

그래서 어디까지 지워지나 — 어느 나라 검색창까지

권리가 선언됐다고 정보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음 다툼은 관할, 곧 어느 나라의 법이 어디까지 미치느냐였습니다. 구글 대 CNIL(프랑스 정보보호당국) 사건에서 CJEU가 판단했습니다. 잊혀질 권리는 검색엔진에게 비유럽 버전(google.com 등)에서까지 결과를 지우라고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DOI: 10.1093/ijlit/eaaa022). 전 세계적 삭제(global de-referencing)는 원칙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판결을 '잊혀질 권리의 무력화'로 읽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 한 논문의 지적입니다. 판결은 모든 EU 회원국 버전에서는 삭제하도록 요구합니다 (DOI: 10.54648/gplr2020008). 나아가 검색엔진에 조치를 요구합니다. EU 안의 이용자가 정보주체의 이름으로 검색해 그 결과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최소한 강하게 억제하라는 것입니다 (DOI: 10.1093/ijlit/eaaa022). 회원국 당국이 기본권 형량 끝에 필요하다고 보면 모든 버전에서의 삭제를 명할 여지도 GDPR은 막지 않습니다 (DOI: 10.54648/gplr2020008). 그래도 '얼마나 멀리까지 지워지는가'가 국경마다 달라진다는 점은 남습니다.

위아래 세 줄. EU 안 영역에 모든 EU 회원국 버전은 삭제하도록 요구, EU 안 이용자의 이름 검색은 결과 접근을 차단하거나 최소한 강하게 억제하도록 요구. EU 밖 영역에 비유럽 버전(google.com 등)은 삭제를 강제하지 않음(전 세계적 삭제는 원칙적으로 요구되지 않음). 아래 점선 문구: 회원국 당국이 필요하다고 보면 모든 버전 삭제를 명할 여지를 GDPR은 막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왜 약한가 — 표현의 자유라는 벽

미국의 그림은 사뭇 다릅니다. 2025년 한 논문 기준으로 미국에는 연방 차원의 포괄적 프라이버시법이 없습니다 (DOI: 10.37419/lr.v12.i2.10). GDPR 제17조에 상응하는 성문 삭제권도 연방법에는 없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잊혀질 권리 자체가 아닙니다. 저작권·명예훼손·상표 같은 다른 목적의 제도를 빌려 쓰는 우회 방식입니다 (DOI: 10.29263/lar02.2019.02).

주(州) 차원에서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2018년 캘리포니아 소비자프라이버시법 이후 여러 주가 GDPR을 본떠 '삭제권'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세부 규정과 집행 장치가 부실해서 소비자 통제의 공허한 약속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 평가를 낸 논문은 공백을 메울 처방을 제안합니다. 광범위한 삭제 조항, 본인확인 요건, 사적 소권(피해자가 직접 소송할 수 있는 권리)이 들어갑니다. 데이터 파기·매핑 의무, 제3자 삭제 의무, 기관 보고 장치도 있습니다 (DOI: 10.37419/lr.v12.i2.10).

두 법문화의 차이를 한 비교법 연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연구는 잊혀질 권리를 대륙유럽적 관념의 전형으로 봅니다. 그 관념이 '공적 영역에서의 프라이버시(privacy-in-public)'입니다. 이미 공개된 정보에도 프라이버시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제1조)와 프라이버시를 다르게 짜 온 영미 전통과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분석합니다 (DOI: 10.1017/s0020589323000258). 더 강한 표현도 있습니다. 한 단행본은 유럽의 잊혀질 권리를 아예 '수정헌법 제1조의 적'으로 규정합니다. 검색 결과에서의 데이터 삭제가 사상의 시장과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판합니다 (DOI: 10.5771/9781498549615). 유럽 쪽이 이 권리를 프라이버시의 승리로 본다면, 이 단행본의 시각에서는 같은 권리가 검열에 가깝게 비칩니다.

이 대립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2017년의 동료평가 전 프리프린트 한 편은, 이 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을 위협한다는 논의를 지배한 주장 가운데 상당수가 팩토이드, 곧 반복해 유통되다 사실처럼 굳은 근거 불확실한 주장이라고 보고 논박합니다. 이 프리프린트는 역외 적용(자국 법을 국경 밖에까지 미치게 하는 것)이 인터넷을 무너뜨린다는 서사도 따로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인터넷 기업의 사실상의 시장 지배에 맞선 데이터 보호주의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CNIL 등 EU 기관이 제안한 국적 원칙에 따른 전 세계 차단이 이런 보호주의 우려를 가라앉힐 것이라고도 적습니다 (DOI: 10.31235/osf.io/f7cqj_v1).

진짜 삭제는 어려운 일 — 기술적 난제

법이 "지워라"라고 명령해도 그것을 끝까지 실행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라면 한 줄을 지우면 됩니다. 그러나 그 데이터로 학습된 AI 모델에서는 사정이 훨씬 복잡합니다.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의 영향을 흡수하므로, 레코드를 지우는 일과 그 영향을 지우는 일은 다릅니다. 그래서 특정 학습 데이터의 영향을 모델에서 도려내는 도구를 따로 만들려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DOI: 10.22214/ijraset.2025.67269). 이것이 머신 언러닝(machine unlearning)입니다. 머신 언러닝은 틈을 메우려는 시도로 제시됩니다. GDPR의 잊혀질 권리 요구와 AI 시스템 안에 데이터가 남는 현실 사이의 틈입니다 (DOI: 10.36948/ijfmr.2025.v07i05.58292).

문제는 그 '도려냄'이 정말 됐는지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학회 논문은 사전학습된 신경망에 머신 언러닝을 적용한 뒤 검사했습니다. 쓴 방법은 멤버십 추론 공격(MIA)으로, 모델이 특정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알아내려는 공격입니다. 삭제 집합의 크기를 달리해 가며, 모델이 삭제된 데이터의 정보를 아직 보유하는지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머신 언러닝이 완전한 삭제 수단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음을 보였다고 합니다 (DOI: 10.32473/flairs.39.1.141797).

검증도 문제입니다. 한 프리프린트는 언러닝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암호학적으로 증명하는 검증 장치가 지금은 없다고 전제하고, 이를 메우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합니다. 뼈대는 셋입니다. 멤버십 추론 공격을 준거 시험으로 쓰고, 블록체인에 '언러닝 증명서'를 남깁니다. 그리고 파라미터 변화를 영지식 증명으로 입증합니다. 영지식 증명은 내용은 드러내지 않고 맞다는 사실만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CIFAR-10 실험에서 진짜 언러닝 모델 10개를 모두 골라냈다고 보고합니다. 가짜 준수 시도는 10개 중 9개를 걸러냈다고 합니다 (DOI: 10.20944/preprints202603.2325.v1, 동료평가 전 프리프린트). 다만 이는 아직 제안 단계입니다.

언러닝이 공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저자들이 첫 연구라고 밝힌 이 연구는, 삭제 전략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고 보고했습니다. 언러닝 기법 두 가지(SISA·AmnesiacML)와 재학습(ORTR)을 세 개의 공정성 데이터셋에 적용했습니다. 비균일 삭제를 쓴 SISA 변형은 재학습이나 AmnesiacML보다 오히려 공정성이 좋았습니다. 초기 학습과 균일 삭제는 세 방법 모두의 공정성에 반드시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DOI: 10.1007/s43681-023-00398-y). 삭제 방식에 따라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입니다.

앞에서 본 '소멸의 문턱' 에세이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삭제 뒤에도 추론과 노출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메타데이터·파라미터의 유령'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에세이는 완전 보존과 완전 삭제라는 환상 양쪽 모두에 반대하며, 데이터마다 수명과 권한을 다르게 설계해 바래짐·봉인·불투명성을 만들어 내자고 제안합니다 (DOI: 10.2139/ssrn.6271698). '지웠다'는 선언과 '정말 지워졌다'는 사실 사이에는 아직 넓은 간극이 있습니다.

선언은 됐지만 미정인 것 — 범위·집행·관할

지금 잊혀질 권리는 선언은 됐지만 범위·집행·관할이 여전히 미정입니다. 세 가지를 짚습니다.

첫째, 권리의 확장 자체가 양날입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가 프라이버시법에 삭제권을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한 비교 연구는 유럽 법원이 삭제권을 빠르게 넓혀 온 궤적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권리가 호주의 온라인 미디어 아카이브에 미칠 해로운 영향을 지적했습니다. 정보 접근을 지키려면 더 신중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입니다 (DOI: 10.1177/1037969x20959839). 유럽에서 만든 권리를 다른 나라가 그대로 옮겨 심을 때 무엇이 걸리는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둘째, 집행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한 분석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데이터 보호의 기본권 지위를 잃었다고 봅니다. 규제 집행도 매우 제한적·선별적인 접근으로 기울었다고 합니다. 이 분석이 든 수치는 이렇습니다. 삭제 청구에 한정되지 않는 데이터보호 집행 전반의 수치입니다. 2024년 EU가 부과한 데이터보호 과징금은 1,396건·약 12.5억 유로입니다. 2024/25 회계연도 영국 정보위원회(ICO)의 수치는 2건·약 400만 파운드에 그칩니다. 다만 같은 분석은 2025년 데이터(이용·접근)법의 실체적 개정 자체는 완만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영국 GDPR, 곧 브렉시트 뒤 영국이 따로 유지하는 GDPR의 집행 의무도 대체로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제한 시도가 실제로 관철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DOI: 10.2139/ssrn.6504981).

셋째, 이 권리는 본질적으로 관할마다 다릅니다. 잊혀질 권리는 유럽에 오래된 뿌리가 있습니다. 한 분석은 이 권리가 철회권과 같은 논거를 공유한다고 봅니다. 다만 두 권리의 성격과 목적은 다르다고 덧붙입니다. 철회권은 저작자가 도덕적 이유로 자신의 저작물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권리입니다 (DOI: 10.2966/scrip.190122.120). 그래도 실제 형태는 나라마다 갈립니다.

인도는 GDPR에서 영감을 받아 디지털개인정보보호법(DPDP)에 잊혀질 권리를 담았습니다. 이 법이 다루는 문제에는 프라이버시·삭제권·표현의 자유·알 권리가 들어갑니다. 한 연구는 이 권리들 사이의 균형을 잡을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DOI: 10.52783/cana.v32.5114).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뱅킹 거래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두고 법적 불확실성을 겪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전자정보거래·은행법 사이의 부정합 탓입니다. 한 연구는 GDPR의 더 유연한 삭제 절차와 독립 감독기구(유럽 개인정보보호이사회(EDPB)와 비슷한 개인정보보호청) 설치를 참고하라고 제언합니다 (DOI: 10.58824/mediasas.v8i4.501). 한 브라질 논문은 잊혀질 권리(direito ao esquecimento)를 사생활과 인간 존엄을 보호하는 한 형태로 설명합니다. 같은 논문은 이 권리가 표현의 자유·알 권리와 부딪치는 문제를 짚습니다 (DOI: 10.51891/rease.v11i4.18999). 2017년 논문에 따르면 이 권리에 대한 입법 논의는 브라질·일본·한국·러시아 등으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DOI: 10.31235/osf.io/f7cqj_v1).

마무리 —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저울

잊혀질 권리의 이야기가 까다로운 까닭은, 어느 한쪽 손을 들어 주면 다른 쪽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잊혀질 권리를 온전히 가지면 알 권리와 역사가 깎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끝까지 지키면 누군가는 지우고 싶은 과거에 평생 매입니다. 유럽은 구글 스페인과 GDPR 제17조로 이 권리를 법으로 세웠습니다. 그조차 사안별 형량과 예외로 가득합니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라는 벽 앞에서 이 권리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게다가 기술은 '진짜 삭제'를 아직 보장하지 못합니다.

결론은 열려 있습니다. 인터넷이 잊지 않는 시대에 무엇을 잊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유럽 안에서도 ECtHR은 사안별 형량을, CJEU는 더 규칙 기반의 판단을 씁니다. 한 비교 연구는 어느 쪽이 본래 우월한 것은 아니라면서, 범주적 방법이 일부 난제에 특히 잘 맞는다고 제안합니다. 이 글이 인용한 것은 대부분 이 진화하는 영역을 다루는 법학적 분석입니다. 결론은 관할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잊혀질 권리는 관할마다 다르고 빠르게 진화하는 영역으로, 인용한 근거의 상당수는 법학 학술 분석입니다.


근거 논문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 권리의 충돌

  • 헬스 셰어런팅과 아동의 프라이버시(공개되면 지울 수 없음) (DOI: 10.2139/ssrn.6226899)
  • 디지털 망각의 이론(보존이 기본값, 소멸의 문턱 상실) (DOI: 10.2139/ssrn.6271698)
  • 스페인 청소년의 잊혀질 권리 인식 (DOI: 10.15581/003.35.4.19-36)
  • 잊혀질 권리 vs 알 권리·기록 접근 (DOI: 10.1007/978-3-031-18667-7_5)

EU — 구글 스페인 · GDPR 제17조 · 형량

  • 구글 스페인 판결 분석(검색엔진=처리자, 결과 삭제) (DOI: 10.7238/idp.v0i18.2371)
  • 구글 스페인: 적법 공개 정보에도 delisting (DOI: 10.1017/s1867299x00003949)
  • 제17조 삭제권의 요건과 예외(표현의 자유·기록보존 등) (DOI: 10.1093/oso/9780198847977.003.0004)
  • 제17조 잊혀질 권리의 조건·예외 (DOI: 10.1093/oso/9780198826491.003.0049)
  • 삭제와 익명화의 법적 구분 (DOI: 10.25143/socr.22.2022.1.114-126)
  • 형 마친 범죄 기록과 잊혀질 권리(NT1·NT2 v 구글) (DOI: 10.54648/erpl2022014)
  • ECtHR vs ECJ의 형량·범주화 (DOI: 10.1163/26663236-bja10155)

관할의 벽 — 구글 v CNIL

  • 구글 v CNIL: 비유럽 버전 삭제 강제 안 됨 (DOI: 10.1093/ijlit/eaaa022)
  • 구글 v CNIL: 전 세계 삭제 불요, 회원국 재량 (DOI: 10.54648/gplr2020008)

미국 —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 데이터보호법과 두 서구 프라이버시 문화(미 수정헌법의 사생활 조항) (DOI: 10.1017/s0020589323000258)
  • 유럽 잊혀질 권리 = 수정헌법 제1조의 적 (DOI: 10.5771/9781498549615)
  • 미국의 잊혀질 권리 대체 수단(저작권·명예훼손·상표) (DOI: 10.29263/lar02.2019.02)
  • 미국 주(州) '삭제권'의 공허함 (DOI: 10.37419/lr.v12.i2.10)

기술적 난제 — 머신 언러닝

  • 데이터베이스 삭제 vs ML 모델 (DOI: 10.22214/ijraset.2025.67269)
  • 머신 언러닝이 RTBF와 데이터 잔존의 간극을 메움 (DOI: 10.36948/ijfmr.2025.v07i05.58292)
  • 언러닝의 한계: MIA가 잔존 정보 검출 (DOI: 10.32473/flairs.39.1.141797)
  • 언러닝의 암호학적 검증 부재(VeriForgot) (DOI: 10.20944/preprints202603.2325.v1)
  • 언러닝과 공정성의 절충 (DOI: 10.1007/s43681-023-00398-y)

정직한 현주소 — 집행·관할·확장

  • 삭제권 확장과 아카이브 접근 위협 (DOI: 10.1177/1037969x20959839)
  • 브렉시트 후 영국 집행 약화(ICO 2건 vs EU 1,396건) (DOI: 10.2139/ssrn.6504981)
  • 잊혀질 권리의 유럽적 정신·기원 (DOI: 10.2966/scrip.190122.120)
  • 인도 DPDP의 잊혀질 권리와 형량 (DOI: 10.52783/cana.v32.5114)
  • 인도네시아의 부정합과 GDPR 참고 (DOI: 10.58824/mediasas.v8i4.501)
  • 브라질의 잊혀질 권리와 균형 (DOI: 10.51891/rease.v11i4.18999)
  • 잊혀질 권리 입법의 세계적 확산(브라질·일본·한국·러시아) (DOI: 10.31235/osf.io/f7cqj_v1)
📚 기술과 법 — 기술이 법정에 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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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잊혀질 권리 —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2. 2.자율주행차의 사고, 누가 책임을 지는가 — 제조물 책임과 운전자 책임의 경계
  3. 3.얼굴인식과 감시 — 국가가 얼굴로 사람을 찾을 때, 법은 무엇을 정하지 못했나
  4. 4.AI와 저작권 — 생성AI는 '학습'인가 '표절'인가
  5. 5.알고리즘이 형을 정한다 — AI 재범 예측은 공정한가
다음 글 →자율주행차의 사고, 누가 책임을 지는가 — 제조물 책임과 운전자 책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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