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eris 아티클
항체란 무엇인가 — 미리 깎아 둔 수백만 개의 열쇠, 그중 맞는 것
몸은 아직 만나지 않은 상대에게 맞는 항체를 어떻게 미리 갖고 있을까. 유전자 조각을 잘라 붙이는 재조합에서, 맞는 것만 골라 다듬는 배중심, 기억으로 남는 B세포까지 따라갑니다.
항체란 무엇인가 — 미리 깎아 둔 수백만 개의 열쇠, 그중 맞는 것
처음 보는 바이러스
해마다 겨울이 오면 뉴스에 새 이름의 바이러스가 나옵니다. 그 바이러스는 우리가 태어날 때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몸은 대개 며칠을 앓고 나서 그 바이러스를 이겨 냅니다.
어릴 때 한 번 앓은 어떤 병은 다시 걸리지 않거나, 걸려도 가볍게 지나간다는 말도 흔히 듣습니다. 몸이 그 병을 기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몸이 처음 보는 상대를 붙잡는 데 쓰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항체입니다. 이상한 점은, 몸이 상대를 만나기 전부터 거기에 맞는 항체(antibody)를 만들 준비를 이미 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항체의 생김새에서 시작해, 몸이 수없이 많은 종류를 미리 만들어 두는 방법과 맞는 것을 골라 키우는 방법, 그리고 그 일이 기억으로 남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Y자 모양의 열쇠
항체 하나는 보통의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그 모양은 알파벳 Y를 닮았습니다. 항체는 B세포(B cell)가 만들어 내는 Y자 모양의 단백질로, 특정한 표적에 정확히 들러붙습니다. B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백혈구로, 세포 하나가 한 가지 표적에 맞는 항체만 만듭니다.
항원(antigen)은 면역이 알아보는 표적으로, 대개 침입자나 바깥 물질의 일부분입니다. 항체는 긴 사슬 둘과 짧은 사슬 둘이 짝을 지어 Y자를 이룹니다 (PMID 15618007). 가변 부위(variable region)는 Y자의 두 팔 끝에서 표적을 붙잡는 부분으로, 항체마다 모양이 다릅니다. 항체가 거의 모든 종류의 항원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이 끝부분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PMID 32031242).

B세포는 자기가 만들 항체를 먼저 표면에 달고 다니다가, 같은 항체를 밖으로 내보내기도 합니다 (PMID 27793570). B세포가 상대를 알아보는 방식은 T세포(T cell)와 다릅니다. T세포는 다른 세포의 표면에 걸린 단백질 조각을 확인하고 다니며 침입자나 감염된 세포를 알아보는 백혈구입니다. B세포는 이와 달리 상대를 쪼개지 않은 본래 모양 그대로 알아봅니다 (PMID 27793570).
이 글은 항체를 열쇠에, 항원의 모양을 자물쇠에 견줍니다. 열쇠 날의 굴곡이 자물쇠에 맞아야 들어가듯, 가변 부위의 모양이 항원의 모양에 맞아야 항체가 붙습니다. 다만 항체는 자물쇠를 열지 않습니다. 붙잡아서 막거나, 다른 면역 세포가 알아보도록 표시를 남깁니다.
항체는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에 속합니다. 적응면역은 특정한 상대만 골라 알아보고, 만난 상대를 기억해 다음 만남에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면역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갖춘 면역과 이 층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면역은 어떻게 '나'와 '남'을 구별하나 — 문을 지키는 경비, 얼굴을 기억하는 순찰대」이 따라갑니다.
항체는 두 팔 끝으로 한 가지 모양을 붙잡는 열쇠이고, B세포 하나는 그런 열쇠를 한 가지만 만듭니다.
한 사람 안의 수백만 가지 열쇠
B세포들은 모두 합쳐 수백만 가지의 서로 다른 항체를 만들고, 그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항원을 알아봅니다 (PMID 15618007). 그런데 이런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PMID 33679727). 수백만 가지 항체를 유전자에 하나씩 따로 적어 둘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바이러스학자이자 면역학자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은 이 수수께끼에 대담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몸이 먼저 온갖 모양의 항체를 B세포마다 하나씩 만들어 두고, 상대가 들어오면 거기에 맞는 B세포만 골라 불린다는 생각입니다. 클론(clone)은 세포 하나가 나뉘고 또 나뉘어 생긴, 똑같은 세포들의 무리입니다. 버넷의 이 생각을 클론 선택설이라고 부릅니다.
클론 선택(clonal selection)은 들어온 항원에 맞는 항체를 가진 B세포가 골라져, 같은 항체를 가진 클론으로 불어나는 일입니다. 상대에 붙는 수많은 단백질을 몸이 계속 만들어 내고, 그 가운데 일부만 골라 더 불리는 구조가 이 생각의 뼈대입니다 (PMID 2497040).
버넷의 생각에는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항체를 정하는 유전자의 한 부분이 세포마다 무작위로 섞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뒤 반세기의 연구가 이 짐작을 뒷받침했습니다 (PMID 18180793).
이 다양성은 몸이 앞으로 만날 수많은 위협을 미리 내다보듯 마련됩니다 (PMID 30690255). 그것도 아주 이른 때부터입니다. 엄마 배 속 아기의 B세포와 T세포가 상대를 알아보는 데 쓰는 단백질은 임신 중기가 끝날 무렵이면 이미 매우 다양합니다 (PMID 28466095).
열쇠로 말하면, 어떤 자물쇠가 올지 모른 채 온갖 모양의 열쇠를 미리 깎아 두고, 자물쇠가 오면 맞는 열쇠를 찾아 그것만 복사하는 방식입니다. 이 비유에는 한계가 하나 있습니다. 실제로는 앞으로 올 자물쇠를 알고 열쇠를 설계하는 열쇠공이 없습니다. 깎는 일은 무작위이고, 고르는 일은 들어온 상대가 합니다.
몸은 상대를 만나기 전에 수백만 가지 항체를 무작위로 만들어 두고, 들어온 상대에 맞는 B세포만 골라 불립니다.
유전자 조각을 골라 이어 붙인다
항체를 만드는 세포에서는 항체 유전자의 생김새가 몸의 다른 세포와 다릅니다. 1976년, 일본의 분자생물학자 호즈미 노부미치와 도네가와 스스무는 생쥐의 두 가지 세포에서 항체 유전자를 비교했습니다. 하나는 아주 이른 배아의 세포였고, 다른 하나는 항체를 만드는 종양 세포였습니다. 두 사람이 살핀 것은 짧은 사슬의 유전자였습니다. 배아의 세포에서는 짧은 사슬의 팔 끝을 정하는 유전자와 나머지 부분을 정하는 유전자가 서로 다른 두 DNA 토막에 있었습니다. 항체를 만드는 종양 세포에서는 두 유전자가 그보다 작은 DNA 토막 하나에 함께 있었습니다 (PMID 824647). 저자들은 떨어져 있던 두 유전자가 항체를 만드는 세포로 자라는 동안 하나로 이어 붙는다고 해석했습니다 (PMID 824647).
이 이어 붙이기의 얼개는 지금 이렇게 그려집니다. 팔 끝을 정하는 유전자는 V, D, J 같은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조각마다 비슷한 것이 여러 벌 줄지어 있습니다 (PMID 32031242).
V(D)J 재조합(V(D)J recombination)은 자라는 B세포가 V·D·J 유전자 조각을 하나씩 무작위로 골라, 그 사이의 DNA를 잘라 내고 이어 붙여 가변 부위의 유전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재조합이 항체의 다양성을 만드는 핵심 장치입니다 (PMID 32031242). 고를 수 있는 조각이 많아서, 이 과정 하나가 다양성의 큰 몫을 차지합니다 (PMID 12045092).
차이는 거기서 더 생깁니다. 조각을 이어 붙인 자리가 매번 정확하지 않아 이음매에서 작은 차이가 덧붙고, 긴 사슬과 짧은 사슬이 어떤 짝을 이루는가에서도 차이가 생깁니다 (PMID 30690255, PMID 9122742). 열쇠로 말하면, 날을 세 마디로 나눠 서랍마다 여러 벌 든 마디에서 하나씩 집어 잇고, 그 이음매를 매번 조금씩 다르게 붙이는 방식입니다.

몸의 세포 가운데 자기 유전자를 이렇게 바꿔 쓰는 것은 B세포와 T세포뿐입니다 (PMID 11444378). 염색체를 끊었다 잇는 일은 위험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어긋나면 염색체 조각이 엉뚱한 자리에 붙을 수 있고, B세포·T세포에서 생기는 일부 암이 그런 어긋남과 이어져 있습니다 (PMID 15242404, PMID 26104458). 다만 이 과정은 대개 매우 정밀하게 조절되어, 나쁜 결과는 아주 적거나 드러나지 않습니다 (PMID 15242404).
B세포마다 항체가 다른 까닭은, 자라는 동안 유전자 조각을 무작위로 골라 이어 붙이기 때문입니다.
맞는 열쇠를 복사하고, 더 잘 맞게 간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수많은 B세포 가운데 표면의 항체가 그 바이러스를 붙잡은 몇 개가 깨어납니다. 깨어난 B세포는 불어나고, 돌연변이를 얻어 더 단단히 붙는 항체를 만들게 되며, 항체의 종류도 바꿉니다 (PMID 9122742).
이 일이 벌어지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배중심(germinal center)은 감염이나 백신 뒤 림프절(lymph node) 같은 곳에 잠깐 생기는 작은 구역으로, 깨어난 B세포가 불어나며 항체를 다듬는 곳입니다. 그 안에서 B세포가 불어나고, 돌연변이를 얻고, 골라지는 일이 한자리에서 일어납니다 (PMID 22224772).
체세포 과돌연변이(somatic hypermutation)는 깨어난 B세포가 불어나는 동안 가변 부위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아주 높은 빈도로 쌓이는 일입니다. 돌연변이는 유전자에 한 글자씩 차례로 들어가고 (PMID 17328676), 그 결과 항원에 붙는 힘이 저마다 다른 변종 항체들이 생깁니다 (PMID 32323268).
친화도(affinity)는 항체가 항원을 얼마나 단단히 붙잡는지를 나타내는 정도입니다. 변종 가운데 친화도가 높아진 B세포는 도움을 주는 T세포 같은 다른 면역 세포의 신호를 받아 골라지고, 더 불어납니다 (PMID 32323268). 이 바꾸기와 고르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되풀이됩니다 (PMID 11138628).
친화도 성숙(affinity maturation)은 돌연변이와 고르기가 되풀이되며 항체의 친화도가 점점 높아지는 일입니다. 무작위로 바뀐 것 가운데 잘 맞는 것이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이 과정은 다윈식 진화에 견주어집니다 (PMID 35113731). 버넷이 나중에 다듬은 클론 선택설이 그린 그림과도 닮았습니다 (PMID 18180793).
열쇠로 말하면, 대충 맞던 열쇠를 복사하면서 날을 줄로 조금씩 아무렇게나 갈고, 자물쇠에 더 잘 맞게 된 것만 남기는 일입니다. 줄질하는 손은 자물쇠를 보지 않습니다. 자물쇠에 대 보는 일은 고르는 단계가 합니다.
이 과정의 끝에서 B세포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항체를 쏟아 내는 세포와, 상대를 기억해 두는 세포입니다 (PMID 32323268).
맞는 B세포는 배중심에서 불어나며 돌연변이와 고르기를 되풀이해, 점점 더 단단히 붙는 항체를 만듭니다.
날은 그대로 두고 줄기를 바꾼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가장 먼저 나오는 항체는 IgM입니다 (PMID 33066119).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은 항체를 부르는 다른 이름으로, 줄기 쪽 모양에 따라 IgM·IgG·IgA 같은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IgM은 Y자 다섯 개나 여섯 개가 묶인 큰 덩어리라, 상대를 붙잡는 팔 끝이 10개나 12개입니다 (PMID 33066119). 팔 하나하나가 붙는 힘은 대개 IgG보다 약해도, 여럿이 한꺼번에 붙어 단단히 잡습니다 (PMID 33066119).
그 뒤 B세포는 항체의 종류를 바꿉니다. 클래스 전환(class switching)은 B세포가 항체의 팔 끝은 그대로 둔 채 줄기 쪽을 바꿔, 다른 종류의 항체를 만들게 되는 일입니다. 줄기가 바뀌면 같은 항원을 겨눈 채로 항체가 하는 일이 상대를 없애기에 알맞게 달라집니다 (PMID 35169260, PMID 32031242).
첫 반응은 IgM이 이끌고, 한 번 만난 상대를 기억한 몸에서는 줄기를 바꾼 항체가 주를 이룹니다 (PMID 29664567). 이미 만난 상대로부터 몸을 지키는 힘은 그 상대에 맞는 IgG를 만드는 일과 깊이 이어져 있습니다 (PMID 29664567). IgA와 IgE도 상대의 성질과 들어오는 길에 따라 몸을 지킵니다 (PMID 29664567).
IgE(immunoglobulin E)는 알레르기 반응에 주로 관여하는 항체의 한 종류입니다. 꽃가루처럼 해가 없는 물질에 IgE가 만들어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알레르기란 무엇인가 — 잘못 울리는 경보, 더 자주 울리게 된 까닭」이 따라갑니다.
열쇠로 말하면, 날은 그대로 두고 손잡이만 바꿔 다는 일입니다. 손잡이는 다른 면역 성분이 잡는 쪽이고, 그 이야기는 다음다음 절에서 이어집니다.
쏟아 내는 세포, 기억하는 세포
깨어난 B세포 가운데 일부는 항체를 만드는 데만 몰두합니다. 형질세포(plasma cell)는 B세포가 바뀐 것으로, 항체를 쉬지 않고 대량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세포입니다. 형질세포는 몸의 항체 공장으로 불리고 (PMID 24700574), 늘 많은 양의 항체를 내보냅니다 (PMID 9122742).
형질세포에는 짧게 사는 것과 오래 사는 것이 있습니다. 짧게 사는 형질세포는 림프절과 비장 안에서 배중심 바깥 자리에 머뭅니다. 일부 세포는 림프절 같은 곳에서 골수로 옮겨 가 오래 사는 형질세포가 됩니다 (PMID 24700574). 골수 안에는 이 세포의 긴 수명을 받치는 특별한 자리가 있습니다 (PMID 24700574).
다른 일부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기억 B세포(memory B cell)는 한 번 만난 상대에 맞는 항체를 지닌 채 오래 살아남아,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나면 곧바로 깨어나는 B세포입니다. 같은 상대가 다시 오면 기억 B세포는 그 상대에 맞고 단단히 붙는 항체를 빠르게 만들어 냅니다 (PMID 9122742). 되풀이되는 감염, 특히 모양이 조금 바뀐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키는 데 기억 B세포가 큰 몫을 합니다 (PMID 37400644).
백신은 이 기억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병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로 상대의 모습을 미리 보여 주어, 몸이 맞는 열쇠를 골라 다듬고 그 여벌을 간직하게 합니다. 백신 뒤나 감염 뒤 생긴 항체는 여러 감염을 막는 데 꼭 필요한 몫을 합니다 (PMID 39162394). 한 종설은 변이까지 넓게 붙는 항체를 만드는 질 좋은 기억 B세포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는 것이 백신 개발에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PMID 37400644).
항체를 쏟아 내는 형질세포와, 상대를 기억해 두는 기억 B세포가 같은 과정에서 함께 생깁니다.
항체가 하는 일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불어나지 못해, 사람의 세포에 달라붙어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항체의 팔 끝이 막는 것이 이 길입니다. 중화(neutralization)는 항체가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에 붙어, 그것이 세포에 들어가거나 해를 끼치지 못하게 막는 일입니다.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단계, 안으로 들어가는 단계, 세포와 합쳐지는 단계,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세포를 빠져나가는 단계를 막을 수 있습니다 (PMID 39162394).
줄기 쪽은 다른 면역 성분을 부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체입니다. 보체(complement)는 피 속에 늘 떠 있는, 태어날 때부터 갖춘 면역 쪽의 단백질 무리로, 항체가 붙은 자리에서도 켜져 침입자를 터뜨리거나 다른 면역 세포를 돕습니다. 항체의 줄기는 보체와, 여러 면역 세포의 표면에서 항체 줄기를 붙잡는 단백질에 붙어, 태어날 때부터 갖춘 면역과 항체 쪽 면역을 잇습니다 (PMID 39162394). 팔 끝이 많은 IgM은 특히 보체를 잘 불러내, 세포를 터뜨리는 데 효율적입니다 (PMID 33066119). 항체가 붙은 침입자는 다른 면역 세포가 집어삼키기도 쉬워집니다 (PMID 27793570).
항체는 보체 같은 다른 성분과 함께 일하기도 하고, 그것 없이 일하기도 합니다 (PMID 26104200). 몸속에서는 이런 일 여럿이 한꺼번에, 또는 차례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PMID 26104200).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일처럼 침입자가 자리 잡거나 병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기능이 있는 한편, 항체가 오히려 침입자가 불어나는 것을 돕거나 병을 거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PMID 26104200).
피 검사로 어떤 항체를 찾는 것은, 대개 몸이 그 상대를 이미 만났거나 백신으로 그 모습을 본 흔적을 찾는 일입니다. 다만 항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몸이 얼마나 지켜지는지가 다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를 놓고 보면,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은 사람 대부분이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겨눈 중화 IgG를 만들지만, 그 항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병을 막는 힘이 다 설명되지 않고 보체와 다른 면역 세포를 부르는 일도 함께 작용합니다 (PMID 37778697).
항체는 팔 끝으로 침입자를 붙잡아 막고, 줄기로 보체와 다른 면역 세포를 불러 침입자를 없애게 합니다.
처음 보는 바이러스가 들어온 날
앞에서 본 것을 한 장면에 이어 봅니다. 처음 보는 바이러스가 코로 들어왔다고 해 봅시다.
몸속 수백만 가지 B세포 가운데, 표면의 항체가 그 바이러스의 어딘가를 붙잡는 B세포가 있습니다. 유전자 조각을 무작위로 이어 붙여 미리 만들어 둔 항체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항원을 알아볼 만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PMID 32031242, PMID 30690255). 붙잡은 B세포는 깨어나 불어납니다 (PMID 9122742).
가장 먼저 나오는 항체는 팔이 많은 IgM입니다 (PMID 33066119). 그동안 배중심에서는 돌연변이와 고르기가 되풀이되어, 그 바이러스에 더 단단히 붙는 B세포가 남습니다 (PMID 32323268). 이런 반응에서는 많은 B세포가 줄기를 바꿔 IgG나 IgA를 만들게 됩니다 (PMID 38143767).
그 끝에서 형질세포가 항체를 쏟아 내고, 기억 B세포가 남습니다 (PMID 32323268).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오면, 기억 B세포는 단단히 붙는 항체를 빠르게 만들어 냅니다 (PMID 9122742).
이 장면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만남의 반응이 첫 번째보다 빠르고 더 잘 맞는 항체로 출발한다는 데까지입니다. 그것이 실제로 몸을 얼마나 지켜 주는지는 바이러스와 항체가 하는 여러 일에 따라 다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항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고, 보체와 다른 면역 세포를 부르는 일도 함께 작용합니다.
같은 무작위가 나를 겨누는 열쇠도 깎는다
막 만들어진 B세포의 항체 가운데 많게는 70%가 자기 몸의 물질에 붙는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PMID 31556969). 처음 갖춘 B세포 무리 전체로 봐도 절반이 넘는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PMID 20727040). 무작위로 깎다 보면 우리 집 자물쇠에 맞는 열쇠도 나옵니다.
자가면역은 몸을 지키는 면역이 자기 몸의 세포를 적으로 잘못 알아보고 공격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몸에는 이런 B세포를 걸러 내는 단계가 여럿 있습니다. 자라는 B세포의 75% 넘게가 유전자 조각을 잘못 이어 붙였거나 자기 몸의 물질을 알아봐서 죽습니다 (PMID 15618007).
살아남은 B세포에도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자기 몸에 붙는 B세포는 항체 유전자를 다시 고쳐 쓰거나, 없어지거나,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묶입니다 (PMID 16477212, PMID 12633668). 반응하지 않게 묶여 있던 B세포가 배중심에서 돌연변이를 거쳐 자기 몸에서 멀어지고, 바깥 침입자만 겨누는 세포로 바뀌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PMID 31556969).
배중심의 돌연변이도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돌연변이가 자기 몸에 붙는 B세포를 새로 만들 수 있어서, 배중심의 반응은 엄격하게 조절됩니다 (PMID 30410492). 면역 반응이 벌어지는 동안 도움을 주는 T세포의 신호를 제한하는 것도 이런 B세포를 누르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PMID 16477212).
이 안전장치에도 틈이 있습니다. 반응하지 않게 묶여 있던 B세포가 어떤 상황에서는 다시 깨어나, 자기 몸을 해치는 항체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PMID 31556969). 자기 몸을 겨누는 T세포를 몸이 어떻게 다스리고, 그 장치가 고장 나면 어떤 병이 되는지는 「면역은 왜 나를 공격하지 않나 — 순찰대에 거는 브레이크」가 따라갑니다.
항체를 다양하게 만드는 무작위는 자기 몸에 붙는 항체도 만들고, 몸은 그것을 여러 단계에서 걸러 냅니다.
어디를 더 볼까
잘라 붙이기와 다듬기의 세부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물음이 남아 있습니다. 2020년의 한 종설은 V(D)J 재조합과 클래스 전환과 체세포 과돌연변이가 유전자 수준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PMID 32031242). 2024년의 한 종설은 어떤 병원체에 대해서는 오래가는 보호를 주는 백신을 어떻게 설계할지 아직 모른다고 적습니다 (PMID 38670066).
몸이 처음 보는 침입자를 어떻게 알아보고, 태어날 때부터 갖춘 면역과 만난 상대에 맞춰 골라 키우는 면역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면역은 어떻게 '나'와 '남'을 구별하나 — 문을 지키는 경비, 얼굴을 기억하는 순찰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몸을 겨누는 T세포를 몸이 어떻게 다스리는지는 「면역은 왜 나를 공격하지 않나 — 순찰대에 거는 브레이크」가, IgE가 일으키는 일은 「알레르기란 무엇인가 — 잘못 울리는 경보, 더 자주 울리게 된 까닭」이 이어 갑니다.
백신에도 쓰이게 된 mRNA라는 분자가 약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거절당한 분자 — mRNA가 약이 되기까지 걸린 수십 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백신 뒤에 보고된 일과 백신이 일으킨 일을 어떻게 가려내는지는 「보고됐다와 일으켰다 사이 — 백신 부작용에서 잡힌 것과 걸러진 것」이 다룹니다.
근거 논문
- "Evidence for somatic rearrangement of immunoglobulin genes coding for variable and constant regions." (1976) — PMID 824647 — 생쥐 배아 DNA에서는 κ 짧은 사슬의 가변(V)·불변(C) 부위 유전자가 서로 다른 두 토막에 있었고, κ 사슬을 만드는 종양 세포에서는 V·C에 함께 붙는 더 작은 토막 하나만 보임. 림프구가 자라는 동안 이어 붙어 연속된 구간이 된다고 저자들이 해석.
- "V(D)J recombination, somatic hypermutation and class switch recombination of immunoglobulins: mechanism and regulation." (2020) — PMID 32031242 — 가변 부위의 극단적 다양성, V·D·J 조각의 무작위 선택·절단·결합이 다양성의 핵심 기전, 클래스 전환·체세포 과돌연변이, 유전적 기전은 아직 불분명.
- "Antibody diversification by somatic mutation: from Burnet onwards." (2008) — PMID 18180793 — 버넷의 클론 선택설이 요구한 무작위화 과정을 반세기 연구가 뒷받침, RAG에 의한 1차 다양성과 항원 만남 뒤 체세포 과돌연변이에 의한 2차 다양성·몸속 진화.
- "B-cell development and differentiation." (1997) — PMID 9122742 — 부정확한 재조합이 다양성의 원천, 항원 자극 뒤 증식·돌연변이·클래스 전환, 오래 살며 빠르게 고친화도 항체를 만드는 기억 B세포와 항체를 늘 대량 분비하는 형질세포.
- "B cells." (2005) — PMID 15618007 — B세포는 수백만 가지 항체를 만들고, 수용체는 무거운 사슬 둘·가벼운 사슬 둘, 발달 중 B세포의 75% 넘게가 부적절한 재조합이나 자기 항원 인식으로 사멸.
- "Antigen Presentation to B Cells." (2016) — PMID 27793570 — B세포는 T세포와 달리 항원을 본래 모양 그대로 인식, 같은 수용체가 분비되어 식작용·보체 활성화·중화를 시작.
- "Dynamic 3D Locus Organization and Its Drivers Underpin Immunoglobulin Recombination." (2020) — PMID 33679727 — 한정된 수의 유전자에서 매우 다양한 수용체 레퍼토리를 만들어야 함.
- "The B cell repertoire." (1989) — PMID 2497040 — 수많은 수용체를 계속 만들고 그 가운데 일부를 골라 증식시키는 기전, 친화도 변화와 자가반응 세포 제한.
- "Affinity war: forging immunoglobulin repertoires." (2019) — PMID 30690255 — 조각 조립·이음매 무작위성·무거운·가벼운 사슬 조합이 다양한 위협을 내다보는 선제적 다양성을 만들고, 강한 선택이 뒤따름.
- "Survival of the fetus: fetal B and T cell receptor repertoire development." (2017) — PMID 28466095 — 태아의 B·T세포 수용체 레퍼토리는 임신 중기 말에 이미 매우 다양.
- "V(D)J recombination: RAG proteins, repair factors, and regulation." (2002) — PMID 12045092 — 고를 조각이 많아 V(D)J 재조합이 면역 반응 다양성의 큰 몫을 차지.
- "Regulation of antigen receptor gene assembly in lymphocytes." (2001) — PMID 11444378 — 포유류 유전체의 체세포 변경은 B·T세포에서만 일어남.
- "How to keep V(D)J recombination under control." (2004) — PMID 15242404 — 염색체 절단은 위험해 정밀하게 조절되고 대개 부정적 결과는 미미하거나 드러나지 않음, 어긋나면 림프 종양 관련 전좌.
- "V(D)J Recombination: Mechanism, Errors, and Fidelity." (2014) — PMID 26104458 — 재조합 효소가 일으키는 비정상 재배열이 종양화와 연관.
- "Germinal Centers." (2022) — PMID 35113731 — 배중심은 B세포 클론 증식과 친화도 성숙의 자리, 다윈식 다양화와 친화도 기반 선택.
- "Germinal Center Reaction." (2020) — PMID 32323268 — 면역화·병원체에 반응해 생기는 일시적 구조, 빠른 증식과 과돌연변이로 친화도가 다른 변종, Tfh 등의 도움으로 고친화도 세포 선택, 기억 B세포·형질세포로 분화.
- "Germinal centers." (2012) — PMID 22224772 — 배중심은 B세포 클론 증식·체세포 과돌연변이·친화도 기반 선택이 일어나 고친화도 항체를 만드는 자리.
- "Molecular mechanisms of antibody somatic hypermutation." (2007) — PMID 17328676 — 체세포 과돌연변이는 V 유전자에 단일 염기 치환이 차례로 들어가는 것, 친화도 성숙의 바탕.
- "Germinal center reaction." (2001) — PMID 11138628 — 배중심의 주목적은 수용체 다양화와 최적 선택의 반복 주기를 통한 B세포 기억 형성.
- "Structure, Function, and Therapeutic Use of IgM Antibodies." (2020) — PMID 33066119 — IgM은 5량체·6량체로 결합부 10~12개, 항원 노출 뒤 처음 분비되는 항체, 개별 친화도는 IgG보다 낮지만 다가성으로 강하게 결합하고 보체를 효율적으로 활성화.
- "The role of chromatin loop extrusion in antibody diversification." (2022) — PMID 35169260 — 클래스 전환으로 항원 특이 항체의 기능을 최적화하는 다른 불변 부위 이소형을 발현.
- "Memory control by the B cell antigen receptor." (2018) — PMID 29664567 — 1차 반응은 IgM이 주도, 기억 반응은 클래스 전환된 이소형이 우세, 재감염 방어는 병원체 특이 IgG 생산과 연결, IgA·IgE도 미생물과 감염 경로에 따라 기여.
- "Tracking plasma cell differentiation and survival." (2014) — PMID 24700574 — 형질세포는 몸의 항체 공장, 단기 형질세포와 골수 생존 틈새의 장기 형질세포.
- "Memory B cells." (2024) — PMID 37400644 — 기억 B세포는 반복 감염, 특히 변이 바이러스 방어에 핵심, 넓게 중화하는 질 좋은 기억 B세포 형성이 백신 개발의 열쇠.
- "Antibody-mediated control mechanisms of viral infections." (2024) — PMID 39162394 — 백신·자연 감염 뒤 생긴 항체는 여러 감염 방어에 핵심, 중화는 부착·내재화·융합·방출 단계를 막고, Fc 부위는 보체와 면역 세포의 Fc 수용체를 통해 선천·적응 면역을 잇는다.
- "Functions of Antibodies." (2014) — PMID 26104200 — 항체는 보체 같은 효과 분자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병원체에 작용, 몸속에서는 여러 기능이 동시에 또는 차례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 중화처럼 병원체 획득·병인을 막는 기능이 있는 한편 증식을 돕거나 병을 거들 수도 있음(종설은 이로운 기능 위주).
- "Non-neutralizing functions in anti-SARS-CoV-2 IgG antibodies." (2024) — PMID 37778697 — 감염·접종자 대부분이 스파이크 중화 IgG를 만들지만 그 존재만으로 보호를 다 설명하지 못하고, 보체·NK세포·대식세포를 부르는 기능이 작용.
- "Human IgM-expressing memory B cells." (2023) — PMID 38143767 — T세포 의존 반응에서 많은 B세포가 IgG·IgA로 클래스 전환.
- "Molecular underpinning of B-cell anergy." (2010) — PMID 20727040 — 1차 레퍼토리의 절반 넘게가 자가반응 B세포이고 대부분 무반응(anergy)으로 침묵.
- "Clonal redemption and clonal anergy as mechanisms to balance B cell tolerance and immunity." (2019) — PMID 31556969 — 미성숙 B세포 항체의 많게는 70%가 자가반응으로 추정, 무반응 B세포는 어떤 상황에서 다시 깨어나 병을 일으키는 자가항체를 낼 수 있고, 배중심에서 돌연변이로 자기 반응성에서 벗어나 외부 항원에 특이적인 세포로 바뀌기도 함(클론 구원).
- "B-cell tolerance." (2006) — PMID 16477212 — 자가반응 B세포는 수용체 편집·제거·무반응·성장인자 경쟁의 관문으로 관용화, 면역 반응 중에는 T세포 도움 제한·배중심 엄격 조절 등으로 위험을 누름.
- "Antigen receptor selection by editing or downregulation of V(D)J recombination." (2003) — PMID 12633668 — 자가반응 수용체는 이차 재조합으로 수용체 유전자를 파괴·교체(수용체 편집).
- "Regulation of the Germinal Center Response." (2018) — PMID 30410492 — 배중심 돌연변이는 자가반응 클론을 만들 수 있어 배중심 반응의 조절이 필수.
- "Exploring new perspectives in immunology." (2024) — PMID 38670066 — 클론 선택설·수용체 다양성·면역 기억이 현대 면역학의 기둥이지만, 어떤 병원체에 오래가는 보호를 주는 백신 설계법은 아직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