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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신경은 어떻게 회복하는가 — 신경가소성 입문
뇌졸중과 척수손상 이후의 회복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토대
중추신경은 어떻게 회복하는가 — 신경가소성 입문
뇌졸중으로 한쪽 팔이 마비된 사람이 몇 달 뒤 다시 숟가락을 든다. 척수를 다친 사람이 오랜 훈련 끝에 다시 몇 걸음을 뗀다. 우리는 이런 회복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이상한 일이다. 끊어진 신경은 접착제로 다시 붙일 수 없고, 죽은 뇌세포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능은 어떻게 돌아오는 걸까.
이 글은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한 최소한의 토대를 세운다. 재활의학 논문을 처음 펼친 사람이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단어 앞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핵심 개념을 하나씩 쉬운 말로 풀어 나간다. 반전이나 폭로가 아니라 친절한 입문서에 가깝다. 다만 얕지는 않게,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정직하게 적었다.
왜 알아야 하나 — 급성기 치료와는 다른 이야기
뇌졸중 치료라고 하면 흔히 응급실을 떠올린다.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나 혈전제거술은 몇 시간이라는 좁은 시간창 안에서 위협받는 뇌 조직을 살려내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급성기를 넘긴 뒤에도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후유증이 남는다. 여기서부터가 재활, 즉 회복(recovery)의 영역이다.
재활은 급성기 치료와 목표도 시간표도 다르다. 손상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뇌 조직 안에서 변화를 촉진하는 일이고, 시간창은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에서 몇 주, 길게는 그 이상이다 (PMID 32224759). 뇌졸중 회복은 대략 세 가지 원리 위에서 일어난다고 정리된다 — 적응(adaptation), 회복(restitution),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PMID 28157752). 실제로 성인의 뇌가 손상 이후에도 상당한 구조적·기능적 재조직을 해낼 수 있다는 증거가 지난 수십 년간 쌓였고, 회복의 일부는 손상 후 첫 한 달 사이에 자연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PMID 21600588).
재활 논문 대부분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 "무엇이 회복을 촉진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회복이 애초에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아야 한다.
큰 그림 — 부위마다 회복의 원리가 다르다
여기서 가장 먼저 못 박아야 할 것이 있다. 신경계의 회복 원리는 다친 부위에 따라 다르다. 이 차이를 뭉개면 재활 전체를 오해하게 된다.
신경계는 크게 둘로 나뉜다. 중추신경계(CNS)는 뇌와 척수다. 말초신경계(PNS)는 거기서 뻗어 나와 팔다리와 장기로 가는 신경들이다. 이 둘은 다친 뒤 회복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말초신경은 다시 자란다. 팔의 신경이 끊기면, 손상 부위 아래쪽 신경섬유가 무너지는 '월러 변성(Wallerian degeneration)'이라는 정돈 과정이 일어나고, 슈반세포(Schwann cell)라는 도우미 세포가 관을 만들어 새로 자라나는 축삭(신경섬유)을 안내한다. 이렇게 자란 축삭이 다시 근육에 연결되는 것을 재신경지배(reinnervation)라 부른다 (PMID 33212795, PMID 10219748). 다만 이 재생은 느리다. 하루에 약 2~4mm씩 자라고, 자란 축삭이 원래 가던 자리를 정확히 찾아가지 못해 완전한 기능 회복은 드물다 (PMID 10219748).
그런데 중추신경, 즉 뇌와 척수의 긴 신경로는 이렇게 다시 자라지 못한다. 중추신경계는 안정성을 위해 성장을 억누르는 여러 '브레이크'를 갖고 있어, 끊어진 축삭이 원래 길이만큼 재생되기 어렵다. 반면 말초신경계에는 재생을 부추기는 '촉진자'들이 있다 (PMID 32527334). 그래서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이후의 회복은, 잘려나간 축삭을 새로 잇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살아남은 회로를 재조직하고 강화하는 방식, 즉 신경가소성에 주로 기댄다.
이 구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가소성은 살아남은 것을 다시 배열해 비교적 이른 시일에 기능을 되찾게 하고, 신경재생(regeneration)은 새로운 연결과 세포를 새로 만들어 오랜 시간에 걸쳐 잃은 것을 대체하려 한다 (PMID 32527334). 말초신경 손상의 회복은 후자에 크게 기대지만, 중추신경 손상의 회복은 전자가 중심이다. 그러니 이 글이 다루는 것은 신경계 전체의 회복이 아니라, 중추신경의 회복 = 신경가소성이다. 재활에서 만나는 "신경가소성"이 곧 신경계 모든 손상의 회복 원리인 것은 아니다 — 손목이 잘려 신경이 끊긴 사람의 회복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엄밀히 하자면 중추신경에도 국소적인 축삭 곁가지 뻗기 같은 제한적 재생이 존재하고, 자극이나 훈련으로 이를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PMID 35034745). 하지만 긴 신경로 전체가 원래대로 재생되는 일은 드물며, 회복의 주된 동력은 여전히 가소성이다.)
핵심 개념을 쉽게 —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며 스스로를 재조직하는 능력이다. 한때는 이런 유연함이 어린 시절에만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평생에 걸쳐 이어지며 학습·기억·손상 회복을 떠받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PMID 40280532). 재활 논문에 되풀이해 나오는 핵심 용어들을 하나씩 풀어 보자.
① 시냅스 가소성 — 연결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
뉴런과 뉴런이 만나는 지점을 시냅스(synapse)라 한다. 시냅스 가소성이란 이 연결의 세기가 활동에 따라 세지거나 약해지는 현상이다. 두 뉴런이 함께 활발히 활동하면 연결이 강해지고(장기 강화, LTP), 반대로 약해지기도 한다(장기 억압, LTD). 이 둘은 뇌에서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시냅스 가소성의 두 축이며, 학습과 기억의 세포 수준 토대로 여겨진다 (PMID 8717637). 예컨대 특정 수용체(NMDA 수용체)를 약물로 막으면 장기 강화도, 공간 학습도 함께 손상된다는 고전적 실험이 이 연결을 보여 준다 (PMID 2552039). 이렇게 시냅스 연결이 조금씩 바뀌면서 신경망이 새로운 기억이나 운동 기술의 모양을 갖춰 간다 (PMID 35034736). 재활 훈련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도 이 시냅스 수준의 변화다.
② 피질 재조직 — 주변 뇌가 일을 나눠 맡는 것
피질 재조직(cortical reorganization/remapping)은 손상된 부위가 하던 일을 살아남은 주변 뇌 영역이 나눠 맡도록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것이다. 뇌에는 신체 각 부위를 담당하는 '지도'가 있는데, 이 지도는 고정된 게 아니라 사용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그려진다 (PMID 23774218). 뇌졸중 회복 환자를 기능적 MRI로 관찰하면, 손상된 쪽 감각운동피질의 활동이 늘고 반대쪽의 과활동이 줄면서 균형을 되찾는 모습이 운동 회복과 나란히 나타난다 (PMID 12876462). 자기자극(TMS)으로 손 운동 지도를 재 보면, 지도가 이동한 정도가 실제 악력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 즉 이 재조직은 단순한 부수현상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의미가 있다 (PMID 15294217).
③ 우회로와 미사용 경로의 동원
손상으로 주된 신경로가 끊겨도, 뇌와 뇌간에는 원래 잘 쓰이지 않던 간접 경로들이 남아 있다. 이들이 손상 부위를 우회해 자발적 운동 조절에 새롭게 동원될 수 있다 (PMID 35034745). 운동 시스템은 손상에 직면하면 살아남은 영역과 회로를 통해 어떻게든 출력을 만들어 내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PMID 23774218). 척수손상에서도, 병변을 넘어 살아남은 미세한 연결(임상적으로는 조용히 숨어 있던 연결)이 남아 있으면 그것을 매개로 잔여 기능을 끌어낼 여지가 생긴다 (PMID 26843089).
④ 활동 의존성 — 쓸수록 다시 배선된다
가소성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활동 의존성(activity-dependent) 또는 경험 의존성(experience-dependent)이다. 쉽게 말해 쓰는 만큼, 경험하는 만큼 회로가 다시 배선된다는 것이다. 손상된 뇌에서의 재학습은 정상 뇌에서의 학습과 같은 원리 위에서 일어나며, 재활은 바로 이 경험 의존적 가소성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PMID 18230848). 뇌졸중 후에는 활동에 따라 회로가 다시 연결되고 시냅스가 강화되는, 시간이 제한된 창이 열린다 (PMID 19888284).
한 가지 미묘하지만 중요한 단서가 있다. 운동피질의 변화는 단순히 많이 움직였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skill-dependent) 더 잘 일어난다 (PMID 12625638). 그저 반복해서 팔을 드는 것과, 의미 있는 과제를 새로 배우는 것은 뇌에 다르게 새겨진다는 뜻이다. 이 차이가 뒤에 나올 '과제 지향 훈련'의 근거가 된다.
⑤ 임계기 — 유연함에도 때가 있다
발달기의 뇌에는 특정 경험에 유난히 민감한 임계기(critical period)가 있다. 이 시기의 가소성은 나이가 아니라 경험에 의해 조절되며, 흥미롭게도 성인기에 다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PMID 15217343). 손상 이후의 성인 뇌에서 나타나는 가소성은 발달기 임계기의 메커니즘과 상당히 닮았지만, 성인 뇌가 실제로 재배선할 수 있는 정도와 걸리는 시간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PMID 24791715).
이 개념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CPASS 임상시험은 뇌졸중 후 과제 지향 운동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을 급성기(≤30일), 아급성기(2~3개월), 만성기(≥6개월)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아급성기에 시작한 군의 팔 기능 회복이 가장 컸고, 만성기에 시작한 군은 대조군 대비 유의한 개선이 없었다 (PMID 34544853). 즉 회복에는 특별히 잘 반응하는 민감한 시기가 있다는 것이 사람에게서도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나 — 임상의 풍경
개념을 임상에 연결해 보자. 재활 치료의 상당수는 앞의 원리들을 의도적으로 밀어붙이는 장치다.
뇌졸중 운동 회복
효과적인 신경재활의 원리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 경험 의존적 가소성을 최대한 끌어내라. 손상을 우회해 그저 편한 대로 살게 하는 보상(compensation) 전략과 달리, 진짜 회복(restitution)을 노리는 재활은 장애 자체를 줄여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 한다 (PMID 31920570). 이를 위해 운동학습 이론에서 뽑아낸 여러 원리 — 충분한 반복, 집중 연습, 과제 특이성, 목표 지향성, 난이도 조절, 즉각적 피드백 등 — 이 재활 처방의 뼈대가 된다 (PMID 31920570).
그 대표적 형태가 과제 지향 훈련(task-specific training)이다. 실제 생활에 쓰이는 의미 있는 동작을, 관련 있게·반복적으로·전체 과제로 연습시키는 접근인데, 그 근거는 앞서 본 경험 의존적·학습 의존적 가소성에 뿌리를 둔다 (PMID 19504501).
또 하나 잘 알려진 것이 제약유도운동치료(CIMT, constraint-induced movement therapy)다. 성한 팔을 일부러 묶어 못 쓰게 하고 마비된 팔을 집중적으로 쓰게 하는 치료다. 왜 이런 '불편한' 방식이 통할까. 뇌졸중 후 환자는 마비된 팔이 잘 안 움직이니 성한 팔에만 의존하게 되고, 그러다 마비된 팔을 '학습된 미사용(learned nonuse)' 상태로 방치하게 된다. CIMT는 이 학습된 미사용을 깨고 사용 의존적 피질 재조직을 끌어낸다 (PMID 12625639). 실제로 만성 뇌졸중 환자에서도 CIMT 뒤 자기자극(TMS)으로 잰 운동 지도가 넓어지고 흥분성이 커졌으며, 지도의 무게중심이 인접 영역으로 이동했다 — 손상된 반구에서 치료가 실제 뇌를 바꾼 흔적이다 (PMID 9696052). 이런 신경가소적 변화는 CIMT의 치료 효과에 핵심적인 것으로 보인다 (PMID 24309263).
가소성은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후두엽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조차, 오래도록 고정·영구적이라 여겨졌지만 시각 훈련으로 일부 회복될 수 있음이 드러났고, 여기서도 손상 후 이른 아급성기에 시작할수록 더 빠르고 넓게 회복되는 기회의 창이 관찰됐다 (PMID 35034749).
척수손상과 보행 회복
한때 재활은 "신경계는 배선이 고정돼 고칠 수 없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그래서 보조기와 휠체어로 결손을 보상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활동 의존적 가소성의 증거가 쌓이면서, 재활을 보상이 아니라 걷기 회복의 능동적 동력으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PMID 17012645).
핵심 통찰은 척수 자체가 '똑똑하다'는 것이다. 동물 실험에 따르면 척수에는 걷기 비슷한 리듬 출력을 만들어 내는 신경망이 있고, 이 회로는 적절한 감각 되먹임을 주는 반복적 보행 훈련으로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PMID 23336934). 그래서 체중을 일부 지지해 주며 트레드밀이나 지면에서 걷는 동작을 반복시키는 보행 훈련(locomotor training)이 쓰인다. 이 방식은 불완전 척수손상 환자에서 보행 능력을 개선했다 (PMID 28628595). 다만 효과는 손상의 정도에 크게 좌우된다. 운동 완전마비에서는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경막외 전기자극(epidural stimulation) 같은 신경조절을 함께 써야 회복 가능성이 열린다 (PMID 23336934, PMID 28628595). 실제로 만성 척수손상자 9명에게 경막외 전기자극을 재활과 결합해 적용하자 걷기가 회복됐고, 연구진은 그 회복에 필수적인 특정 신경세포 집단까지 짚어냈다 (PMID 36352232).
동물 모델에서는 이 원리가 세포 수준에서도 확인된다. 과제 지향 보행 훈련을 받은 불완전 척수손상 쥐는 운동피질에서 시냅스·가소성 관련 단백질(시냅토파이신, BDNF 등)의 발현이 늘었고, 이것이 더 나은 보행 회복을 뒷받침했다 (PMID 31276690). 유산소 운동 역시 뇌졸중 후 신경가소성을 촉진하는 잠재력이 있으나,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리고 측정 방식이 제각각이라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PMID 34669820).
흔한 오해 — 가소성에 대한 다섯 가지 착각
가소성은 매혹적인 개념이라 쉽게 과장된다. 초록이 지지하는 선에서, 흔한 오해 몇 가지를 바로잡아 보자.
① "가소성은 무조건 좋다." 아니다. 가소성에는 해로운(maladaptive) 방향도 있다. 뇌졸중 후 성한 쪽에 의존하며 굳어진 보상 동작, 잘못 동원된 반대쪽 운동 투사, 양 반구 사이의 비정상적 억제 등은 오히려 정상적 운동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PMID 22792492). 동물 실험에서는 성한 앞다리로 기술을 학습시키자 반대쪽(손상 반구)의 마비 앞다리 회복이 오히려 나빠지고 재활 훈련의 효과가 줄었다 (PMID 23709698). 척수에서도 가소성은 양날의 칼이어서, 잘못 주어진 자극은 통증 회로를 과민하게 만들고 학습·회복을 방해하는 부적응적 가소성을 낳을 수 있다 (PMID 23087647). 그래서 가소성은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조율해야 하는 대상이다.
② "빠를수록, 셀수록 좋다." 꼭 그렇지 않다. 동물 실험에서 손상 직후 첫 1주에 마비 앞다리를 강제로 과사용시키자, 살아남은 주변 조직이 오히려 손상을 받아 병변이 커지고 기능 회복이 크게 방해받았다 (PMID 9507166).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아주 이른 시기의 고강도 재활 시작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더 많은 치료량이 곧 더 나은 회복을 뜻하지도 않았다 (PMID 28157752). 앞서 본 CPASS도 만성기보다 아급성기라는 적기가 있음을 보여 줬다 (PMID 34544853). 회복은 무작정 빠르고 세게가 아니라 때와 방식의 문제다.
③ "그냥 많이 움직이면 된다." 단순 반복과 새 기술 학습은 다르다. 운동피질의 구조적 변화는 단지 많이 쓰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 더 잘 일어난다 (PMID 12625638). 재활에서 의미 있는 과제, 목표 지향적 연습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④ "회복은 곧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개선이 진짜 회복(잃은 기능의 복원)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대신하는 보상(compensation)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은 행동 수준에서도 신경 수준에서도 다르며, 재활 연구의 오랜 핵심 질문이다 (PMID 28512585, PMID 31920570).
⑤ "원리는 어디서나 똑같다." 회복 원리는 부위·손상 정도·종(種)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고양이 완전 척수절단 모델에서는 과제 특이적 훈련 없이도 서기와 걷기가 회복됐는데, 이는 척수 회로의 흥분성이 되돌아온 결과로 해석됐다 (PMID 31825306). 동물에서 통하는 것이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경가소성은 만능 열쇠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달리 작동하는 복잡한 현상이다.
더 깊이 가려면
여기까지가 재활 논문을 읽기 위한 최소한의 개념 지도다. 더 들어가고 싶다면 다음 방향들이 좋은 출발점이다.
- 가소성의 원리들: 경험 의존적 가소성의 10가지 원리를 정리한 고전적 리뷰(PMID 18230848)와, 운동학습에 기반한 신경재활의 15가지 원리(PMID 31920570)는 기초와 임상을 잇는 다리다.
- 신경조절 기술: 자기자극(TMS), 경두개 직류자극(tDCS), 경막외·미주신경 자극 등 가소성을 겨냥한 도구들이 빠르게 발전 중이다. 뇌졸중과 척수손상에서 훈련과 자극을 결합하는 접근이 특히 활발하다 (PMID 26843089, PMID 36352232).
- CNS와 PNS의 경계: 왜 말초신경은 재생되고 중추신경은 그러기 어려운가라는 근본 물음은, 재생을 억누르는 '브레이크'를 이해하고 그것을 풀려는 연구로 이어진다 (PMID 32527334).
- 한계와 미해결: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번역 문제, 진짜 회복과 보상의 구분, 부적응적 가소성의 통제 — 이 회색지대들이 지금 재활 과학의 최전선이다 (PMID 28512585, PMID 23087647).
신경가소성은 "뇌는 고정돼 있다"는 오래된 믿음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낙관을 준다. 그러나 그 낙관은 무한하지 않다. 가소성은 조건을 타고, 방향을 타고, 때를 탄다. 이 유연함과 그 한계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 재활 논문 한 편을 제대로 읽는 첫걸음이다.
이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일 뿐,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별 환자의 재활 방향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근거 논문
회복의 큰 그림 (급성기 vs 재활, 자연 회복)
- 뇌졸중 후 회복 리뷰 (PMID 32224759)
- 뇌졸중 재활 리뷰 (PMID 28157752)
- 뇌손상 후 회복의 신경학적 토대 (PMID 21600588)
CNS/PNS 경계 (가소성 vs 축삭 재생·재신경지배)
- 신경재생과 가소성 — 손상 후 기능 회복의 생리 기전 (PMID 32527334)
- 말초신경 재생과 근육 재신경지배 (PMID 33212795)
- 신경 손상·축삭 변성·재생의 기본 (월러 변성) (PMID 10219748)
- 척수손상의 신경가소성과 복구 (PMID 35034745)
핵심 개념 — 시냅스 가소성·피질 재조직·활동 의존성·임계기
- 가소성과 학습의 기본 기전 (PMID 35034736)
- 장기 억압(LTD) — 학습 관련 시냅스 가소성 (PMID 8717637)
- NMDA·LTP와 공간 학습 (AP5) (PMID 2552039)
- 뇌졸중 후 피질 재조직: 얼마나, 얼마나 기능적인가 (PMID 23774218)
- 편마비 환자의 운동 회복과 피질 재조직 (fMRI) (PMID 12876462)
- 피질하 뇌졸중: 운동 예후와 피질 재조직 상관 (TMS) (PMID 15294217)
- 신경가소성 — 현재의 돌파구 (PMID 40280532)
- 경험 의존적 신경가소성의 10가지 원리 (PMID 18230848)
- 뇌졸중 회복의 가소성: 시냅스에서 행동까지 (PMID 19888284)
- 임계기 조절 (PMID 15217343)
- 성인 손상 후 가소성 — 임계기 기전의 재현? (PMID 24791715)
- CPASS 임상시험 (사람의 민감기) (PMID 34544853)
임상 — 뇌졸중 운동 회복·CIMT·척수 보행
- 운동학습·뇌가소성에 기반한 신경재활 원리 (PMID 31920570)
- 과제 특이적 훈련의 근거와 임상 적용 (PMID 19504501)
- CIMT — 가소성을 활용한 운동장애 치료법 (PMID 24309263)
- CIMT 후 운동 회복과 대규모 피질 재조직 (PMID 12625639)
- CIMT 중 운동피질 가소성 (TMS 지도) (PMID 9696052)
- 운동피질의 기능적·구조적 가소성 (기술 의존성) (PMID 12625638)
- 피질맹의 시각 재활 (CNS 가소성의 확장) (PMID 35034749)
- 척수손상 재활의 패러다임 전환 (PMID 17012645)
- 척수손상 보행 훈련의 생리적 기초 (PMID 23336934)
- 척수손상 활동 기반 치료 (PMID 28628595)
- 마비 후 걷기를 되살리는 신경세포 (경막외 자극) (PMID 36352232)
- 요추 척수 회로 경막외 자극 (PMID 26843089)
- 불완전 척수손상 보행 훈련과 피질 가소성 (동물) (PMID 31276690)
- 뇌졸중 후 유산소 운동과 신경가소성 (PMID 34669820)
흔한 오해 — 부적응적 가소성·시기·기술 의존성·보상
- 뇌졸중 후 부적응적 가소성 (PMID 22792492)
- 뇌졸중 모델의 운동 가소성: 본질적으로 사용 의존적, 그러나 불안정 (PMID 23709698)
- 척수의 부적응적 가소성 (PMID 23087647)
- 손상 초기 취약기의 과사용에 의한 손상 악화 (PMID 9507166)
- 회복과 보상의 기전 이해 (PMID 28512585)
- 서기·걷기 회복은 과제 특이적 훈련을 요구하지 않는다 (고양이) (PMID 31825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