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eris 아티클
블록체인은 정말 탈중앙인가 — 채굴 풀에서 MEV까지, 권력이 다시 모이는 자리
누구도 통제하지 못한다던 장부에서 채굴 풀 안의 소수, 리퀴드 스테이킹, 거래 순서를 정하는 자리로 힘이 다시 모입니다. 탈중앙을 어느 층위에서 어떻게 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은 정말 탈중앙인가 — 채굴 풀에서 MEV까지, 권력이 다시 모이는 자리
국제결제은행이 말한 「탈중앙화 착시」
2021년 국제결제은행(BIS)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 "탈중앙화 착시(decentralisation illusion)" 위에 서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규칙을 정하고 바꾸는 중앙화된 거버넌스가 피할 수 없이 필요하고, 블록체인의 합의 메커니즘이 권력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합의는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의 정의로, 서로를 특별히 믿지 않는 여럿이 장부에 무엇이 적혀 있는가에 하나의 답을 정하는 일입니다. SSRN에 공개된 한 법학 글(프리프린트)은 이 진단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모읍니다. 그리고 그런데도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경제 권력을 흩어 놓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계속 끌리는 까닭의 적어도 일부를, 경제 권력의 집중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에 대한 각자의 규범적 선입견에서 찾습니다 (DOI: 10.2139/ssrn.7042298).
「장부에 한 줄 적을 권리」는 탈중앙을 장부에 적는 힘이 한두 곳에 몰리지 않고 여러 독립된 참여자에게 흩어져 있는 상태로 정의했습니다. 이 글은 같은 물음을 지분을 맡기는 자리, 거래 순서를 정하는 자리, 서버, 규칙을 바꾸는 자리로 넓힙니다. 그런데 "탈중앙"이 무엇을 뜻하고 어떻게 재는지에 대해 학계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재느냐에 따라 같은 네트워크가 탈중앙으로도, 중앙집중으로도 보입니다.
인용하는 논문 상당수는 프리프린트, 곧 동료심사를 거치기 전에 공개된 초고이고, 하중이 큰 자리에는 문장 안에 표시했습니다. 집중도는 시간에 따라 크게 변하므로 데이터의 시점도 함께 적었습니다. 지금 어디에 몇 퍼센트가 모여 있다는 판정은 이 글이 내리지 않습니다.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는 약속
약속은 이렇습니다.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비트코인은 암호학적 증명으로 제3의 금융기관에 기대지 않아도 되게 했고, 이더리움은 그 위에 스마트 컨트랙트, 곧 장부에 적어 둔 조건대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얹어 복잡한 계산까지 돌리게 했습니다 (arXiv:2404.04841).
웹3(Web3)는 정부와 기업에 있던 힘을 토큰 보유자에게 옮기겠다고 내세운 블록체인 위의 인터넷이고, 그 존재 이유가 탈중앙입니다. 그런데 업계 분석가 가운데 "탈중앙"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산(distribution)"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관측 데이터로 잴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한 조직론 연구는 그래서 웹3를 허구의 서사에 맞춰 배역을 연기하는 "탈중앙 연극(decentralization theater)"이라 부릅니다 (DOI: 10.1108/s0733-558x20240000089010).
기대는 더 멀리 갔습니다. 코드가 법이 되면(code is law) 편향된 사람의 통치보다 공정해지고, 토큰 보유자들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새겨질 규칙을 함께 정하는 사회가 오리라는 기대입니다 (DOI: 10.3389/fbloc.2023.1109544).
이 약속은 따져 보지 않는 전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의 논문 89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비트코인의 원래 기여인 탈중앙이 당연히 있는 것으로 가정되는 탓에 따져 보는 일에서 빠질 수 있다고 적습니다. 같은 검토는 그 무렵 연구들이 거꾸로 비트코인·이더리움에서 중앙화가 커지는 흐름을 관측했다고 정리하고, 중앙화가 블록체인의 안전에 영향을 주므로 재야 한다고 봅니다 (arXiv:2009.12542).
다시 재 보면, 거의 모든 층위가 좁다
이 글에서 층위는 블록체인을 이루는 여러 겹입니다. 장부에 적을 차례를 정하는 합의 계층, 지분을 맡기는 시장, 거래의 순서, 그 밑의 서버와 네트워크, 그 위의 거버넌스가 각각 한 겹입니다.
채굴 층 — 풀이라는 이름의 집중
작업증명 장부에서 다음 쪽을 적을 차례는 계산을 치러서 삽니다(「장부에 한 줄 적을 권리」). 해시레이트(hashrate)는 그 계산에 들이는 초당 연산량입니다. 혼자 계산하면 차례가 드물고 들쭉날쭉하게 와서, 대다수 채굴자는 몫을 모아 함께 차례를 노리고 받은 것을 기여한 만큼 나누는 채굴 풀에서 채굴합니다. 한 연구는 이렇게 늘어난 풀 참여가 대부분 암호화폐의 탈중앙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적습니다 (arXiv:1905.04624).
풀 안을 들여다보면 더 좁습니다. 2019년의 한 실증 연구(프리프린트)는 비트코인 4대 채굴 풀 가운데 3곳의 보상 분배를 깊이 분석했습니다. 분석한 풀마다 20명 이하의 소수 행위자가 그 풀이 내준 BTC 지급액의 50% 이상을 받아 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채굴자들이 세 풀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저자들은 풀 운영자가 풀의 자원을 실제로 어디까지 통제하는지는 아직 열린 논쟁이라고 단서를 답니다 (arXiv:1905.05999). 풀이 여럿이라는 사실이 곧 그 뒤의 참여자가 여럿이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2024년의 한 모형 연구(프리프린트)는 그때까지 10년 동안 채굴 풀의 수가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관측했습니다. 해시레이트 분포에는 소수가 큰 몫을 쥐되 가장 큰 쪽이 어느 선에서 막히는 잘린 멱법칙(truncated power-law)이 나타났고, 저자들은 이것을 전 지구적 에너지 공급의 한계 안에서 일어나는 "부익부(rich-get-richer)" 효과로 해석합니다 (arXiv:2411.10249).
비트코인은 출발점부터 좁았습니다. 가명 주소들을 같은 주인끼리 묶는 기법으로 초기 블록체인을 복원한 연구(프리프린트)는, 출시(2009년 1월 3일)부터 가격이 1달러에 이른 날(2011년 2월 9일)까지 대부분의 비트코인을 단 64명의 행위자가 채굴했다고 보고합니다. 그 무렵 거의 모든 주소가 여섯 번의 거래 안에서 이들과 이어졌습니다 (arXiv:2206.02871).
지분증명 층 — 거래소와 리퀴드 스테이킹
2022년 이더리움은 지분증명, 곧 계산 대신 장부에 가진 자기 몫을 증명해 합의에 이르는 방식(「장부에 한 줄 적을 권리」)으로 옮겨 갔습니다. 검증자(validator)는 지분증명 장부에서 몫을 예치하고, 그 몫을 근거로 다음 쪽을 제안하고 확인하는 참여자입니다. 에너지 소비는 크게 줄었지만 집중은 줄지 않았습니다.
전환 뒤 이더리움의 합의를 맡는 비콘 체인을 처음부터 따라가며 잰 연구(프리프린트)는 두 가지를 관측했습니다. 첫째, 망 참여율이 떨어진 국면은 모두 업그레이드, 주요 합의 클라이언트(검증자가 돌리는 프로그램)의 문제, 또는 많은 검증자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서비스 사업자의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둘째, 지분 권력의 탈중앙 수준은 작업증명 시절과 비슷했고, (리퀴드) 스테이킹 서비스가 여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arXiv:2306.10777). 많은 검증자를 거느린 사업자의 문제가 망 참여율 하락으로 드러날 만큼 검증자가 사업자 아래 모여 있었다는 뜻이고, 저자들은 이 높은 중앙화가 보안 우려를 키운다고 맺습니다.
스테이킹은 자기 몫을 장부에 예치해 두고 그 몫을 근거로 적을 자격을 얻는 일이고, 예치한 동안 그 몫은 꺼내 쓸 수 없습니다. 리퀴드 스테이킹은 맡긴 몫 대신 예치 증서 격의 토큰을 받아, 예치해 둔 채로도 그 토큰을 쓰고 팔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더리움의 Lido가 이런 토큰(stETH)을 발행합니다 (arXiv:2410.23422). 그 연구(프리프린트)가 나온 2024년 시점에 리퀴드 스테이킹은 맡겨진 금액 총합(TVL) 기준으로 탈중앙 금융(DeFi), 곧 스마트 컨트랙트로 돌아가는 금융 서비스에서 가장 큰 범주가 돼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지분증명 블록체인의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봅니다 (arXiv:2401.16353).
측정도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지분증명 네트워크 열한 개의 개방성을 견준 연구에서 이더리움은 참여자 수와 운영 비용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자본 집중과 스테이킹 비율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저자들은 그 까닭을 유통량에 비해 낮은 스테이킹 비율과 Lido 같은 스테이킹 풀이 쥔 큰 지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arXiv:2305.13259). 주요 블록체인 열 개를 나카모토 계수·지니 계수·허핀달-허시먼 지수 등으로 잰 연구(프리프린트)도 소수 검증자에게 지분이 크게 몰려 있다고 보고합니다 (arXiv:2504.14351).
나카모토 계수(Nakamoto coefficient)는 그 체계를 멈추거나 무너뜨리려면 최소 몇 주체가 손을 잡아야 하는지를 센 값으로, 작을수록 힘이 몰려 있다는 뜻입니다. 지니 계수는 몫이 고르지 않을수록 커지는 불평등 지표이고, 허핀달-허시먼 지수는 몫이 소수에게 몰릴수록 커져 한 주체가 전부를 쥐면 최댓값이 되는 집중 지표입니다.
반대 시각도 있습니다. 리스테이킹은 검증자가 같은 예치분으로 여러 서비스의 안전까지 지키게 하는 방식입니다. 한 연구(프리프린트)는 리스테이킹과 리퀴드 스테이킹이 검증자가 되는 문턱을 낮추고 묶인 자본을 풀어 주어 오히려 탈중앙을 돕는다고 주장합니다 (arXiv:2410.23422). 이 다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정하는 권력 — MEV
가장 새로 생긴 중심은 거래 순서를 정하는 자리입니다.
내가 보낸 거래는 곧바로 장부에 들어가지 않고, 다음 쪽에 들어가려는 다른 거래들과 함께 기다립니다. 멤풀(mempool)은 아직 장부에 들어가지 않은 거래들이 기다리는 대기실이고, 공개 멤풀에서는 누구나 기다리는 거래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쪽을 짜는 쪽, 곧 작업증명에서는 채굴자가, 지분증명에서는 차례가 된 검증자(제안자)가 그중 무엇을 넣고 뺄지, 어떤 순서로 놓을지를 정합니다.
같은 거래도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누군가 어떤 토큰을 크게 사려는 거래를 대기실에 올렸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 거래가 들어가면 값이 오릅니다. 순서를 정하는 쪽은, 또는 수수료를 더 얹어 앞뒤 차례를 사는 쪽은, 그 바로 앞에 자기 매수를 바로 뒤에 자기 매도를 끼워 넣어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남의 거래를 앞뒤로 감싸는 이 수법이 샌드위치 공격(sandwich attack)입니다.

MEV(Maximal Extractable Value, 최대 추출 가능 가치)는 다음 쪽에 들어갈 거래를 넣고 빼고 순서를 바꾸는 자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익입니다. 「장부에 한 줄 적을 권리」가 본 이더리움의 자동 매매 프로그램들, 곧 보통 이용자의 거래를 미리 알아채고 앞서 사고판 프로그램들이 이 이익을 노린 예입니다. 정보시스템 분야의 한 문헌 검토는 MEV를 정보나 힘에서 앞선 쪽이 남의 손해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전통 금융의 선행매매(front-running)와 같은 계보로 봅니다. 같은 검토는 블록체인 장부가 탈중앙이고 투명한데도 MEV가 특히 흔하고 막기 어렵다고 적습니다 (DOI: 10.1007/s12525-024-00727-x).
한 SoK(지식 체계화 논문) 프리프린트는 MEV의 역사를 세 시대로 나눕니다. 첫째(2014~2020)는 공개 멤풀에서 앞자리를 얻으려는 쪽들이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올려 부르던 우선 가스 경매의 작업증명 시대, 둘째(2020~2024)는 블록 짜는 일을 따로 떼어 맡기는 설계와 그것을 돌리는 MEV-Boost,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전환의 시대, 셋째(2024~)는 롤업·브리지·시퀀서처럼 여러 장부를 잇는 장치 사이에서 값이 뽑히는 크로스체인 시대입니다 (arXiv:2603.07716). 그 장치들은 「L2는 정말 이더리움만큼 안전한가」와 「다리는 체인의 보장을 물려받지 않는다」가 다룹니다.
규모를 잰 연구도 있습니다. 2021년의 한 연구(프리프린트)는 32개월치 온체인 데이터에서 샌드위치 공격, 청산(담보 가치가 기준 밑으로 떨어진 대출의 빚을 대신 갚고 담보를 싸게 넘겨받는 일), 탈중앙 거래소 차익거래로 뽑힌 가치를 540.54M 달러, 11,289개 주소로 추정했습니다. 이 값은 합의에도 닿습니다. 한 쪽에 걸린 값이 크면, 적는 쪽에게는 이미 적힌 쪽을 되감아 그 값을 제 몫으로 챙기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이 출발점으로 드는 앞선 결과로, 해시레이트 10%를 가진 합리적 채굴자는 MEV 기회가 블록 보상의 4배를 넘으면 체인을 포크할 유인이 생깁니다. 포크는 사슬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이고, 여기서는 이미 붙은 칸을 다시 만들어 그 이익을 가로채려는 갈래입니다. 저자들은 채굴자가 공개 대기실 대신 중앙의 중계 서버(릴레이)에서 MEV 거래를 받는 체계가 이런 합의 계층 공격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결론짓습니다 (arXiv:2101.05511).
MEV의 부작용을 줄이겠다고 만든 장치도 집중을 풀지 못했습니다. Flashbots는 거래를 공개 대기실 대신 채굴자에게 바로 보내는 비공개 통로(프라이빗 풀)로, 채굴 풀과는 이름만 같습니다. 2022년의 측정(프리프린트)에서 Flashbots를 쓰는 채굴자가 이더리움 해시파워의 99.9% 이상을 차지했고, MEV 추출의 80% 이상이 Flashbots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Flashbots 블록의 90% 이상이 단 두 채굴자에게서 나왔습니다. 저자들은 채굴이 Flashbots 이전만큼 집중돼 있고, 힘 있는 채굴자의 벌이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반면 채굴자가 아닌 쪽의 몫은 그만큼 줄었다고 적습니다 (arXiv:2206.04185).
거래 순서를 정하는 자리는 그 자체로 돈이 되는 권력이고, 그 자리에도 힘이 모입니다.
그 밖의 층 — 인프라, 지리, 거버넌스
탈중앙 이야기는 대개 합의 계층에서 멈춥니다. 그 아래위에도 좁은 곳이 많습니다.
먼저 인프라입니다. 공개 자료를 분석한 한 연구는 블록체인이 금융 서비스의 인프라 비용을 크게 낮출 잠재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연구가 본 웹3 지형이 서버 운영·확장·성능을 중앙화된 클라우드 사업자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저자들은 이것을 탈중앙 생태계 안의 역설적인 가치·권력 집중이라 부릅니다 (arXiv:2311.08234). 네트워크 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부 사본을 든 컴퓨터, 곧 노드(「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들의 연결을 그래프 모형과 모의실험으로 정량화한 연구는, 중계 게이트웨이처럼 많은 노드가 몰려 붙는 허브형 노드가 탈중앙 정도를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같은 연구는 망의 속도에 영향을 주는 평균 최단 경로와 탈중앙 정도가 서로 맞바뀐다는 것도 드러냈습니다 (DOI: 10.3389/fbloc.2022.812957). 빠른 망과 넓게 흩어진 망이 같은 방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리도 잴 수 있습니다. 한 연구는 실제 망에서 검증자 대부분이 지리적으로 가까이 몰려 있다는 것을 관측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소수 검증자는 성능 요건을 맞추지 못해 고장으로 오인되기 쉬웠고, 그 결과 검증자 집합에서 쫓겨나거나(jailing) 예치분을 벌금으로 깎이는(slashing)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자들은 통제된 모사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고, 합의 프로토콜에 쉽게 붙일 수 있는 해법을 만들어 그 효과를 보였다고 함께 보고합니다 (arXiv:2305.17771).
거버넌스에서는 한 기업지배구조 연구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사례를 근거로, 블록체인이 개발자·재단·기업이 불균형한 통제력을 쥐는 테크노크라시, 곧 기술 엘리트가 다스리는 체제로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블록체인 거버넌스도 전통 거버넌스를 괴롭혀 온 조정 문제·집단행동 실패·중앙화 경향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결론짓습니다 (DOI: 10.1111/corg.70008).
DAO(탈중앙 자율 조직)는 토큰 보유자들이 안건에 투표해 규칙을 정하는 조직입니다 (arXiv:2605.18990). 21개 DAO의 장부 위 투표(온체인 거버넌스)를 실증한 연구는 투표권의 높은 집중, 숨은 상당한 비용, 놀라울 만큼 많은 무의미한 거버넌스 활동을 발견했습니다 (arXiv:2302.12125). 결정이 실제로 어디서 내려지는지도 문제입니다. 다중 사례 연구는 거버넌스 의사결정 요인 상당수가 여전히 장부 바깥(오프체인)에 있고 일부만 진짜 장부 위에 있다고 정리하며, 탈중앙 시스템 안에도 고도로 중앙화된 요소가 자주 있다고 적습니다 (DOI: 10.3389/fbloc.2023.1256651).
왜 집중이 생기는가
관측이 이렇게 한쪽을 가리키면 원인을 물을 차례입니다. 여러 연구가 서로 다른 층위에서 비슷한 설명에 이릅니다. 주로 모형 연구들은 집중을, 참여자 각자가 합리적으로 움직인 결과이자 유인의 짜임새에서 생기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수입의 흔들림을 줄이려는 합리적 선택
채굴자가 풀에 드는 것은 위험을 줄이고 수입을 고르게 하려는 선택입니다. 앞의 풀 참여 연구는 바로 이 전제에서 출발해, 채굴자의 위험 회피 정도를 반영해 계산력을 여러 풀에 최적으로 나눠 거는 모형을 내놓았습니다. 결론은 처방 쪽입니다. 여러 풀에 나눠 걸면 채굴자의 위험 대비 수익이 올라간다는 것을 비트코인 과거 데이터로 보였고, 저자들은 그렇게 나눠 거는 것이 작업증명의 탈중앙도 높인다고 봅니다 (arXiv:1905.04624).
여기에 규모 자체가 이익이 되는 논리가 겹칩니다. 소수의 큰 참가자와 하나하나는 미미한 다수의 참가자로 이루어진 상황을 다루는 게임이론 틀(oceanic games)을 채굴에 적용한 연구는, 개별 채굴자가 서로 합쳐 자기 자원의 가치를 높일 유인이 있음을 보입니다. 관측된 채굴 권력의 집중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입니다 (arXiv:1904.02368).
포크가 큰 채굴자를 더 부유하게 만든다
작업증명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포크가 늘 생깁니다. 두 채굴자가 거의 같은 때에 다음 칸을 찾으면 사슬이 잠시 갈라지고 한쪽 칸은 버려집니다. 2025년의 한 이론 연구(프리프린트)는 찾은 칸이 다른 채굴자에게 퍼지는 시간, 곧 블록 전파 지연이 고정돼 있다고 가정하고 이 버려짐을 따졌습니다. 그 결과 채굴 수익률이 해시레이트 비율에 선형으로 의존했습니다. 계산 한 단위가 벌어 오는 몫이 큰 채굴자일수록 커진다는 뜻이고, 저자들은 이를 비트코인의 "부익부(The Rich Get Richer)" 현상이라 부릅니다 (arXiv:2506.13360).
앞의 풀 수 감소를 관측한 모형 연구에는 불편한 결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해시레이트가 몰릴수록, 블록 전파가 빠를수록 포크율이 낮아집니다. 저자들은 이것을 관측과 모형 양쪽으로 보였습니다 (arXiv:2411.10249). 포크는 자원 낭비와 망의 불안을 키울 수 있으므로, 낭비라는 잣대 하나로만 보면 집중이 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효율과 탈중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것이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듭니다.
보상 설계가 중앙화를 부른다
지분증명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스테이크 풀은 지분을 모아 함께 검증자 자리를 노리는 풀입니다. 스테이크 풀이 공정하게 생기도록 보상 나누기를 설계한 연구는, 목표한 풀 개수가 균형, 곧 누구도 혼자 전략을 바꿔서는 더 얻을 것이 없는 상태(「장부에 한 줄 적을 권리」)로 자리 잡게 하는 방식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경고합니다. 겉보기에 더 "공정해" 보이는 단순한 보상 나누기가 오히려 중앙화된 균형으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arXiv:1807.11218).
지분 점유율의 장기 동역학을 분석한 연구는 더 극단적인 경우를 보입니다. 보상 방식에 따라 큰 투자자의 점유율은 안정적인 반면 중소 투자자의 점유율은 출렁이거나 0으로 수렴할 수 있고, 기하 보상 아래에서는 모든 지분이 결국 한 투자자에게 무작위로 몰리는 "혼돈적 중앙화"가 일어납니다. 저자들은 안정과 집중이 갈리는 문턱(상전이 임계값)도 특징지었습니다 (arXiv:2206.02227).
스테이킹의 금융화
맡기는 구조 자체가 집중을 낳기도 합니다. 테조스(Tezos)는 보유자가 자기 몫을 노드에 잠시 맡길(위임) 수 있는 지분증명 장부로, 이 방식은 리퀴드 지분증명이라 불리지만 앞의 리퀴드 스테이킹과는 다른 장치입니다. 테조스를 분석한 연구는 위임이 초가법성(super-additivity)을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초가법성은 합친 쪽이 다음 칸을 만들 자로 뽑힐 확률이, 따로일 때 확률들의 단순 합보다 커질 수 있는 성질입니다 (DOI: 10.3390/info13120556). 몫을 모은 노드가 모은 만큼보다 더 자주 뽑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규칙 속 숫자도 판도를 바꿉니다. 이더리움 스테이킹 시장의 게임이론 모형은 자기 장비로 직접 검증자를 돌리는 솔로 스테이커가 중앙화 거래소나 리퀴드 스테이킹 제공자를 거치는 보유자보다 보상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시사합니다. 저자들은 그 까닭을 솔로 스테이킹의 비용 구조와, MEV·DeFi 수익원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들과의 경쟁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이 모형은 새로 발행하는 코인의 양을 줄이면 솔로 스테이커가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합니다 (arXiv:2503.14385).
가장 급진적인 예측은 2026년의 한 거시 모형(프리프린트)입니다. 전통 금융(TradFi)의 바깥 수익에 접근하는 투자자의 부는 지수적으로 불어나고, 그 자본이 밀려들어 프로토콜 안의 스테이킹 수익률을 사실상 0으로 짓누릅니다. 그러면 거래에 쓸 돈을 들고 있어야 하는 소비자의 부에는 상한이 걸리고, 소비자는 결국 스테이킹을 그만둡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지분증명 합의 계층이 투자자 쪽에 완전히 포획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입니다 (arXiv:2604.26076). 특정 가정 위에 세운 모형의 결론입니다.
순서를 정하는 자리가 권력 축이 되다
MEV도 되먹임을 만듭니다. 제안자-빌더 분리(PBS)는 블록에 어떤 거래를 어떤 순서로 담을지 짜는 일을 제안자에게서 떼어 빌더라는 별도 주체에게 맡기는 설계입니다. 빌더는 MEV 기회를 찾는 쪽들에게서 거래 묶음을 받아 블록을 짜고 제안자에게 입찰하며, 제안자는 가장 이익이 큰 블록을 올립니다. 이 경매를 게임으로 분석한 한 연구(프리프린트)는 MEV를 그냥 두면 지분 분포가 중앙화되어 합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이더리움이 제안자 쪽의 탈중앙을 지키려고 이 설계를 내세웠다고 적습니다. 저자들은 그 시점의 방식보다 참여자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균형을 만드는 다른 경매 방식이 있음을 보이고 실제 데이터 기록으로도 뒷받침합니다 (arXiv:2405.09465). 블록을 만드는 권한과 순서를 짜는 권한을 떼어 놓는 설계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순서를 정하는 자리가 이미 하나의 권력 축이 됐음을 보여 줍니다.
무엇을, 어느 층위에서, 왜 재는가
여기까지가 "집중돼 있다"는 쪽의 논거입니다. 이 그림에는 적어도 세 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탈중앙을 어떻게 잴 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구멍은 측정입니다. 탈중앙 측정법을 체계화한 SoK 연구(프리프린트)는 기존 연구들을 어떤 자원을 재는가, 그 배분을 어떻게 뽑아내는가, 어떤 함수로 숫자 하나로 만드는가의 세 축으로 나누고, 실제 자료로 따져 불편한 사실 둘을 보고합니다.
첫째, 추정 구간의 길이나 분포에 거는 문턱처럼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 처리 선택이 탈중앙 수준 계산을 크게 바꿉니다. 둘째, 여러 지표가 같은 것을 재는지 묶어 보는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작업증명 블록체인의 합의 계층 참여도는 탈중앙과 상관없이 따로 떨어진 신호를 잡고 있었습니다(지분증명에서는 여러 지표가 하나의 요인으로 묶였습니다). 저자들은 이 결과가 "참여가 많을수록 탈중앙이 높다"는 커뮤니티의 오랜 가정에 도전한다고 적습니다 (arXiv:2501.18279).
재는 방향을 바꾸면 결론도 바뀝니다. 기존 지표는 거의 전부 누가 블록을 만드는가, 곧 출발지 쪽을 잽니다. 한 프리프린트는 반대로 검증자 지갑을 떠난 돈이 마지막에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쟀습니다. 지갑 사이 송금을 마르코프 연쇄(다음 단계가 지금 위치에만 달린 확률 모형)로 놓고 오래 흐른 뒤의 종착지를 찾자, 4년치 데이터의 이더리움 지갑 76,855개의 자금 흐름이 단 네 개의 종착 계정으로 모였고, 그중 어느 것도 이 망의 지배적 채굴자 세 곳이 아니었습니다 (DOI: 10.2139/ssrn.7081020). 누가 블록을 만드는가와 돈이 어디로 가는가가 서로 다른 집중을 보여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판정이 갈리기도 합니다. 2019년 데이터로 채굴 권력 분포를 지니 계수·섀넌 엔트로피(몫이 고르게 흩어질수록 커지는 값)·나카모토 계수 세 지표와 일·주·월 세 시간 단위로 잰 연구에서는 지표와 시간 단위를 바꿔도 비트코인이 이더리움보다 더 탈중앙이고 이더리움이 더 안정적이라는 같은 경향이 나왔습니다 (arXiv:2101.10699). 비트코인과, 보유자들이 지분만큼 표를 던져 블록을 만들 대표를 뽑는 위임지분증명 체인 Steem을 견준 연구에서는 보는 범위에 따라 판정이 갈렸습니다. 비트코인은 상위 채굴자들 사이에서는 더 흩어져 있었지만 전체로는 덜 흩어져 있었고, 어느 쪽도 상대보다 확실히 낫지 않았습니다 (arXiv:2002.02082).
"블록체인은 중앙화됐다"는 문장은 아직 검증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어느 자원을, 어느 층위에서, 어느 시간 단위로 쟀는지 밝히지 않으면 참도 거짓도 아닙니다.
집중은 곧 실패인가
두 번째 구멍은 집중과 실제 피해 사이의 거리입니다. 운영상의 집중이 곧 검열이나 탈취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초기 비트코인이 그 사례입니다. 앞의 64명이 대부분을 채굴하던 시절, 이들은 언제든 51% 공격, 곧 적을 권리의 절반 넘는 몫으로 이미 적힌 장부를 되감아 다시 쓰는 일(「장부에 한 줄 적을 권리」)로 같은 코인을 거듭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공동체가 무너집니다. 연구자들은 이 딜레마를 누구든 값이 오르는 공동의 재화를 빼먹을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재화가 망가지는 N인 지네 게임(Centipede game)으로 모형화했습니다. 실제로 잠재적 공격자들은 언제나 협력을 골랐고, 이론과 경제 실험을 함께 써 보니 개인 보수가 같아도 익명 집단이 게임을 할 때 협력이 더 자주 나타났습니다. 저자들의 결론은 비트코인의 초기 성공이 탈중앙 대신 소수 창립자 집단의 협력에 기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arXiv:2206.02871). 집중이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은 기록이면서, 그 안전이 장치 대신 사람들의 선택에 기대고 있었다는 기록입니다.
규제 충격이 집중의 지형을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2020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채굴된 비트코인 블록 97,005개 전부를 풀 운영자의 법인 소재지와 함께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채굴 금지 전후로 중국 연계 풀의 블록 점유율은 78.47%에서 60.01%로 떨어졌고 비중국 연계 점유율은 3.50%에서 27.02%로 올랐습니다. 비중국 쪽 안에서 잰 정규화 허핀달-허시먼 지수는 척도의 최댓값인 10,000에서 4,191로 떨어져, 비중국 운영자들 사이의 분산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같은 논문은 늘어난 몫의 약 67%(15.7%p)를 비중국 쪽 운영자 한 곳이 흡수했다고도 적습니다. 지형은 바뀌었지만 고르게 흩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들은 풀 단위 회귀계수(-5.45%p)가 5% 유의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고, 주된 근거는 총량 구성 변화라고 적습니다 (DOI: 10.3390/fintech5030063).
비트코인 채굴의 나라별 몫은 한 기간 동안 오히려 고르게 퍼졌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105개국의 나라별 해시레이트 점유율 패널(2019년 9월~2022년 1월)과 케임브리지 전력 소비 지수를 분석한 프리프린트는, 나라 사이 불평등을 재는 타일 지수(Theil index)가 시간이 갈수록 줄고 나라별 점유율의 퍼짐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σ-수렴이 나타났다고 보고합니다. 같은 연구는 장기 점유율에서 핵심과 주변의 비대칭이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밝힙니다 (DOI: 10.20944/preprints202603.0926.v1).
지분증명 쪽에도 반대 방향의 이론 결과가 있습니다. 중앙화 거래소와 지분증명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평균장 모형, 곧 수많은 참여자 대신 그 평균적인 움직임을 따라가는 수학 모형으로 다룬 연구는, 몇 가지 가정 아래 수치 실험에서 중앙화 거래소의 활발한 거래가 오히려 스테이킹 참여를 늘리고 스테이킹 분포를 더 흩어 놓을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arXiv:2606.09003). 이 결과가 실제 자료로 확인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고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느 층위를
세 번째 구멍은 처방입니다. 검증자의 영향력에 지분의 제곱근이나 로그를 씌워 큰 지분을 눌러 주는 가중 모형을 열 개 블록체인의 지분 분포에 적용해 보니 제곱근 가중이 탈중앙 지표를 평균 51%, 로그 가중이 132% 개선했다고 보고합니다 (arXiv:2504.14351). 선행 연구는 제곱근 가중으로 지니 계수가 평균 37.16%, 체계가 멈추지 않게 하는 쪽(활성)과 장부가 틀리지 않게 하는 쪽(안전)의 나카모토 계수가 평균 101.04%, 80.09% 나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arXiv:2312.13938). 둘 다 지금의 지분 분포에 가중을 씌운 계산이라, 한 보유자가 지분을 여러 몫으로 쪼개도 개선이 유지되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 쪼개기를 투표에서 따지면 불가능성 결과가 나옵니다. 제곱 투표(quadratic voting)는 보유량이 늘수록 표가 덜 늘게 해 큰 보유자의 영향력을 누르는 규칙입니다. 2026년의 한 프리프린트는 지갑 잔고에서만 투표권을 끌어내는 어떤 규칙도 무허가형 블록체인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적습니다. 누구나 허락 없이 지갑을 만들 수 있으니 토큰을 여러 지갑에 쪼개는 시빌 공격, 곧 가짜 신원으로 머릿수를 부풀리는 공격(「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이 가능하고, 지갑 하나라도 표를 받는 한, 큰 보유자를 누르려고 제안된 오목한 규칙 어느 것을 써도 쪼개는 공격자의 총 투표권은 보유량에 대해 최소한 선형으로 자란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실제 DAO 다섯 곳(ENS·Compound·Uniswap·Arbitrum·ZKsync)에서 논문 시점에 가장 최근 확정된 안건 열 건을 이 규칙들로 다시 계산해 보니, 지갑을 쪼개 표가 불어나는 배수(시빌 증폭 배수)가 제곱 투표에서 1,172배에서 4,039배, 큰 보유자를 더 세게 누르는 거듭제곱 규칙에서는 229,000배를 넘었습니다 (arXiv:2605.18990).
MEV 쪽에도 비슷한 한계가 있습니다. 토큰 두 종류를 담아 두고 서로 맞바꿔 주는 웅덩이인 유동성 풀에서 뽑을 수 있는 차익거래 형태의 MEV를 형식화한 연구(프리프린트)는, 블록 시간이 정해져 있고 풀이 실제 풀들의 자연스러운 성질을 만족하면 이 MEV가 순서 결정 방식이나 블록 시간 분포를 바꿔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arXiv:2304.11010). 순서 규칙만 손봐서는 이 형태의 MEV의 크기를 바꿀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규제 쪽에서 다가가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 법학 연구는 EU의 암호자산 시장 규정(MiCAR)의 시장남용 조항 아래에서 샌드위치 거래·탈중앙 거래소 차익거래·청산·거래 순서 조작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관련 행위자가 시장 조작이나 내부자 거래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DOI: 10.5771/9783748970873).
가장 큰 질문이 남습니다. 애초에 어느 층위의 탈중앙을 약속했는가입니다. 앞의 체계적 문헌 검토는 중앙화 우려를 거버넌스·네트워크·합의·유인·운영·애플리케이션의 여섯 아키텍처 층위, 13개 측면으로 나누고,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중앙화의 함의가 달라진다고 강조합니다 (arXiv:2009.12542). 채굴이 몰려 있어도 노드는 흩어져 있을 수 있고, 검증자가 흩어져 있어도 거버넌스는 좁을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인가"라는 물음은 층위를 밝히지 않으면 답할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도 이 모호함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을 DAO의 눈으로 분석한 연구는, 비트코인이 개선 제안서(BIP)·채굴자들의 찬성 신호·사용자가 주도해 켜는 규칙 변경(사용자 활성화 소프트포크)으로 열린 참여와 탈중앙 의사결정이라는 DAO의 원리를 구현한다고 평가합니다. 동시에 대규모 이해관계자에게 경제 권력이 몰려 있어 "누가 실제로 투표하는가"가 흐려지는 위험도 지적합니다 (arXiv:2504.20838).
신뢰는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옮긴다
그렇다면 결론은 "블록체인은 탈중앙이 아니다"입니까? 이 글은 그렇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근거가 받치는 말은 이 정도입니다. 탈중앙은 층위마다 따로 재야 하는 여러 개의 눈금입니다. 채굴에서는 소수의 풀이, 풀 안에서는 소수의 행위자가, 지분증명에서는 스테이킹 서비스가, 순서 결정에서는 MEV 추출 대부분이 거친 비공개 통로가, 인프라에서는 클라우드가, 거버넌스에서는 개발자·재단·큰 보유자가 힘을 모았다는 증거가 층위마다 되풀이됩니다. 동시에 그 집중이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 규제 충격으로 지형이 바뀐 사례, 비트코인 채굴이 한동안 나라별로는 퍼진 사례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는 문장은 대개 데이터보다 앞서 나간 문장입니다.

한 규제·거버넌스 연구의 결론은 "무신뢰(trustless)" 기술을 쓴다고 신뢰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여러 층위에서 새로운 신뢰 관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술에 추상적으로 붙여 둔 성질이 구체적인 응용에서 저절로 실현되지는 않습니다 (DOI: 10.1111/rego.12553). 권력관계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같은 자리에 이릅니다. 웹3의 "코드가 법"인 사회는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풀지 못하고, 다른 기술 혁명들이 그랬듯 기존 행위자와 새 행위자 사이로 권력 다툼의 무대를 옮길 뿐이라는 것입니다 (DOI: 10.3389/fbloc.2023.1109544).
이 논쟁에는 가치 판단도 걸려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 3,710명을 설문한 연구에서, 경제 권력이 어떻게 나뉘어 있다고 보는지와 거버넌스에서 권력이 어떻게 나뉘어야 한다고 믿는지를 두고 응답자들이 뚜렷하게 양극화돼 있었습니다 (DOI: 10.3389/fbloc.2023.1125088). "얼마나 몰려 있어야 문제인가"에 대한 답은 데이터만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탈중앙이다"나 "사실은 중앙화돼 있다"는 문장 앞에서 되물을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느 층위를, 언제, 어떤 지표로 잰 이야기인가입니다. 그 질문에 답이 붙지 않은 주장은, 지지든 반박이든 아직 검증할 수 없는 서사입니다.
이 글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기술·거버넌스 구조에 관한 연구 정리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나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근거 논문
- "Blockchain-Based 'Decentralization': A Rorschach Test for Normative Priors" (2026) — DOI: 10.2139/ssrn.7042298 (프리프린트) — BIS의 "탈중앙화 착시" 진단과 뒷받침 증거.
- "Web3 as Decentralization Theater?" (2024) — DOI: 10.1108/s0733-558x20240000089010 — 탈중앙 개념의 조작적 정의 부재, 권위 분산이라는 대안 틀.
- "Taxonomy of Centralization in Public Blockchain Systems" (2020) — arXiv:2009.12542 (프리프린트) — 논문 89편 검토, 6개 아키텍처 층위 13개 측면의 중앙화 분류.
- "Unveiling Decentralization: Bitcoin, Ethereum, and Solana" (2024) — arXiv:2404.04841 (프리프린트) — 중개자 없는 교환이라는 출발점.
- "A Deep Dive into Bitcoin Mining Pools" (2019) — arXiv:1905.05999 (프리프린트) — 4대 풀 중 3개에서 20명 이하가 BTC 지급의 50% 이상 수령.
- "Diversification Across Mining Pools" (2019) — arXiv:1905.04624 (프리프린트) — 풀 참여가 수입 변동성을 낮추지만 탈중앙 수준을 떨어뜨림.
- "How the interplay between power concentration, competition, and propagation affects the resource efficiency of distributed ledgers" (2024) — arXiv:2411.10249 (프리프린트) — 10년간 풀 수 약 1/3 감소, 집중이 오히려 포크율을 낮춤.
- "The Rich Get Richer in Bitcoin Mining Induced by Blockchain Forks" (2025) — arXiv:2506.13360 (프리프린트) — 고정 전파 지연 가정 하 수익률이 해시레이트 비율에 선형 의존.
- "Oceanic Games: Centralization Risks and Incentives in Blockchain Mining" (2019) — arXiv:1904.02368 (프리프린트) — 채굴자가 합병으로 자기 자원 가치를 높일 유인.
- "Cooperation among an anonymous group protected Bitcoin during failures of decentralization" (2022) — arXiv:2206.02871 (프리프린트) — 2009~2011년 대부분을 64명이 채굴, 공격 가능했으나 협력 선택.
- "Ethereum Proof-of-Stake Consensus Layer: Participation and Decentralization" (2023) — arXiv:2306.10777 (프리프린트) — 병합 후 비콘 체인 측정, 참여율 하락 원인과 스테이킹 서비스의 영향.
- "Decentralization in PoS Blockchain Consensus" (2025) — arXiv:2504.14351 (프리프린트) — 10개 체인 지분 집중, 제곱근/로그 가중이 지표를 51%/132%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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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igating Challenges in Ethereum's PoS: EigenLayer and Lido" (2024) — arXiv:2410.23422 (프리프린트) — 리스테이킹·리퀴드 스테이킹이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반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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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Financialization of Proof-of-Stake" (2026) — arXiv:2604.26076 (프리프린트) — 외부 금융 수익률이 합의 계층의 제도적 포획을 낳는다는 거시 모델.
- "Proof of Stake economy under centralized exchanges — a mean field model" (2026) — arXiv:2606.09003 (프리프린트) — 중앙화 거래소가 오히려 스테이킹 분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반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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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entralization Under Energy Growth: Geographic Reallocation and Convergence in Bitcoin Mining" (2026) — DOI: 10.20944/preprints202603.0926.v1 — 105개국 패널, σ-수렴과 핵심-주변 비대칭 지속.
- "Realizing a blockchain solution without blockchain?" (2023) — DOI: 10.1111/rego.12553 — "무신뢰" 기술이 신뢰 문제를 없애지 않고 새 신뢰 관계를 요구.
- "Algorithmic governance, code as law, and the blockchain common" (2023) — DOI: 10.3389/fbloc.2023.1109544 — Web3가 권력관계를 해소하지 않고 투쟁의 무대를 옮길 뿐.
- "Political, economic, and governance attitudes of blockchain users" (2023) — DOI: 10.3389/fbloc.2023.1125088 — 참여자 3,710명 설문, 경제 권력 인식의 양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