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eris 아티클
LK-99 소동 — 과학은 어떻게 스스로를 교정하는가
2023년 한국발 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 그리고 단 몇 주 만의 검증과 정정
LK-99 소동 — 과학은 어떻게 스스로를 교정하는가
2023년 7월, 한국 연구진의 프리프린트 한 편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제목부터 거침이 없었다. "세계 최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보통 초전도체는 극저온이나 엄청난 압력이 있어야 작동하는데, 이 물질은 그냥 방 안 온도와 보통 기압에서 초전도를 보인다고 했다. 임계온도(Tc)가 무려 400K(약 127°C)를 넘는다고 적혀 있었다 (arXiv:2307.12008). 물질의 이름은 LK-99, 구리를 살짝 섞은 납 인회석(lead apatite) 계열이었다.
여기에 작은 시료 조각이 자석 위에서 비스듬히 떠 있는 영상이 함께 퍼졌다. 사람들은 그 '반쪽 공중부양' 장면에 열광했다.
이 글은 그 열광이 단 몇 주 만에 어떻게 검증으로, 그리고 정정으로 이어졌는지를 따라간다. 주인공은 "LK-99가 진짜였는가"가 아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상온초전도체로 확인되지 않았다. 진짜 주인공은 그 결론에 이르는 동안 과학이 스스로를 교정하는 과정 그 자체다. 한 가지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여기 인용하는 거의 모든 논문은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arXiv)다. 이 이야기 자체가 '검증 전의 외침'에서 시작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프리프린트의 한 줄을 결론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왜 세계가 열광했나
상온·상압 초전도는 물리학의 오랜 성배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이라 전력을 손실 없이 흘려보낸다. 만약 냉각도 가압도 없이 이걸 쓸 수 있다면 송전망, 에너지 저장, 자기부상, 컴퓨팅까지 통째로 바뀐다. 발표 직후 한 리뷰가 LK-99 같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송전 손실 제거와 전력계통 효율에 가져올 파급을 진지하게 가늠했을 정도다 (arXiv:2308.04461). "진짜라면" 판이 그만큼 큰 주제였다.
원 발표가 내세운 근거도 교과서적이었다. 임계온도, 제로 저항, 임계전류, 임계자기장, 그리고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내는 현상). 저자들은 이 모든 것이 미세한 구조 왜곡과 0.48%의 부피 수축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arXiv:2307.12008). 여기에 자석 위에 비스듬히 뜬 시료 영상까지 더해지자, 학계와 대중이 단숨에 빨려 들어갔다.
전 세계가 동시에 달려들다
여기서 과학의 첫 번째 미덕이 등장한다. 재현 시도. 발표 며칠 만에 세계 곳곳의 연구실이 LK-99를 직접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한 합성 연구는 "지난주 한국 그룹이 400K 이상의 Tc를 보고했다"며 곧장 같은 열처리법으로 다결정 시료를 빚어 검증에 착수했고 (arXiv:2307.16402), 또 다른 그룹은 "역사상 처음으로" 원 시료보다 더 큰 각도로 자석 위에 뜨는 LK-99 결정을 만들었다고 보고하며 흥분을 키웠다 (arXiv:2308.01516).
이론가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제일원리 계산(DFT)을 돌린 논문이 며칠 사이 줄을 이었다. 여러 계산이 페르미 준위 근처에서 납작한 띠(flat band)를 확인했는데 (arXiv:2307.16040, arXiv:2307.16892), 평탄한 띠는 기존 고온초전도체에서도 보이는 신호여서 이론가들을 들뜨게 했다. 어떤 계산은 구리 도핑이 절연체를 금속으로 바꾸고 부피를 수축시킨다고 봤고 (arXiv:2307.16040), 다른 연구는 그 평탄한 띠가 구리가 유도한 구조 왜곡과 납의 전하밀도파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arXiv:2307.16892). 도핑 농도별 안정성 계산 (arXiv:2308.13938), 전자 상관을 다룬 DFT+DMFT 연구 (arXiv:2308.04301), 심지어 "전체 띠너비로 보면 상온초전도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통계적 재료법칙 분석까지 나왔다 (arXiv:2308.06349).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이론적 흥분이 일었다.
그러나 검증이 드러낸 것들
흥분과 동시에, 더 차가운 데이터가 쌓였다. 재현 시도들은 곧 세 갈래의 불편한 사실로 수렴했다.
① '반쪽 공중부양'은 초전도가 아니라 강자성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 비스듬한 부양부터 무너졌다. 한 연구진은 원 절차대로 시료를 만들어 똑같은 '반쪽 부양(half levitation)'을 재현했지만, 정작 자기 측정을 해 보니 그 조각들은 초전도체 특유의 반자성이 아니라 단순한 강자성에 가까웠다. 이들은 강자성과 반자성이 자석과 어떻게 다르게 상호작용하는지까지 비교해, LK-99식 부양을 오해하지 말라는 지침을 함께 내놓았다 (arXiv:2310.08594).
다른 그룹은 부양한 조각과 부양하지 않은 조각 모두에서 약하지만 분명한 연자성(soft ferromagnetic) 성분을 찾아냈고, 작은 조각의 모양 비등방성과 합쳐지면 강한 수직 자기장에서 반쪽 부양이 충분히 설명된다고 봤다 — 마이스너 효과도, 제로 저항도 없었다 (arXiv:2308.03110). 부양·비부양 시료 모두에서 연자성과 반자성이 공존하고 전기적으로는 절연성을 보였다는 보고도 뒤따랐다 (arXiv:2308.11768). 그 떠오름은 초전도의 증거가 아니라, 자성 입자가 강한 자기장 속에서 보이는 평범한 거동이었던 셈이다.
② 저항 급강하의 진짜 범인은 Cu₂S(황화구리)였다
두 번째로, "저항이 뚝 떨어진다"는 핵심 신호도 다른 설명을 찾았다. 합성된 LK-99 시료에는 황화구리(Cu₂S) 불순물이 상당량 섞여 있었는데, 이 Cu₂S는 약 104°C 부근에서 구조 상전이를 일으키며 전기저항과 비열이 급변한다. 한 연구는 바로 이 상전이가 LK-99에서 보고된 온도 유발 전이와 시점이 겹친다고 지적하며, Cu₂S 없이 합성해야만 초전도성을 분명히 검증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arXiv:2308.05222).
실험으로도 확인됐다. 한 그룹이 암모니아 용액으로 Cu₂S를 제거하자 — 파란 Cu²⁺ 이온이 녹아 나오고 XRD에서 Cu₂S 피크가 사라졌다 — LK-99의 초전도체 같은 거동이 함께 사라졌다. 이들은 LK-99를 상온초전도체라기보다 반자성 반도체로 분류하는 편이 맞다고 결론지었다 (arXiv:2309.17445). 또 다른 연구는 원 보고의 전기·자기 이상 신호를 모조리 재현한 뒤, 그것들이 초전도가 아니라 시료 속 Cu₂S 불순물의 구조 전이와 결부돼 있음을 밝혔다 (arXiv:2311.03558). 약 380K 부근의 저항 점프가 Cu₂S 전이로 보인다는 보고 (arXiv:2310.11051), 저항이 끝내 0으로 떨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반도체성을 보였다는 보고도 더해졌다 (arXiv:2308.05001).
③ 깨끗한 시료에는 초전도가 없었다
세 번째이자 가장 결정적인 흐름은, 시료를 깨끗하게 만들수록 초전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 연구진은 더 좋은 전구체로 상순도 LK-99를 합성하고 SQUID로 측정했지만, 280K에서 반자성일 뿐 상온 초전도의 신호는 없었다 — 제목부터 "상압에서 LK-99의 초전도성 부재"였다 (arXiv:2308.03544). 고체상 합성부터 특성분석·수송 측정까지 체계적으로 수행한 연구도 "우리 LK-99 시료에서 초전도의 어떤 신호도 관찰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arXiv:2308.03823). 원 제출본과 XRD가 거의 일치하는 시료에서도 상온·상압 초전도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보고 (arXiv:2310.11051), 마이스너 효과가 관찰되지 않아 초전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전류 침투 모델 연구 (arXiv:2308.05778), 절연성을 보이고 반자성 자속 배출이 없었다는 측정 (arXiv:2308.06589)까지 — 정밀해질수록 결론은 한 방향이었다.
이론 쪽에서도 차가운 정정이 이어졌다. 여러 계산이 LK-99를 금속이 아니라 넓은 띠틈을 가진 절연체, 혹은 모트(Mott)/전하이동 절연체로 보았고 (arXiv:2308.05134, arXiv:2308.04427, arXiv:2308.07295), 초기에 그토록 흥분시켰던 평탄한 띠조차 더 정밀한 하이브리드 범함수를 쓰면 인공적 산물(artifact)일 수 있으며 화학량론적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절연체로 예측된다는 반박이 나왔다 (arXiv:2308.08458). 전자-포논 결합을 계산한 연구는 "포논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면 LK-99는 상온초전도체 후보로 보기 어렵다"고 정리했고 (arXiv:2312.12187), 구조의 동역학적 안정성을 다룬 연구는 그 논쟁을 더 정밀하게 매듭지었다 (arXiv:2309.11541).
그래서, 결론은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한 한 연구는 담담히 정리했다. LK-99는 "처음엔 평탄한 띠가 이끄는 상온초전도체로 주장됐지만, 이후 넓은 띠틈을 가진 절연체로 밝혀졌다" (arXiv:2408.05277). 즉 현재까지 LK-99는 상온초전도체로 확인되지 않았다. 부양은 강자성으로, 저항 급강하는 Cu₂S 상전이로, 깨끗한 시료에서는 초전도 자체의 부재로 — 세 갈래가 모두 같은 결론을 가리켰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헛소동"으로 끝내면 과학을 오해하는 것이다. LK-99를 둘러싼 연구는 초전도가 아닌 다른 가치를 남겼다. 이 물질의 평탄한 띠와 강한 전자 상관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물리 무대라, 비(非)페르미액체나 모트 절연체 같은 상관 현상을 연구하는 플랫폼으로 재조명됐다 (arXiv:2408.05277). 한 연구는 "LK-99 열풍은 왔다 갔지만, 인회석 계열을 평탄한 띠 연구의 무대로 보는 잠재력까지 쓸어버려선 안 된다"며 재해석을 시도했고 (arXiv:2410.03722), 또 다른 연구는 초전도 여부와 무관하게 이 물질에서 비선형 홀 효과 같은 위상 수송 현상을 탐색했다 (arXiv:2402.18588). 한참 뒤(2026년)에 나온 연구조차 LK-99 계열의 자기 이상이 초전도가 아니라 커버라이트(CuS) 같은 2차상에 의한 유리질 자기 동결임을 정밀하게 가려냈다 (arXiv:2603.23377). 검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진짜 교훈인가
LK-99 에피소드가 보여준 것은, 과학이 얼마나 빠르고 공개적으로 자기를 점검하는가다.
개방성. 주장이 프리프린트로 즉시 공개됐고 영상까지 함께 풀렸다. 누구나 그날로 검증에 뛰어들 수 있었다.
재현. 세계 수십 개 그룹이 같은 레시피로 같은 물질을 만들어 같은 신호를 다시 측정했다. "내 실험실에서도 그런가?"라는 질문이 단 몇 주 만에 수백 번 던져졌다.
반증. 그리고 결정적으로, 데이터가 처음의 흥분을 정정했다. 부양은 강자성으로, 저항은 Cu₂S로 설명됐고, 깨끗한 시료에는 초전도가 없었다. 누구도 권위로 누르지 않았다 — 측정이 말하게 했다.
원 연구진을 조롱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검증 가능한 형태로 대담한 주장을 내놓았고, 바로 그 점이 과학 공동체가 단 몇 주 만에 답에 다가가게 했다. 틀린 주장이 빠르게 정정되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증거다. 다만 이 모든 검증의 무대가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였다는 사실은, 빠른 공개의 힘과 함께 "프리프린트 한 줄을 결론으로 읽지 말라"는 경고도 같이 남긴다.
상온초전도체라는 성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LK-99의 여름은, 그 성배를 찾는 방법만큼은 우리가 꽤 잘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글은 과학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인용한 근거의 대부분은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arXiv)입니다. 추후 후속 연구로 세부 내용이 갱신될 수 있습니다.
근거 논문 (arXiv)
원 발표 · 사회적 파급
- 세계 최초 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원 발표) (arXiv:2307.12008)
- 상온·상압 초전도체와 전력계통 전망 (arXiv:2308.04461)
초기 재현·합성 시도
- 같은 열처리법으로 다결정 합성(부양 미확인) (arXiv:2307.16402)
- 더 큰 각도의 자기 부양 재현 보고 (arXiv:2308.01516)
'반쪽 공중부양' = 강자성 설명
- 반쪽 부양은 강자성에 가깝다 (arXiv:2310.08594)
- 연자성으로 반쪽 부양 설명, 마이스너·제로저항 없음 (arXiv:2308.03110)
- 부양·비부양 시료 모두 연자성+반자성 공존, 절연성 (arXiv:2308.11768)
Cu₂S(황화구리) 상전이 = 저항 이상 설명
- Cu₂S 초이온 상전이가 LK-99 전이와 겹침 (arXiv:2308.05222)
- Cu₂S 제거 시 초전도 거동 사라짐 → 반자성 반도체 (arXiv:2309.17445)
- 모든 전기·자기 이상이 Cu₂S 구조 전이와 결부 (arXiv:2311.03558)
- 약 380K 저항 점프 = Cu₂S 구조 전이 추정, 초전도 증거 없음 (arXiv:2310.11051)
- 387K 부근 저항 점프, 저항은 0으로 떨어지지 않음 (arXiv:2308.05001)
초전도 부재 · 정밀 측정
- "상압에서 LK-99의 초전도성 부재"(SQUID) (arXiv:2308.03544)
- 체계적 합성·특성분석, 초전도 신호 없음 (arXiv:2308.03823)
- 마이스너 미관찰, 전류 침투 모델 (arXiv:2308.05778)
- 절연성·반자성 자속 배출 없음 (arXiv:2308.06589)
이론·계산 (초기 흥분 → 차가운 정정)
- 제일원리: 절연체→금속 전이, 평탄한 띠 (arXiv:2307.16040)
- 평탄한 띠의 기원(구조 왜곡·전하밀도파) (arXiv:2307.16892)
- 도핑 농도별 안정성·전자 구조 (arXiv:2308.13938)
- DFT+DMFT 전자 상관 (arXiv:2308.04301)
- 모트/전하이동 절연체, 도핑 필요 (arXiv:2308.04427)
- 통계적 재료법칙 분석 (arXiv:2308.06349)
- 스핀-궤도 결합 고려 시 반도체 (arXiv:2308.05134)
- 전이금속 도핑 전하 국재화→절연체 (arXiv:2308.07295)
- 평탄한 띠는 범함수 산물일 수 있음(하이브리드 범함수) (arXiv:2308.08458)
- 전자-포논 결합: 상온초전도 후보 아님 (arXiv:2312.12187)
- 구조의 동역학적 안정성 (arXiv:2309.11541)
- 전자 구조·진동 안정성(DFT+U) (arXiv:2308.01135)
LK-99 이후 — 초전도 아닌 가치 · 후속 검증
- 평탄한 띠 속 비페르미액체→전하이동 모트 절연체 (arXiv:2408.05277)
- "사후 분석과 가능한 재탄생", 평탄한 띠 플랫폼 재해석 (arXiv:2410.03722)
- 비선형 홀 효과 등 위상 수송 탐색 (arXiv:2402.18588)
- LK-99 계열 자기 이상 = CuS에 의한 유리질 자기 동결(2026) (arXiv:2603.23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