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eris 아티클
왜 50년이나 걸렸나 — 단백질 구조 예측, 실패의 궤적
안핀센의 약속에서 CASP라는 발명, 그리고 공진화라는 단서까지 — 딥러닝이 도착하기 전 반세기의 이야기

Paperis 아티클
안핀센의 약속에서 CASP라는 발명, 그리고 공진화라는 단서까지 — 딥러닝이 도착하기 전 반세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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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나온 한 리뷰가 그 시절의 성적표를 숫자로 남겼다. 단백질 사슬의 각 자리가 나선으로 감기는지, 병풍처럼 펴진 가닥인지, 둘 다 아닌지 셋 중 하나로 맞히는 문제에서 당시 가장 좋은 방법들은 63~65%를 맞혔다. 그런데 같은 리뷰가 곧바로 덧붙인다. 데이터베이스에 닮은 단백질이 이미 들어 있으면 정확도가 약 90%까지 오른다고. 결론은 이랬다 — 3차원 구조 예측은 닮은 단백질의 구조가 이미 알려져 있을 때에만 실용적이다 (PMID 2126456).
미리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리뷰를 쓴 사람은 리뷰가 비교 대상으로 올린 두 대표 방법 중 하나의 저자 본인이고, 90%도 그가 함께 만든 방법의 성적이다. 자기 성적표를 자기가 적었다.
이상한 일이다. 답은 이미 안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스무 종류쯤 되는 부품이 한 줄로 길게 이어진 것이다. 그 줄에서 부품이 놓인 순서를 아미노산 서열이라고 부른다. 그 줄은 세포 안에서 저절로 뭉쳐 고유한 3차원 덩어리가 되는데, 뭉치는 이 일이 접힘이다. 그리고 접혀서 나온 모양이 그 단백질이 하는 일을 정한다 — 소화 효소가 특정 분자만 붙잡는 것은 그 모양이 그 분자에 딱 맞기 때문이고, 모양이 어그러지면 붙잡지 못한다. 형태가 곧 기능이라는 말이 그 뜻이다.
크리스천 안핀센의 열역학 가설은 반세기 동안 단백질 과학의 중심 기둥으로 여겨져 왔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정상적인 생리 환경에 놓인 천연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계 전체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은 구조이며, 따라서 천연 구조는 원자 간 상호작용의 총체에 의해 — 결국 아미노산 서열에 의해 — 결정된다 (PMID 40750093). 여기서 자유에너지는 "얼마나 편안한가"를 재는 물리학의 눈금이다. 그 줄은 갈 수 있는 모든 모양 중 가장 편안한 모양으로 굴러떨어지고, 어느 모양이 편안한지는 줄의 순서가 정한다는 뜻이다.
답은 서열 안에 들어 있다. 그러니 꺼내면 된다. 그런데 그 계산이 반세기 가까이 되지 않았다.
2020년에 답이 나왔다는 소식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 이 글은 그 앞을 따라간다. 시도들은 어디서 막혔고, 그 실패가 무엇을 남겼기에 마지막 도약이 가능했는가.
꼭 붙잡아야 할 말은 일곱 개다. 아미노산 서열, 접힘, 형태가 곧 기능, CASP, 동형 모델링, 물리 기반 계산, 공진화. 앞의 셋은 방금 나왔고 나머지 넷은 나오는 자리마다 풀어 쓴다.
원리가 있다고 계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백질이 취할 수 있는 모양의 가짓수는 어마어마해서, 하나씩 다 훑어 가장 편안한 것을 고르려 하면 수십억 년이 걸린다. 그런데 실제 단백질은 생물학적으로 합리적인 시간 안에 자기 모양을 찾아낸다 (). 자연은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는가.
물리학 쪽은 비교적 일찍 답을 냈다. 평평한 바닥을 굴러다니는 공이 아니라 기울어진 바닥을 굴러떨어지는 공이라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무리 많아도 걸리는 시간은 짧다. 1997년의 한 리뷰가 그 전환을 정리한다. 단백질이 되는대로 뒤진다는 낡은 그림은 폐기됐고, 그 자리를 유효 에너지 표면의 상당 부분에 걸쳐 천연 상태 쪽으로 기울어진 편향이 접힘을 지배할 수 있다는 관점이 대신했다. 그렇다면 천연 상태에 이르는 길은 여럿이라 특정한 경로 하나를 상정할 필요가 없다 (PMID 9269572). 오늘날 이 이론은 사슬 길이별 접힘 시간의 범위를 설명하고 접힐 수 있는 최대 크기까지 예측한다 (PMID 36659994).
문제는 이 승리가 예측 알고리즘을 주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자연이 지름길로 접는다는 것을 아는 일과 그 지름길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1997년의 같은 리뷰가 그 대목을 스스로 적어 놓았다 — 새로운 낙관은, 그 편향을 만들어 내는 구조적·에너지적 요인을 밝히는 더 자세한 연구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MID 9269572).
안핀센이 남긴 질문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왜 단백질은 접히는가, 그리고 서열은 어떻게 자기 접힘을 지정하는가. 앞의 질문에는 그럴듯한 답이 있었지만 뒤의 질문은 지금도 미해결 과제다 (PMID 37165178).
나머지는 그 벽을 우회하려 한 세 갈래 시도에 관한 것이다. 세 갈래는 깔끔하게 순서대로 오지 않았다 — 시기가 겹쳤고 서로 부품을 빌렸다.
닮은 답안지가 있으면 풀 수 있다 — 1990년 리뷰의 결론이 첫 시대를 요약한다. 서열이 비슷한 단백질은 비슷하게 접히니, 이미 구조가 풀린 단백질 위에 새 서열을 갈아 끼우고 어긋나는 데를 손보면 된다. 이것이 동형 모델링이다. 남의 답안지를 베껴 이름만 바꿔 쓰는 일에 가깝다.
베끼기는 강력했다. 20년 뒤인 2011년에도 동형 모델링은 여전히 "가장 정확한 계산적 구조 예측 방법"이었다. 실험으로 풀린 구조를 모아 둔 공용 창고에 약 6만 5천 개가 쌓여 있었고, 자동 파이프라인들이 구조 미상 서열에 대해 약 190만 개의 모델을 찍어냈다. 구조를 모르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약물 설계도 이 방법 덕에 열렸다 (PMID 21521153).
그런데 천장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정확도다. 2006년의 한 리뷰는 서열 동일성 30% 이상에 기반한 동형 모델링이 이미 "본보기 기반의 자연적 한계"에 근접했으며 그 너머로 가려면 모델을 천연 구조 쪽으로 끌고 가 다듬는 기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같은 리뷰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진전이 관찰된 곳은 오히려 어려운 표적 쪽이며, 거기서는 본보기 선택과 정렬 정확도가 여전히 주된 문제라고 적는다 (PMID 16510277).
다른 하나는 더 근본적이다. 답안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안핀센의 약속은 "서열만 있으면 된다"였는데, 실제로 작동하는 방법은 "닮은 답안지가 있어야 한다"였다. 이 격차가 남은 숙제였다.
여기서 알고리즘이 아닌 것이 등장한다. 제도다.
구조 예측에는 고약한 문제가 있었다. 정답을 본 뒤에 방법을 손보고 "우리 방법이 잘 맞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는데, 논문은 대체로 정답이 공개된 뒤에 쓰인다.
1994년, 첫 CASP가 열렸다. CASP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눈을 가린 채 치르는 시험이다. 구조가 이미 풀렸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단백질의 서열만 주고, 참가자는 답을 모르는 채로 예측을 제출한다 (PMID 31116374). 그 뒤 구조가 공개되고 독립적인 평가자들이 채점한다 — 눈가림 시험과 독립 평가, 이 둘이 CASP의 핵심 구성 요소다 (PMID 34533838). CASP 자신은 어떤 예측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뒤로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착시인지를 가르는 기준선이 되었다.
제도가 생기자 그 제도의 사각을 겨냥한 다른 시험이 따라 나왔다. CASP에서는 사람이 개입한 예측이 자동 서버보다 나았는데, 1999년에 발표된 첫 CAFASP는 CASP3의 표적을 빌려 완전 자동 서버만 따로 평가했다 — 사람이 붙은 성적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성적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자동 서버들은 서열끼리 짝지어 비교하는 방법이 놓치는 먼 유사성을 곧잘 찾아냈다. 다만 이 시험은 CASP 운영진이 아니라 별개 그룹이 열었고, 눈가림도 아니었다 — 구조가 공개된 뒤에 치렀고, 저자들 스스로 규칙과 절차가 달라 CASP3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방법의 사용자"를 위한 평가였다 — 평가한 사람들 중에 평가 대상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PMID 10526371).
한 가지 미리 밝혀 둔다. 이 연표에서 가장 큰 하중을 지는 문헌은 CASP 각 회차의 요약문인데, 그 요약문들은 CASP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직접 쓴다. 존 모울트를 비롯한 같은 이름들이 1999년 그가 단독으로 쓴 종합 평가에서 CASP14 요약까지 저자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글은 그 요약문들이 잘됐다고 적은 자리와 안 됐다고 적은 자리를 함께 옮기고, 2020년의 도약을 판정할 때는 운영진이 아닌 독립 평가단의 논문을 따로 인용한다.
CASP가 남긴 기록에는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99년, 그때까지의 CASP 결과를 종합한 평가가 나왔다. 동형 모델링 쪽에서는 여러 개선이 있었고, 서열 프로파일 방법이 좋아지면서 접힘을 알아보는 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모델 다듬기는 여전히 심각한 과제였다. 본보기 없이 밑바닥부터 짓는 영역은 40~60개 자리 길이의 단편을 대략 맞게 만드는 수준이었고, 일반적인 문제가 풀리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비관이 아니다 — 이 분야가 많은 서열에 대해 쓸모 있는 모델을 내놓는 실용 기술로 성숙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PMID 10600698).
2007년 CASP7 요약은 진전을 넷 보고한다 — 단일 최적 본보기를 넘는 정확도, 자동 서버의 추격, 모델 품질 예측 방법의 등장, 그리고 실제 응용의 빠른 증가 (PMID 17918729). 2009년 CASP8 요약도 성과를 먼저 적는다. 모델 다듬기의 첫 눈가림 평가에서 조건에 따라 상당한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고, 정확도 판정 방법과 주된 본보기에 없는 영역에도 진전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못을 박는다 — 이 진전들에 맞세워야 할 사실이 있다. 기존 CASP 척도로 보면 본보기 기반이든 본보기 없는 예측이든 CASP7 대비 모델 품질의 진보가 검출되지 않는다 (PMID 19774620).
2011년 CASP9 요약은 "초기 CASP들에 비해 더 완만한 속도"라고 적으면서도 넷을 든다 — 일부 표적 부류의 정확도, 모델 중 가장 정확한 것을 고르는 능력, 짧은 "새 접힘" 모델, 그리고 가장 뻔한 본보기에서 유도되지 않는 영역에서 새 분석이 드러낸 기대 이상의 성적 (PMID 21997831).
2014년에 나온 CASP10 요약은 열 번의 CASP가 거의 20년을 덮었고 그 기간에 방법과 모델 정확도에서 막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 회차의 특기 사항은 원자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산하는 방식(분자동역학)을 쓴 다듬기로 모델이 처음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실험에서 얻은 성긴 맞닿음 정보를 모델링에 쓰는 능력도 처음 시험됐고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문장이 있다 — 새로운 맞닿음 예측 방법들은 상당한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아직 CASP 시험에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같은 요약문은 표적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고 짚는다. 불규칙한 구조와 여러 도메인·소단위로 된 표적이 늘고 알려진 접힘의 전형적 사례는 줄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모델의 전체 정확도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으며 특히 본보기가 없는 영역의 개선이 그것을 이끈다고 저자들은 적었다 (PMID 24344053).
그러니 이 시기를 "제자리걸음"이라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시험이 동시에 어려워지고 있었고 주변 기술도 계속 나아졌다. 정확한 진술은 이것이다. 속도가 느려졌고, 본보기가 아예 없는 표적에서는 여전히 상동성 기반 모델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 벽을 열 열쇠는 이미 나와 있었지만 아직 시험대에서 아무 표시도 내지 못했다.
베끼기가 막힌 자리에서 두 번째 시도가 나왔다. 답안지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이다. 원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식으로 적어 놓고, 그 식이 매기는 점수가 가장 낮은 모양을 컴퓨터로 찾는다. 이것이 물리 기반 계산이다. 안핀센의 가설을 글자 그대로 알고리즘으로 옮기는 접근이다.
대표 주자가 로제타였다. 다만 로제타는 순수한 물리 시뮬레이션이 아니었다. 2000년에 발표된 한 방법이 그 타협을 보여 준다. 이미 구조가 알려진 단백질에서 짧은 조각들을 골라 오되 고르는 기준은 서열 유사성만이 아니라 실험에서 얻은 신호와의 일치이기도 하고, 그 조각들을 조립한 뒤 물에 닿기 싫어하는 부분을 안쪽에 묻고, 사슬 가닥끼리 짝을 짓고, 실험 제약을 얼마나 만족하는지까지 담은 에너지 함수를 최소화한다. 성적은 좋았다. 자리 하나당 실험 제약 조건 하나 정도만 있으면, 어떤 경우에는 그 모델이 같은 단백질에 대해 이미 발표돼 있던 실험 구조보다 다른 방식으로 얻은 실험 구조에 더 가까웠다 (PMID 11200525). 계산이 실험을 이긴 사례가 2000년에 이미 있었다는 뜻이다 — 다만 실험 데이터를 함께 넣었을 때의 이야기다.
서열만 주면 어땠나. 2006년의 한 벤치마크가 숫자를 남겼다. 38개 시험 단백질에 대해 SimFold라는 에너지 함수는 12개를 6.5 옹스트롬 이내로 맞혔고(옹스트롬은 원자 하나 크기쯤 되는 길이 단위다), 이는 당시 공개돼 있던 로제타의 밑바닥부터 짓는 버전을 기본 설정으로 돌린 성적과 같았다. 두 방법이 만든 후보를 합쳐 합의 예측을 하자 16개로 늘었다 — 어느 한쪽만 쓸 때보다 네 개가 더 맞았다 (PMID 16294329). 셋 중 하나. 그리고 6.5 옹스트롬이라는 기준선 자체가 원자 하나하나를 맞히는 정확도와는 거리가 멀다.
왜 막혔나. 전수로 훑는 길은 여전히 닫혀 있었고 (PMID 36659994), 힘의 식에 기반한 접근이 왜 정확한 예측에 실패했는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검토 주제가 됐다 (PMID 37165178).
컴퓨터에는 그 기울어진 바닥의 정확한 모양이 주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세 번째 길은 전혀 다른 곳에서 왔다. 물리도 베끼기도 아닌 진화의 기록이다.
단백질 안에서 서로 맞닿은 두 자리를 생각해 보자. 한쪽이 돌연변이로 커지면 맞닿음이 어그러져 단백질이 망가진다. 그런데 반대쪽이 그만큼 작아지는 변화가 함께 일어나면 모양은 유지된다. 그러면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3차원에서 닿아 있는 자리 쌍은 같이 변한 흔적을 남긴다. 이것이 공진화다. 같은 계열의 서열을 잔뜩 모아 나란히 세워 놓고 어느 자리들이 함께 변했는지 세면, 3차원 모양을 보지 않고도 어디와 어디가 맞닿는지 적은 지도를 복원할 수 있다.
아이디어 자체는 오래됐다. 오래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간접 상관이었다 — A가 B와 닿고 B가 C와 닿으면, 닿아 있지 않은 A와 C도 함께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둘을 갈라내는 일을 해낸 것이 직접 결합 분석이라는 방법이다. 2011년, 이 방법의 효율적 구현으로 많은 단백질 도메인(단백질 안에서 독립적으로 접히는 단위다)을 평가한 연구는 서열 정보만으로 상당수의 맞닿음을 옳게 예측했고 조사한 도메인 대부분에서 맞닿음 지도의 전역적 구조를 재현했다. 같은 논문은 이 방법이 충분히 많은 상동 서열(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닮은 서열이다)을 전제로 하며, 유전체 해독의 발전 덕에 그런 데이터가 빠르게 확보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PMID 22106262).
이 마지막 문장에 시대의 핵심이 있다. 신호를 읽으려면 통계가 필요하고 통계에는 서열이 필요하다. 이 방법이 늦게 작동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데이터 때문이었다.
조건은 곧 정량화됐다. 2013년, 구조적 맥락 정보를 함께 써서 더 적은 상동 서열로도 더 정확한 예측을 해낸 연구가 조건 둘을 제시했다. 서열 중복도를 90%로 줄인 뒤 정렬된 서열 수가 단백질 길이의 다섯 배를 넘으면 예측이 정확할 가능성이 높고, 그 예측이 쓸모 있으려면 정렬된 서열들이 구조가 알려진 가장 가까운 상동체보다 표적에 더 가까워야 한다. 당시 한 단백질 계열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조건을 만족하는 계열은 422개였다. 같은 논문은 얄궂은 성질도 짚는다 — 계열이 클수록 신호는 튼튼해지지만 동시에 상동체 구조만으로 그럴듯한 모델을 만들 수 있어 맞닿음 정보가 불필요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PMID 24009338). 잘 작동하는 곳과 꼭 필요한 곳이 어긋나 있었다.
그럼에도 눈 가린 시험대에서 증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CASP11에서 공진화로 유도한 맞닿음 정보를 로제타의 탐색과 다듬기에 정답 쪽으로 붙들어 두는 조건으로 넣자 모델 정확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됐고, 특히 계열의 서열 수가 단백질 길이의 세 배를 넘을 때 효과가 뚜렷했다. 하이라이트는 알려진 상동 구조가 전혀 없는 크고 복잡한 표적 T0806이었다 — 223개 자리에 걸쳐 실험으로 풀린 구조와 3.0 옹스트롬 미만의 편차라는 전례 없는 정확도가 나왔다. 다만 이 예측은 사람이 손을 보탰고 탐색량을 늘린 절차를 썼다. 저자들 자신은 이 결과가 눈 가린 예측 상황에서 공진화 유래 맞닿음이 본보기 없는 모델링의 정확도를 상당히 높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고 적었다 (PMID 26677056). 같은 회차의 CASP 공식 요약도 이를 인정했다 — 새 방법 덕에 몇몇 눈부신 본보기 없는 모델이 나왔다고 적으면서, 바로 그 문장 안에서 여전히 실험 구조에 대한 서열 상동성에 기반한 모델이 가장 정확하다고 함께 적었다 (PMID 27171127).
한계도 있었다. 함께 변하는 자리 쌍이 반드시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니다. 4,000개 계열을 분석한 연구는 직접 공진화하는 쌍의 25%가 5 옹스트롬보다, 3%는 15 옹스트롬보다 멀다는 것을 보였다. 다만 같은 논문의 총평은 그 예외들을 대체로 설명해 낸다. 5~15 옹스트롬 구간 예외의 91%는 같은 계열의 다른 구조에서는 실제로 맞닿아 있었고, 반복 구조 단백질을 빼면 직접 공진화하는 자리 쌍은 그 계열 안 어느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형태에서는 공간적으로 가깝다는 것이다 (PMID 28784799). 더 아픈 지적은 2018년에 나왔다. 남은 한계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기하학적으로 빡빡한 맞닿음, 즉 구조를 정하는 데 정보량이 가장 큰 맞닿음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논문도 처방까지 냈다 — 그 자리 쌍이 실제로 닿을 만한지를 재는 지표를 공진화 점수와 함께 쓰면 성능이 상당히 좋아졌고, 그 개선은 엄격한 정의에서 특히 컸다 (PMID 29953468).
2010년대 중반, 두 흐름이 만난다. 공진화가 만들어 낸 잡음 섞인 맞닿음 신호와, 잡음 속 패턴을 뽑아내는 데 능한 학습 기계다.
기계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CASP13에 참가했던 한 팀의 보고에 따르면 딥러닝은 2012년 CASP10에서 데뷔했고, 자리 사이의 거리 관계 예측은 2014년 CASP11 이후 이 분야를 밀고 나간 핵심 방향이 되었다 (PMID 30985027). 자기 팀 성적을 스스로 정리한 논문이라는 점은 감안하되, 연표는 CASP 요약문들과 어긋나지 않는다.
무엇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분해해 준 숫자가 있다. CASP12에 참가한 한 팀의 분석이다. 전통적 특징만 쓴 기준선의 평균 정밀도가 28.4%였는데, 공진화 기반 특징을 넣자 41.6%로, 여기에 기계학습으로 모든 특징을 통합하자 56.3%로 올랐다(CASP12 전체 표적에서, 단백질 길이의 5분의 1만큼 가장 자신 있는 장거리 예측만 골라 채점한 값이다). 그리고 맞닿음 예측 정밀도는 정렬에 들어간 유효 서열 수의 로그값과 0.66의 상관을 보였다 — 정렬에 서열이 많이 모일수록 성적이 함께 올랐다는 뜻이다 (PMID 29047157). 데이터가 곧 성능이라는 관계가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CASP 요약문이 이 변화를 인증했다. 2016년 CASP12에서는 새 맞닿음 예측 방법으로 맞닿음 정확도가 두 배가 됐고, 본보기가 없는 단백질의 모델 정확도가 극적으로 향상됐다 (PMID 29082672). 2년 뒤 CASP13에서는 거리 예측 딥러닝이 3차원 구조 정확도를 다시 극적으로 개선했고, 요약문이 이렇게 적는다 — 단백질 계열에 알려진 서열이 충분하다는 단서를 달면, 새 방법들은 단량체 단백질의 접힘 위상을 예측하는 오랜 문제를 사실상 해결한다. 사슬 하나로 된 단백질이 전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감기는지를 맞히는 문제다. 정렬에 필요한 서열 수 자체도 상당히 줄었다 (PMID 31589781).
2018년에 이미 답의 재료는 모여 있었다는 뜻이다.
CASP13에는 새 참가자가 있었다. 산업계 연구소로는 처음으로 딥마인드가 들어왔고, 그들이 낸 알파폴드가 새로운 접힘을 예측하는 부문에서 1위를 했다(같은 회차 본보기 기반 부문 1위는 장(Zhang) 그룹). 당시를 정리한 짧은 논평이 이 성취의 계보를 밝힌다. 딥마인드의 접근은 지난 10년간 학계가 발전시킨 두 아이디어 위에 세워졌다 — 서열의 공변이를 구조상의 물리적 맞닿음으로 옮기는 공진화 분석, 그리고 그 패턴을 심층 신경망으로 읽어 맞닿음 지도로 바꾸는 것이다 (PMID 31116374). CASP13이 끝난 직후 그 대회를 정리한, 단독 저자의 짧은 글이라는 점은 밝혀 둔다.
그리고 2020년 CASP14에서 도약이 일어났다 (PMID 37920879). CASP14 요약은 이렇게 적는다. 한 연구 그룹의 딥러닝 방법이 실험 구조에 필적하는 정확도를 일관되게 내놓았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결과는 적어도 단일 단백질에 관해서는 고전적 접힘 문제의 해결을 뜻한다. 그리고 곧바로 덧붙인다 — 다른 연구 그룹들도 성능을 상당히 개선했다 (PMID 34533838).
그 한 편이 어떤 구조로 그 일을 해냈는지는 그 논문을 끝까지 읽는 별도의 글이 맡는다. 예측이 풀린 뒤 원하는 단백질을 그려서 만드는 쪽으로 간 이야기도 다른 글의 몫이다. 여기서는 하나만 덧붙인다.
CASP14를 채점한 독립 평가단의 문장이다. 딥러닝의 적용으로 "고정확도" 범주가 모든 표적으로 확장됐는데, 그 큰 도약과 나란히 CASP14의 2등 방법이 CASP13의 1등 방법을 능가했다. 평가단은 이것이 커뮤니티 기반 벤치마킹의 역할을 보여 준다고 적었다 (PMID 34218458). 도약은 한 팀의 것이었지만 상승은 커뮤니티 전체의 것이었다.
"단백질 접힘 문제가 풀렸다"는 말은 편리하지만 부정확하다. 그 해결 선언에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 적어도 단일 단백질에 관해서는 (PMID 34533838).
2022년 CASP15의 가장 큰 진전은 여러 단백질이 서로 들러붙어 이루는 덩어리, 곧 복합체의 계산 정확도가 크게 오른 것이었지만 그마저도 단일 단백질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표준 프로토콜을 기본값 그대로 돌리면 약 3분의 2의 표적에서만 최고 품질 결과가 나왔다 (PMID 37920879). 가장 최근 라운드인 CASP16의 복합체 평가는 더 냉정하다. 복합체 구조 예측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이며, 선두 그룹조차 표적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만 고정확도로 예측했다 — 다만 같은 평가는 직전 회차 대비 전반적 개선과 복합체 예측의 꾸준한 진전도 함께 적는다 (PMID 41170922).
안핀센의 두 질문 중 하나에도 아직 답이 없다. 서열이 어떻게 자기 접힘을 지정하는가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PMID 37165178). 우리는 답을 매우 잘 맞히는 기계를 갖게 됐지만, 그 답이 왜 그 답인지를 원리로 설명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이 반세기에서 가장 오래 남을 것은 아마 알고리즘 쪽이 아닐 것이다. 답의 재료는 오랫동안 흩어져 있었다. 안핀센의 원리, 자연이 지름길로 접는다는 물리학의 답, 베끼기의 천장, 물리로 밑바닥부터 가려다 막힌 자리, 진화가 남긴 통계적 흔적, 유전체 해독으로 폭증한 서열,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자란 학습 기계. 2020년의 도약은 이것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일어났다. 그 재료들의 계보는 2년 전 CASP13을 정리한 논평이 이미 지적해 둔 것이다 (PMID 31116374).
그런데 재료가 모였다는 것을 누가 판정하는가. 자기 방법이 좋아졌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1994년에 그 판정을 자기 손에서 떼어 놓기로 했고, 그 결정이 없었다면 CASP8의 "진보가 검출되지 않는다"도 (PMID 19774620), CASP12의 두 배 개선도 (PMID 29082672), 2020년의 도약도 (PMID 34533838) 그저 각자의 주장으로 남았을 것이다. 반세기 문제의 첫 장이 닫혔을 뿐이다. 시험은 여전히 2년마다 열린다.
논문 성격을 함께 적었다. 본문에 그대로 있는 수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초록 대조·등급 표는 review-notes.md.
출발점 — 원리와 첫 번째 벽
첫 번째 길 — 본떠 맞추기
발명 — 눈가림 시험
시험대의 기록 (전부 CASP 운영진이 쓴 요약문)
두 번째 길 — 물리로 밑바닥부터
세 번째 길 — 공진화
증폭기 — 학습 기계 (둘 다 참가팀의 자체 보고)
도착과 그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