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eris 아티클
예측에서 설계로 — AlphaFold 이후, 단백질을 그려서 만드는 과학
AlphaFold 이후, 단백질을 그려서 만드는 과학 — 설계의 성공은 무엇으로 판정하는가
예측에서 설계로 — AlphaFold 이후, 단백질을 그려서 만드는 과학
129개를 만들어 27개
단백질 설계에서 환각은 구조 예측 신경망을 거꾸로 몰아붙여 자연에 없던 아미노산 서열을 뽑아내는 생성 기법입니다. 신경망은 많은 예시에서 패턴을 스스로 익히는 여러 층의 계산망이고, 아미노산 서열은 단백질을 이루는 부품인 아미노산이 사슬에서 놓인 순서입니다. 챗봇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그 환각과는 뜻이 다른 말입니다.
연구진은 신경망이 환각해 낸 아미노산 서열 129개를 유전자로 합성해 대장균에 넣고, 대장균이 찍어 낸 단백질을 뽑아냈습니다. 설계가 어긋난 단백질은 대개 서로 들러붙어 덩어리로 가라앉습니다. 엉기지 않고 용액 속에 하나씩 따로 떠 있는 상태를 단분산이라고 하는데, 거기까지만으로도 1차 합격선은 넘은 것입니다. 이 중 27개가 단분산 상태를 보였고, 원편광 이색성 스펙트럼도 환각된 구조와 맞았습니다. 원편광 이색성은 빛을 쬐어 사슬이 나선으로 감겼는지 가닥으로 펴졌는지를 알아보는 측정입니다. 그중 3개는 원자 자리를 실험으로 읽어 내는 X선 결정학과 NMR로 3차원 구조를 직접 풀었고, 환각 모델과 잘 맞았습니다 (PMID 34853475). 129개를 만들어 27개. 자연에 없던 단백질을 처음부터 그려서 만드는 분야의 출발점이 이 숫자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반세기짜리입니다. 아미노산 사슬은 세포 안에서 저절로 뭉쳐 고유한 3차원 모양이 되고, 이 뭉치는 일을 접힘, 접혀서 나온 모양을 구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모양이 곧 기능이 됩니다. 효소가 반응을 촉매하는 것도, 항체가 병원체를 붙잡는 것도 전부 모양의 일입니다. 그래서 생물학의 가장 유명한 난제는 「서열을 주면 그 모양을 맞힐 수 있는가」였고, 2020년 그 문제는 사실상 답을 얻었습니다. 제14차 단백질 구조예측 대회(CASP14)에서 AlphaFold2가 92개 평가 도메인 중 87개에 대해 GDT 중앙값 92.4를 냈습니다. GDT(전역 거리 검사)는 예측 구조가 실험 구조와 얼마나 겹치는지 재는 점수로, 높을수록 잘 맞은 것입니다. 대회 주최자는 50년 넘게 학계를 괴롭혀 온 이 문제가 단일 사슬에 한해 「풀렸다」고 선언했고, 지금 그 데이터베이스에는 약 2억 1,400만 개의 구조가 올라와 있습니다 (PMID 41047692). 그 반세기의 실패는 「왜 50년이나 걸렸나 — 단백질 구조 예측, 실패의 궤적」이, 마지막 도약은 「서열에서 형태로: AlphaFold는 어떻게 50년 난제를 풀었나」가 다룹니다.
그러자 다음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읽을 수 있다면, 쓸 수도 있는가. 원하는 기능을 먼저 정하고, 그 기능을 할 모양을 그리고, 그 모양으로 접히는 서열을 찾아내는 일이 드 노보(de novo) 단백질 설계입니다. 드 노보는 「처음부터」라는 뜻으로, 자연에 있는 단백질을 고쳐 쓰는 대신 빈 종이에서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단백질에서 정보는 서열 → 구조 → 기능 순으로 흐르는데, 설계는 이 흐름을 뒤집습니다. 이 「역방향 중심 도그마」가 거의 모든 드 노보 설계 시도의 뼈대였습니다 (PMID 38361073).
답은 「그렇다」이면서 동시에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입니다. 특히 껄끄러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설계가 성공했다는 판정을 무엇으로 내리는가. 설계물을 예측기로 채점하면 설계와 채점이 같은 편향을 공유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 글이 다루는 상당 부분은 결론이 아니라 진행 중인 전선입니다.
통념: 구조를 읽을 수 있으면, 만드는 것도 곧 된다
통념은 이랬습니다. 접힘의 규칙을 그토록 정확하게 학습한 신경망이라면, 그 규칙을 거꾸로 돌려 새 단백질을 뽑아내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기대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이 기대를 붙잡았습니다.
첫째, 예측 구조는 검증된 사실이 아닙니다. 예측 구조는 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은 모델이라 정답으로 취급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정답(ground truth)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재는 기준이 되는 실측값입니다. 단백질이 모양을 바꾸며 움직이는 양상, 여러 사슬이 모여 이루는 복합체, 기능 해석, 모델 품질 평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PMID 37850517). 예측이 잘 맞는다는 것과, 예측기가 세상에 없던 단백질에 대해서도 옳은 판단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둘째, 실제로 만들어진 단백질은 대부분 신경망이 아니라 물리에서 나왔습니다. 물리 기반 방법은 원자 사이의 힘을 식으로 적어 두고 그 식이 가장 좋은 점수를 주는 모양을 찾는 계산이고, Rosetta가 그 대표 프로그램입니다. ProteinMPNN 논문의 첫 문장이 이 사정을 요약합니다. 딥러닝이 구조 예측을 혁명적으로 바꿨음에도, 실험적으로 특성화된 드 노보 설계물의 거의 전부는 Rosetta 같은 물리 기반 방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PMID 36108050). 실험적으로 특성화됐다는 말은 실제로 만들어서 성질을 측정해 봤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물리 기반 설계의 성공률은 낮았습니다. 붙잡으려는 상대 단백질을 표적이라고 하고, 표적에 달라붙도록 만든 단백질이 결합 단백질(결합체)입니다. 둘이 얼마나 세게 붙는지를 재는 값이 친화도인데, 농도로 적고 숫자가 작을수록 세게 붙습니다. 표적 구조 정보만으로 세게 붙는 결합 단백질을 설계하는 일은 이미 가능해졌지만, 「전체 설계 성공률이 낮아 개선의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 2023년의 자기 진단이었습니다 (PMID 37149653).
이 시기의 절정을 보여 주는 사례가 2020년의 SARS-CoV-2 미니바인더입니다. 미니바인더는 아주 작은 결합 단백질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한 조각인 수용체결합영역(RBD)으로 사람 세포의 ACE2 수용체를 붙잡고 들어옵니다. 연구진은 ACE2에서 RBD와 닿는 나선을 본뜬 골격과, RBD에 도킹해 새 결합 방식을 찾은 골격 두 갈래로 설계했고, 그중 10개가 RBD에 결합했습니다. 친화도는 100피코몰~10나노몰, 세포 감염을 절반으로 막는 농도(IC50)는 24피코몰~35나노몰이었습니다.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 구조는 계산 모델과 거의 같았습니다 (PMID 32907861). 극저온전자현미경은 단백질을 얼려 전자로 비춰 모양을 알아내는 장비입니다. 훌륭한 성과입니다. 다만 이 성과는 대규모 계산 골격 생성과 실험 스크리닝, 그리고 구조생물학자의 손질을 전제로 했습니다. 되긴 되지만, 아무나 아무 표적에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반전: 예측기를 거꾸로 돌리자 설계가 열렸다
전환은 예상 밖의 자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예측기를 설계기로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뒤집어 쓴 것입니다.
2021년의 환각 접근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완전히 무작위인 아미노산 서열을 만들어 구조 예측망에 넣습니다. 예측 결과는 아무 특징도 없는 흐릿한 거리 지도입니다. 거리 지도는 접힌 단백질 안에서 두 자리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자리 쌍마다 적은 표입니다. 그다음이 핵심입니다. 연구진은 서열을 조금씩 바꿔 가며 예측된 자리 사이 거리 분포가 「모든 단백질의 평균」에서 얼마나 뚜렷하게 벗어나는지를 최대화했습니다. 특징 없는 지도란 모양이 없다는 뜻이니, 평균에서 멀어지는 쪽을 좋은 방향으로 삼은 것입니다. 쉽게 말해 「네가 보기에 가장 단백질다운 서열을 내놓아라」라고 신경망을 몰아붙인 것입니다. 서로 다른 무작위 출발점에서 시작하자 다양한 서열과 구조가 쏟아졌고, 그 결과가 앞의 129개와 27개입니다 (PMID 34853475).
환각은 곧 조건을 다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단백질이 실제로 일을 하는 몇몇 자리가 기능 부위이고, 나머지 사슬은 그 자리를 받쳐 주는 받침대입니다. 제약 환각은 예측 구조가 원하는 기능 부위를 포함하도록 서열을 최적화하고, 인페인팅은 기능 부위에서 출발해 나머지 서열과 구조를 신경망에 한 번 통과시켜 채워 넣습니다. 두 방법으로 면역원 후보, 수용체 트랩, 금속단백질, 효소, 결합 단백질이 설계됐습니다 (PMID 35862514). 대칭 조립체에도 적용됐습니다. 같은 사슬 여러 개가 고리처럼 돌려 붙은 덩어리가 대칭 호모올리고머이고, 낱개 사슬 하나가 프로토머입니다. 프로토머 개수와 길이만 지정하자 대칭 호모올리고머가 쏟아졌고, 7개 설계물의 결정 구조는 계산 모델과 중앙값 RMSD 0.6옹스트롬으로 거의 겹쳤습니다. RMSD는 두 구조를 겹쳤을 때 같은 원자끼리 벌어진 거리의 평균이고, 옹스트롬은 원자 하나 크기쯤 되는 길이 단위입니다. 최대 1,550잔기(잔기는 사슬에 꿰인 아미노산 하나), C33 대칭의 10나노미터짜리 거대 고리 3개는 cryo-EM으로 확인됐으며, 기존에 풀린 어떤 구조와도 상당히 달랐습니다 (PMID 36108048).
환각이 기능까지 닿은 상징적 사례가 인공 루시퍼라제입니다. 루시퍼라제는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는 반응을 돕는 효소입니다. 가족 전체 환각은 한 계열 전체를 한꺼번에 상상해 내듯 다양한 주머니 모양의 이상화된 구조를 대량 생성하는 방법입니다. 연구진은 그렇게 만든 구조에 합성 기질의 산화 화학발광을 촉매하도록 활성 부위를 설계했습니다. 기질은 효소가 붙잡아 바꿔 놓는 상대 분자이고, 활성 부위는 그 일이 벌어지는 주머니입니다. 가장 활성이 좋은 것은 13.9킬로달톤의 작은 효소로, 녹는점이 95°C를 넘고 촉매 효율(kcat/Km)이 10⁶ M⁻¹s⁻¹ — 천연 루시퍼라제와 비슷한 수준 — 이면서 기질 특이성은 훨씬 높았습니다 (PMID 36813896). 촉매 효율은 효소가 기질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는지 재는 값으로, 클수록 좋습니다.
메커니즘: 형태를 그리는 모형, 서열을 찾는 모형, 되묻는 모형
환각은 강력했지만 느리고 통제가 어려웠습니다. 진짜 도약은 하나의 어려운 문제를 두 개의 쉬운 문제로 쪼갠 것에서 왔습니다.
첫 번째 조각: 형태를 그립니다. 확산 모형의 발상은 단순합니다. 멀쩡한 대상에 잡음을 조금씩 섞어 완전한 잡음으로 만드는 과정을 학습시킨 뒤, 그 과정을 거꾸로 돌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순수한 잡음에서 출발해 한 단계씩 잡음을 걷어 내며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생성 모형이 이렇게 작동합니다. 2023년의 RFdiffusion은 RoseTTAFold 구조 예측망을 바로 이 「구조에 섞인 잡음을 걷어 내는」 과제로 미세조정해, 단백질 백본의 생성 모형으로 바꿨습니다. 미세조정은 이미 학습된 신경망에 새 과제를 조금 더 가르쳐 용도를 바꾸는 일이고, 백본은 아미노산 사슬의 뼈대로, 곁가지를 떼고 남은 주사슬의 선 모양입니다. RFdiffusion은 조건 없는 생성, 사슬이 감기는 전체 모양(위상)을 지정한 단량체 설계, 결합 단백질 설계, 대칭 올리고머 설계, 효소 활성 부위 스캐폴딩을 모두 한 틀에서 해냈습니다. 단량체는 사슬 하나로 된 단백질이고, 스캐폴딩은 기능 부위를 제자리에 붙들어 줄 받침대를 지어 주는 일입니다. 연구진은 수백 개의 대칭 조립체·금속 결합 단백질·결합 단백질을 실험적으로 특성화했습니다 (PMID 37433327).
두 번째 조각: 그 형태로 접히는 서열을 찾습니다. 형태만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고, 그 형태를 실제로 만들어 낼 아미노산 서열이 필요합니다. 모양을 먼저 정해 놓고 그 모양으로 접힐 서열을 거꾸로 찾는 문제가 역접힘(inverse folding)이고, 이 일을 맡은 것이 ProteinMPNN입니다. 천연 백본 위에서 원래 서열을 얼마나 복원하는지 재 보면 ProteinMPNN이 52.4%로, Rosetta의 32.9%를 크게 앞섰습니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다음입니다. 연구진은 X선, cryo-EM, 기능 실험으로 Rosetta나 AlphaFold로 만들었다가 실패했던 설계물들을 되살렸습니다 — 단량체, 고리형 호모올리고머, 사면체 나노입자, 표적 결합 단백질 전부에서 (PMID 36108050). 되살아난 설계물들의 실패 원인은 형태가 틀려서가 아니라 서열이 그 형태를 지탱하지 못한 데 있었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조각: 되묻습니다. 백본을 만들고 서열을 얹은 뒤, 연구자들은 그 서열을 구조 예측기에 다시 넣어 「정말 이 모양으로 접힐까」를 되묻습니다. AlphaFold2나 RoseTTAFold로 설계 서열이 설계된 단량체 구조를 취할 확률과 그 구조가 의도대로 표적에 결합할 확률을 평가해 걸러 내자, 결합 단백질 설계에서 성공률이 거의 10배 올라갔습니다 (PMID 37149653).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고르는 능력이 성공률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이 되묻기가 이 분야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대목이자, 뒤에 나올 논쟁의 씨앗입니다.
이 세 조각의 조립이 오늘날 표준 파이프라인입니다. 확산 모형으로 형태를 만들고, ProteinMPNN 계열로 서열을 얹고, 구조 예측기로 검증합니다 (PMID 41562285). 그리고 이 표준화 자체가 분야를 바꿨습니다. 오픈소스로 풀린 RFdiffusion과 ProteinMPNN이 구조 예측 도구와 결합하면서, 생화학자와 분자생물학자가 폭넓게 응용을 탐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PMID 42056544). 방법론도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RFdiffusion2는 촉매 잔기의 서열 위치와 백본 좌표를 미리 지정해야 했던 제약을 없애고 작용기 기하 구조만으로 효소를 설계합니다. 작용기는 반응을 실제로 일으키는 원자 몇 개의 묶음입니다. 다양한 활성 부위 41개로 이루어진 벤치마크에서 이전 방법이 16개를 처리한 데 비해 RFdiffusion2는 41개 전부의 스캐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PMID 41339749). 벤치마크는 여러 방법을 같은 문제로 겨루게 하는 비교 시험입니다.

성적표: 자연에 없던 것들이 실제로 만들어졌다
논쟁을 다루기 전에, 실제로 실험대에서 확인된 것들을 짚어야 공정합니다. 아래에서 인용하는 값들은 예측 점수가 아니라 결정 구조·cryo-EM·패치클램프·촉매 상수처럼 모델과 무관한 측정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결정 구조는 단백질을 결정으로 굳혀 X선으로 원자 자리를 읽어 낸 구조이고, 패치클램프는 세포막에 난 구멍으로 흐르는 전류를 직접 재는 실험입니다.
효소. 세린 하이드롤라제 — 촉매 삼인조와 옥시음이온 구멍을 가진 다단계 반응 효소 — 를 최소한의 활성 부위 기술만으로 설계했고, 촉매 효율이 최대 2.2×10⁵ M⁻¹s⁻¹, 결정 구조는 설계 모델과 Cα RMSD 1옹스트롬 미만으로 일치했습니다. 천연 세린 하이드롤라제와는 다른 다섯 가지 접힘에서 새 촉매가 나왔습니다 (PMID 39946508). 여기서 접힘은 사슬이 감기는 전체 유형입니다.
항체. 표적에서 항체가 실제로 달라붙는 좁은 자리를 에피토프라고 합니다. RFdiffusion2를 미세조정한 신경망을, 후보를 효모 표면에 내걸어 붙는 것만 골라내는 스크리닝과 결합하자, 사용자가 지정한 에피토프에 결합하는 항체 가변 중쇄(VHH), 단일사슬 가변절편(scFv), 나아가 전항체까지 완전히 계산으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cryo-EM은 설계물의 결합 자세를 확인했고, 고해상도 구조는 여섯 개 CDR 루프 전부의 형태가 설계대로임을 보여 줬습니다. CDR 루프는 항체 끝에서 표적을 붙잡는 고리입니다. 다만 초기 계산 설계물의 친화도는 수십~수백 나노몰의 Kd로 대단치 않았고, 한 자릿수 나노몰까지 끌어올리려면 별도의 친화도 성숙이 필요했습니다 (PMID 41193805). 친화도 성숙은 서열을 조금씩 바꿔 가며 더 세게 붙는 것을 골라내는 추가 작업입니다. 후속 접근은 항원당 43~101개만 실험하고도 네 표적 모두에서 나노몰 친화도의 기능성 항체를 얻었고, 설계물은 포유류 세포에서 잘 발현되며 서열·구조적으로도 새로웠습니다 (PMID 42337361).
자연에 없는 장치. 이온 채널은 세포막을 꿰뚫은 구멍으로 특정 이온만 지나가게 하는 단백질이고, 선택성 필터는 그 구멍 안에서 어떤 이온을 통과시킬지 가리는 목입니다. 선택성 필터 잔기의 기하만 지정해 Ca²⁺ 채널을 바닥부터 설계했고, 사량체·육량체 구성 모두에서 패치클램프로 Na⁺나 다른 2가 이온보다 Ca²⁺에 더 높은 전도도를 보였습니다. 사량체와 육량체는 같은 사슬이 넷, 여섯 모인 구성입니다. 필터 잔기를 돌연변이시키면 그 선택성이 사라졌습니다. 육량체 채널의 cryo-EM 구조는 설계 모델과 거의 같았습니다 (PMID 41125887).
이런 흐름을 두고 2026년의 한 개관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성공률과 활성 면에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새 구조·조립체·결합 단백질을 설계한다는 오랜 난제는 「풀리기 직전」이며, 이 영역의 핵심 질문은 이제 「어떻게 설계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설계하는가」라는 것입니다 (PMID 42056544).
그런데 성공을 무엇으로 판정하는가 — 되묻기는 얼마나 믿을 만한가
위의 성적표는 진짜입니다. 그러나 그 성적표를 읽는 방식에는 심각한 함정이 있습니다. 설계 파이프라인의 마지막 단계는 예측기로 되묻는 것인데, 그 되묻기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는 따로 시험해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 시험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1개 연구에서 실험적으로 특성화된 드 노보 설계 단량체 614개로 벤치마크를 만들었습니다. 성공은 명확하게 정의됐습니다 — 발현되고, 물에 녹아 있고(가용성), 단량체이고, 사슬이 군데군데 나선으로 감기거나 가닥으로 펴진 국소적인 모양, 곧 올바른 2차 구조로 접히는 것입니다. 평가 대상은 모두 RFdiffusion 이전 시기의 설계이고, 결합체가 아니라 단량체입니다. 그리고 AlphaFold, ProteinMPNN, ESMFold가 성공과 실패를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 쟀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모든 예측 모델이 「중간 정도」의 판별력만 보였습니다. 더 아픈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실패한 설계물 다수가 성공한 설계물보다 더 좋은 신뢰도 지표를 가졌고, 신뢰도 지표는 단백질 위상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신뢰도 지표는 예측기가 「내 예측이 이 정도로 믿을 만하다」고 스스로 매기는 점수입니다. 결론은 절제돼 있지만 분명합니다 — 이 모델들은 실험 전 1차 필터로는 쓸 만하지만, 과제 특화 학습 없이는 실험적 성공을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 제한적입니다 (PMID 41556605).
이 문제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SARS-CoV-2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을 표적한 미니단백질 연구입니다. RFdiffusion으로 538개 후보를 설계했고, 그중 19개를 골라 대장균에서 생산했습니다. 전부 가용성이었고 8~10 mg/L로 정제됐으며, 원편광 이색성으로 제대로 접힌 것이 확인됐고 열을 올려 풀어지게 한 뒤 식히자 다시 제 모양으로 돌아왔습니다. 9개는 녹는점이 75°C를 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훌륭합니다. 그런데 19개 중 13개가 예상치 못하게 올리고머를 형성했고, 결합이 확인된 것은 3개뿐이었습니다 — 친화도는 각각 115나노몰, 4.8마이크로몰, 7.32마이크로몰. 올리고머는 같은 단백질 여러 개가 서로 붙어 이룬 덩어리인데, 혼자 떠 있어야 할 설계물이 저희끼리 붙으면 표적에 붙을 능력이 결정적으로 깎일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예상치 못한 올리고머화를 미니단백질 결합체 발굴의 주요 장벽으로 지목합니다. 그중 한 결합체의 1.8옹스트롬 결정 구조는 설계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러니까 구조는 맞았는데 기능이 안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줄. AlphaFold3의 ipTM 같은 예측 지표와 계산 시뮬레이션은 실험 데이터와 맞지 않았습니다 (PMID 41665261).

20년치 문헌을 계량서지학적으로 훑은 2026년의 한 연구는, 분석 결과가 아니라 맺음말에서 이 분야의 한계를 이렇게 진단합니다. 안정적이고 결정화 가능한 구조로 학습된 모델은 훈련 분포 밖으로 일반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정적 예측은 알로스테리와 촉매를 지배하는 구조 동역학에 눈이 멀어 있으며, 인 실리코 신뢰도 점수는 습식 실험 결과의 예측자로 반복해서 부실했습니다 (PMID 42470596). 훈련 분포 밖이란 학습에 쓰인 것과 성질이 다른 대상을 말합니다. 인 실리코는 컴퓨터 안에서만 해 본다는 뜻이고, 습식 실험은 실제로 시약을 다루며 실험대에서 하는 실험입니다. 다만 이 진단은 계량서지 분석이 측정한 값이 아니라 저자들의 종합 판단입니다.
이 순환이 곧 「설계 성과가 가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위 성적표의 성과들은 모델과 무관한 실험으로 확인된 것들입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실험 전에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단계가 예측기에 의존하는 한, 우리는 예측기가 좋아하는 종류의 설계에 체계적으로 끌리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확인된 것은 「생성기와 채점기가 같은 편향을 공유한다」는 증명이 아닙니다. 관찰된 것은 신뢰도 점수의 판별력이 중간 수준이고 단백질 위상에 따라 흔들린다는 사실이며, 미니단백질 사례에서 저자들의 진단은 더 구체적입니다 — RFdiffusion은 구조적 완결성과 안정성은 신뢰할 만하게 예측했고, 놓친 축은 올리고머화였습니다 (PMID 41665261). 그리고 서로 다른 원리로 판단하는 여러 계산 기법으로 교차검증하면, 실험 전에 결함을 잡아낼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단량체 518개와 보툴리눔 독소 결합체 2,112개를 여러 예측기와 단편 품질 지표로 함께 분석하자, 성질을 수치로 요약한 항목 몇 개만으로도 잘 접히는 단량체와 결합체를 꽤 정확히 예측하는 기계학습 모형이 만들어졌습니다 (PMID 36275629). 범용 신뢰도 점수로는 부족해도 과제에 맞춰 따로 학습하면 판정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예측기 되묻기가 쓸모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집단 수준에서 후보를 솎아 내는 데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PMID 37149653). 부실한 것은 개별 설계의 성패를 순위 매기는 정확도입니다.
병목은 여전히 습식 실험이다
「AI가 단백질을 만든다」는 서사는 만드는 쪽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의 무게중심은 다른 데 있습니다.
결합 단백질 생성은 인 실리코 성공률이 낮은 경우가 있어, 실험에 넘길 만큼의 후보를 얻으려면 수천 개의 설계와 수백 GPU 시간이 드는 일이 흔합니다 (PMID 41562285). 앞의 미니단백질 사례를 다시 봅니다 — 538개를 설계해 19개를 만들고 3개가 결합했습니다. 계산은 538개를 뽑았지만, 판정은 실험대에서 났습니다.
AI 예측이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에 대한 더 광범위한 검증도 있습니다. 한 세포 안의 단백질들이 서로 붙고 떨어지는 관계 전체를 인터랙톰이라고 부릅니다. 효모와 사람의 인터랙톰을 AI로 예측한 것과 실험으로 매핑한 것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고신뢰도 예측의 품질은 확립된 실험 방법과 대등합니다. 그러나 한 생물이 가진 단백질 전체(프로테옴)를 훑는 스크리닝에서는, 시험된 AI 접근법들이 완전히 새로운 상호작용을 발굴하는 데서 실험 기반 참조 맵에 못 미쳤습니다 — 이 연구가 만든 효모 인터랙톰 맵은 AI 대응물보다 40배 이상 많은 새 상호작용을 찾아냈습니다. 저자들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 현 단계에서 AI 예측의 주된 기여는 실험으로 발굴된 상호작용에, 여러 사슬이 모여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그린 4차 구조 모델을 붙여 주는 것입니다 (PMID 41935050).
「성공률」이라는 말, 그리고 전임상은 치료제가 아니다
설계 분야의 숫자를 읽을 때 가장 흔한 오독은 성공률의 분모가 논문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놓치는 것입니다. 분모는 「몇 개 중 몇 개」에서 뒤의 수, 곧 무엇을 모집단으로 잡았는지입니다. 같은 「성공」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다른 것들을 가리킵니다. 초기 환각 연구의 27/129는 발현·정제 후 단분산이고 CD 스펙트럼이 모델과 맞는 비율입니다 (PMID 34853475). 미니단백질 연구의 3/19는 골라서 생산한 것 중 결합이 확인된 비율이며, 원래 설계는 538개였습니다 (PMID 41665261). 항체 연구의 「43~101개 실험」은 실험에 넘긴 설계 수이지 성공률이 아닙니다 (PMID 42337361). RFdiffusion2의 41/41은 인 실리코 스캐폴딩 벤치마크 통과율입니다 (PMID 41339749).

전체 수준을 가늠할 만한 값도 있습니다. 2023년의 한 개관은 당시 최신 설계 프로토콜의 실험 성공률이 20%에 근접한다고 요약했습니다 (arXiv:2310.09685, 프리프린트). 프리프린트는 같은 분야 연구자들의 검토(동료심사)를 거치지 않고 먼저 공개한 원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거의 종류를 정직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공률 수치들 — 표적당 30~100개만 시험해 마크로사이클 펩타이드 적중률 90% 초과 같은 값 (arXiv:2507.19375, 프리프린트) — 은 상당 부분 모델 개발 주체가 직접 낸 기술 보고서이며,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입니다. 각각의 적중률은 서로 다른 표적 집합, 서로 다른 실험 형식, 서로 다른 「적중」 정의 위에서 계산됐고, 독립적으로 재현된 값이 아닙니다. 예컨대 「적중률 90%」가 시험한 설계물 중 결합이 검출된 비율인지, 원하는 친화도 구간에 든 비율인지에 따라 같은 숫자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숫자들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동료심사를 거친 결정 구조·촉매 상수와 같은 층위의 근거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더. 인 실리코 지표만 보고한 논문도 문헌에 섞여 있습니다. 한 설계 연구는 높은 예측 신뢰도와 유리한 계면 에너지를 보고하면서도, 결론에서 「여기 보고된 설계물은 계산 예측이며, 기능적 활성을 판정하려면 생화학·세포 실험 검증이 필요하다」고 명시합니다 (PMID 42222300). 계면 에너지는 두 단백질이 맞닿는 면이 얼마나 잘 맞물렸는지를 계산으로 점수 낸 값입니다. 이런 자기 제한은 모범적이지만, 요약이나 언론 보도가 이 문장을 떼어 내면 「AI가 난공불락 표적을 뚫었다」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를 다룰 때 가장 위험한 비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설계된 결합 단백질의 성과 대부분은 전임상 단계의 특성화입니다. 전임상은 사람에게 투여해 보기 전, 세포와 동물에서만 시험한 단계입니다. IL-23과 IL-17은 자가염증 질환에서 잘 검증된 치료 표적입니다. 이 경로를 막기 위해 IL-23의 수용체(IL-23R)와 IL-17을 표적한 미니바인더는 항체급의 낮은 피코몰 친화도를 보였고 극도로 안정해 경구 투여가 가능했으며, 경구 투여한 IL-23R 미니바인더가 생쥐 대장염 모델에서 임상용 항 IL-23 항체보다 나은 효능을 보이고 랫에서 양호한 약동학을 보였습니다 (PMID 38936360). 약동학은 투여한 약이 몸 안에서 어떻게 퍼지고 빠져나가는지를 말합니다. 이것은 동물 모델에서의 원리 증명입니다. 사람에서의 효능·안전성을 말하는 데이터가 아니며, 승인된 치료제에 관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 분야를 정리한 개관도 같은 온도를 유지합니다 — 드 노보 결합 단백질 설계가 개발 시간과 자원을 크게 줄이고 적중률을 높였으며, 전임상 모델에서의 특성화가 치료제 개발로 가는 길을 닦고 있다는 것입니다 (PMID 40897171). 「닦고 있다」는 표현이 현재 위치를 정확히 짚습니다.
남은 난제도 또렷합니다. 앞서 인용한 2026년 개관은 구조·조립체·결합 단백질은 풀리기 직전이지만 높은 에너지 장벽을 가진 반응의 촉매 설계, 그리고 결합·구조 변화·촉매를 하나로 통합하는 스위치와 나노머신의 설계가 남았다고 정리합니다 (PMID 42056544). 동역학이라는 축도 큽니다. 자연의 신호전달 단백질은 모양을 바꾸는 것으로 일하는데, 최근에야 도메인(단백질 안에서 독립적으로 접히는 단위) 내부 기하 사이의 동적 전환을 원자 수준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나와 네 개의 구조로 설계된 형태를 검증했습니다 (PMID 40403060). 정적 구조에 최적화된 현재 모델들이 형태 앙상블·번역후 변형·세포 내 맥락을 기본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PMID 42470596).
의의: 질문이 「어떻게 만드나」에서 「무엇을 만드나」로
첫째, 「예측이 풀리면 설계도 자동으로 풀린다」는 통념은 틀렸고, 동시에 절반은 맞았습니다. 틀린 이유는 예측기를 그대로 쓴다고 설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작동한 것은 예측망을 잡음 제거 과제로 재훈련해 생성 모형으로 개조하고, 역접힘이라는 별도 문제를 따로 풀고, 그 결과를 예측기로 다시 걸러 내는 삼단 분업이었습니다. 맞은 이유는, 그 세 조각 중 두 조각이 결국 구조 예측 연구의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접힘을 학습한 신경망은 실제로 거꾸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둘째, 이 분야의 다음 병목은 더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판정하는 것입니다. 생성 능력은 빠르게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실험 전에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판단은 여전히 예측기의 신뢰도 점수에 기대고 있고, 단량체 설계를 대상으로 한 회고 벤치마크에서 그 점수는 실패한 설계에 성공한 설계보다 더 좋은 값을 주기도 했습니다 (PMID 41556605). 실험한 19개 중 3개만 결합했고, 원래 설계는 538개였습니다. 그 사례에서 예측 지표가 실험과 어긋났다는 보고 (PMID 41665261)는 이 격차의 크기를 알려 줍니다. 판정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설계는 계속 습식 실험의 처리량에 묶여 있을 것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판이 바뀐 지점은 분명합니다. 오랫동안 단백질 공학은 무작위 선택 — 대량의 변이체를 만들고 걸러 내는 방식 — 에 기대 왔는데, 지금은 의도적 계산 설계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PMID 42056544). 그리고 설계는 진화를 대체하기보다 진화의 출발점을 옮기는 쪽으로도 쓰입니다. ProteinMPNN으로 보툴리눔 신경독소 프로테아제 세 종을 재설계해 안정성을 높인 뒤, 재설계본과 야생형을 나란히 놓고 파지 보조 연속 진화를 돌린 연구가 있습니다.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자르는 효소이고, 야생형은 자연에 있는 그대로의 원본입니다. 파지 보조 연속 진화는 바이러스의 빠른 번식을 빌려 실험실에서 진화를 쉼 없이 돌리는 기법입니다. 서로 다른 재설계 효소 셋을 출발점으로 돌렸을 때 같은 선택 조건의 야생형보다 일관되게 더 활성 높은 프로테아제가 나왔습니다. 네 번의 진화 캠페인에서 재설계는 야생형으로는 닿을 수 없던 서열 영역을 열어 줬고, 재설계로 얻은 돌연변이들은 야생형 배경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치료적으로 의미 있는 표적을 자르도록 진화시켰을 때, 재설계 출발점에서 진화한 프로테아제는 야생형에서 진화한 최고 변이체보다 79배 넘는 선택적 특이성에 도달했습니다 (PMID 42486980).
이 마지막 그림이 이 분야의 현재를 잘 요약합니다. 사람이 그린 형태, 신경망이 찾은 서열,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돌아가는 실험실 진화. 설계가 진화를 이긴 것이 아니라, 설계가 진화의 출발점을 자연이 도달한 적 없는 자리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50년 난제의 답이 나온 뒤에 열린 것은 더 큰 난제였습니다. 다만 그 난제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만드느냐를 묻던 시절에서, 무엇을 만들 것이며 그것이 정말 됐는지 어떻게 알 것이냐를 묻는 시절로. 첫 번째 질문에는 채점표가 있었습니다. CASP라는 대회가 있었고, 실험으로 이미 풀린 구조라는 정답지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는 그런 정답지가 없습니다. 자연에 없던 단백질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는, 그 단백질을 실제로 만들어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것이 이 분야가 아직 습식 실험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며, 예측이 풀린 뒤에도 설계가 여전히 논쟁인 이유입니다.
근거 논문
논문 성격을 함께 적었다. 본문에 그대로 있는 수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전체 조망
-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de novo protein design." (2026) — PMID 42056544 — 이 글의 뼈대가 된 개관. 무작위 선택에서 의도적 계산 설계로의 패러다임 이동, 그리고 남은 과제 목록.
- "From CASP13 to the Nobel Prize: DeepMind's AlphaFold Journey." (2026) — PMID 41047692 — CASP14 성적과 "해결" 선언, AlphaFold DB 규모.
- "Sparks of function by de novo protein design." (2024) — PMID 38361073 — 설계를 서열→구조→기능의 역방향으로 정식화한 개관.
- "Challenges in bridging the gap between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and functional interpretation." (2025) — PMID 37850517 — 예측 구조는 검증되지 않은 모델이며 정답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경고.
물리 기반 시기
- "De novo design of picomolar SARS-CoV-2 miniprotein inhibitors." (2020) — PMID 32907861 — 물리 기반 설계의 절정. 대규모 골격 생성과 실험 스크리닝을 전제로 한 성과.
- "Robust deep learning-based protein sequence design using ProteinMPNN." (2022) — PMID 36108050 — 실험 특성화된 설계물이 거의 전부 물리 기반이었다는 진단, 역접힘 서열 회복률, 실패작 되살리기.
- "Improving de novo protein binder design with deep learning." (2023) — PMID 37149653 — 낮은 성공률에 대한 자기 진단, 그리고 예측기 되묻기로 성공률을 끌어올린 결과.
환각 계열
- "De novo protein design by deep network hallucination." (2021) — PMID 34853475 — 무작위 서열에서 출발해 "가장 단백질다운" 쪽으로 몰아붙이는 방법. 이 글의 첫 숫자가 여기서 나온다.
- "Scaffolding protein functional sites using deep learning." (2022) — PMID 35862514 — 제약 환각과 인페인팅으로 기능 부위를 스캐폴딩.
- "Hallucinating symmetric protein assemblies." (2022) — PMID 36108048 — 프로토머 수와 길이만 지정한 대칭 조립체 생성, 결정구조·cryo-EM 확인.
- "De novo design of luciferases using deep learning." (2023) — PMID 36813896 — 환각이 기능까지 닿은 사례. 인공 루시퍼라제.
표준 파이프라인
- "De novo design of protein structure and function with RFdiffusion." (2023) — PMID 37433327 — 구조 예측망을 잡음제거 과제로 미세조정해 백본 생성모형으로 전환.
- "Atom-level enzyme active site scaffolding using RFdiffusion2." (2026) — PMID 41339749 — 잔기 위치 지정 없이 작용기 기하만으로 효소 설계. 인 실리코 벤치마크 통과율.
- "ProteinDJ: A high-performance and modular protein design pipeline." (2026) — PMID 41562285 — 결합체 생성의 인 실리코 성공률이 낮아 계산량이 병목이라는 문제 인식.
성적표 — 모델과 무관한 측정
- "Computational design of serine hydrolases." (2025) — PMID 39946508 — 촉매 상수와 결정구조로 확인된 다단계 반응 효소 설계.
- "Atomically accurate de novo design of antibodies with RFdiffusion." (2026) — PMID 41193805 — cryo-EM으로 CDR 루프 형태까지 확인. 초기 설계물의 친화도 한계도 함께 보고.
- "Efficient generation of epitope-targeted antibodies with Germinal." (2026) — PMID 42337361 — 항원당 소수만 실험해 네 표적 모두에서 기능 항체.
- "Bottom-up design of Ca2+ channels from defined selectivity filter geometry." (2025) — PMID 41125887 — 패치클램프로 확인된 이온 선택성, 필터 돌연변이로 소실.
판정 문제
- "Evaluating zero-shot prediction of monomeric protein design success by AlphaFold, ESMFold, and ProteinMPNN." (2026) — PMID 41556605 — 실험 특성화된 단량체 벤치마크. 신뢰도 지표의 판별력이 중간 수준이고 실패작이 더 좋은 값을 받기도 했다.
- "Experimental analyses of RFdiffusion designed Miniproteins for binding to SARS-CoV-2 nucleocapsid protein." (2025) — PMID 41665261 — 구조는 맞았는데 기능이 안 나온 사례. 예측 지표가 실험과 어긋났고, 놓친 축은 올리고머화.
- "Identifying well-folded de novo proteins in the new era of accurate structure prediction." (2022) — PMID 36275629 — 여러 예측기를 함께 쓴 과제 특화 판정 모형. 범용 점수의 대안.
- "Artificial Intelligence and Protein Design: A retrospective study on 20-year emerging trends." (2026) — PMID 42470596 — 계량서지 분석. 인용한 한계 진단은 분석 결과가 아니라 저자들의 종합 판단이다.
- "Experimental assessment of AI-based interactome mapping." (2026) — PMID 41935050 — 고신뢰 예측은 실험과 대등하나, 신규 상호작용 발굴에서는 실험 지도에 크게 못 미쳤다.
근거 등급이 갈리는 자리
-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for de novo protein design" (2023) — arXiv:2310.09685 (프리프린트) — 당시 설계 프로토콜의 전체 실험 성공률을 가늠한 개관.
- "Latent-X: An Atom-level Frontier Model for De Novo Protein Binder Design" (2025) — arXiv:2507.19375 (프리프린트) — 모델 개발 주체의 기술 보고서. 높은 적중률 수치의 대표 사례로 인용했다.
- "De Novo Protein Design Enables Targeting of Intractable Oncogenic Protein-Protein Interfaces." (2026) — PMID 42222300 — 인 실리코 지표만 보고하면서 결론에서 스스로 실험 검증 필요를 명시한 사례.
전임상과 남은 과제
- "Preclinical proof of principle for orally delivered Th17 antagonist miniproteins." (2024) — PMID 38936360 — 생쥐·랫에서의 원리 증명. 사람 데이터가 아니다.
- "Code to complex: AI-driven de novo binder design." (2025) — PMID 40897171 — 전임상 특성화가 "길을 닦고 있다"는 온도의 개관.
- "Deep learning-guided design of dynamic proteins." (2025) — PMID 40403060 — 형태 전환을 원자 수준에서 설계한 시작점.
- "AI-redesigned starting points and outcomes enhance protein evolution." (2026) — PMID 42486980 — 재설계가 실험실 진화의 출발점을 옮긴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