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eris 아티클
장부를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재량은 어디까지이고, 읽으면 앞설 수 있나
장부의 이익에는 경영자의 판단이 들어갈 폭이 있습니다. 그 폭을 쓰는 정도는 유인과 형편에 따라 달라지고, 공통 규칙과 감사 제도가 얼마나 좁히는지는 연구와 측정치마다 갈립니다. 장부에서 뽑은 신호에는 예측력이 있었지만, 그 힘은 조건과 함께 나왔습니다
장부를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재량은 어디까지이고, 읽으면 앞설 수 있나
줄 끝의 숫자에는 판단이 들어갑니다
연말에 한 회사 창고에 3년 전에 들인 물건이 남아 있습니다. 그 물건을 지금 얼마로 적을지는 누군가 정해야 합니다. 거래처 한 곳이 반년째 외상값을 갚지 않고 있다면, 그 가운데 얼마를 못 받을 돈으로 털어 낼지도 누군가 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한 값들이 모여 그해 이익이 됩니다.

「주식 — 조각을 갖는다는 말은 무엇을 갖는다는 뜻인가」에서 주주는 줄의 맨 뒤에 서서 남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 남은 것이 얼마인지를 적는 숫자가 손익계산서의 이익이고, 그 장부는 「재무제표 — 회사를 재는 세 장부는 각각 무엇을 묻나」가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 숫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세 갈래로 묻습니다. 판단이 들어갈 폭은 어디에 있고 얼마나 되는가. 규칙과 감사 같은 바깥 장치는 그 폭을 얼마나 좁히는가. 그리고 장부를 읽어서 남보다 앞설 수 있는가.
이 글은 한국의 상장회사와 한국의 회계·감사 제도를 놓고 씁니다. 판단의 폭을 잰 연구 가운데에는 유럽이나 미국의 회사를 보았거나 초록이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은 것이 많아, 그런 연구는 그 자리에서 밝힙니다. 그리고 이 글은 어떤 회사의 값도, 어떤 숫자가 얼마면 좋은 회사인지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폭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재나
장부는 번 날에 이익을 적고, 돈이 실제로 들어온 날은 현금흐름표가 따로 적습니다. 그해 장부에 적힌 이익에서 실제로 오간 현금을 뺀 나머지가 「재무제표」 편에서 본 발생액입니다. 창고 물건의 값을 깎는 판단도, 못 받을 외상값을 털어 내는 판단도 이 발생액 안에 들어갑니다.
장부에 적히는 이익의 크기와 시점을 경영자가 자기 재량으로 움직이는 일, 이것을 이익조정(earnings management)이라고 합니다. 값을 정하는 판단 자체는 장부를 적을 때마다 필요한 일이고, 이익조정은 그 판단을 이익을 맞추는 쪽으로 쓰는 일입니다. 밖에 있는 사람은 경영자가 그 폭을 어디까지 썼는지 직접 볼 수 없어서 추정치로 잽니다.
발생액에는 사업이 굴러가면 저절로 생기는 몫이 있습니다. 매출이 늘면 아직 못 받은 외상값도 따라 늘기 때문입니다. 그 발생액 가운데 회사의 형편으로 설명되는 만큼을 빼고 남은 부분, 이것을 재량적 발생액(discretionary accruals)이라고 합니다. 저절로 생기는 몫을 모형으로 떼어 내고, 남은 것을 판단이 움직인 자리로 봅니다.
폭은 적는 방식 밖에도 있습니다. 장부에 적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영업 결정 자체를 틀어 그해 이익을 맞추는 것, 이것을 실제이익조정(real earnings management)이라고 합니다. 연말에 값을 깎아 물건을 밀어내거나, 써야 할 돈을 다음 해로 미뤄 그해 비용을 줄이는 식입니다. 적는 규칙은 하나도 어기지 않고도 숫자가 달라집니다.
이런 추정치로 재려는 대상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장부의 숫자가 그 회사의 실제 형편을 얼마나 그대로 전하는가를 두고 연구가 쓰는 말, 이것을 회계품질(accounting quality)이라고 합니다. 직접 잴 수 있는 값이 없어서, 연구마다 이익을 얼마나 매끄럽게 다듬었는지, 손실을 얼마나 늦지 않게 적었는지 같은 대용치로 대신 잽니다. 이 글에 나오는 「품질이 높았다·낮았다」는 전부 이렇게 잰 값입니다.
추정치를 어떻게 재느냐는 결과를 바꿉니다. 이사회와 소유구조가 이익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35개 연구를 모아 보면, 재량적 발생액을 재는 방식과 나라별 지배구조 체계가 이익조정과 일부 지배구조 변수 사이의 관계를 조절했습니다 (DOI: 10.1111/j.1467-8683.2009.00753.x · 35개 연구의 메타분석, 여러 나라).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지,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인지를 두고 연구 결과가 갈렸던 것은 표본오차로 설명됐습니다. 저자들은 지배구조가 재량적 발생액에 미치는 효과를 볼 때 법적·제도적 환경을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판단의 폭은 발생액 안과 영업 결정 안, 두 곳에 있고 밖에서는 둘 다 추정치로만 잽니다. 그래서 뒤에 나오는 「늘었다·줄었다」는 어떤 자로 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이 넓어질 때
유럽연합에서는 상장하지 않은 회사도 상장한 회사와 같은 회계기준을 씁니다. 회계 규제가 회사의 법적 형식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같은 규칙 아래 두 무리를 견주면 비상장 회사의 이익조정 수준이 더 높았고, 법제도가 강한 나라에서는 비상장과 상장 양쪽 모두 이익조정이 적었습니다 (DOI: 10.2308/accr.2006.81.5.983 · 유럽연합 회사). 저자들은 이 결과를 자본시장의 압력과 제도가 이익을 형편대로 적을 유인을 빚는다는 틀로 읽고, 법제도와 자본시장의 힘이 서로를 떠받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적습니다.
충격이 오면 폭이 넓어지는지는 두 결과가 반대로 나왔습니다.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에는 그 이전인 2015~2019년보다 재량적 발생액으로 잰 회계정보의 품질이 낮았습니다 (DOI: 10.35850/KJTA.24.3.01 · 국내 학술지, 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이 공시한 기업보다 품질이 더 낮았고, 이 현상은 매출이 줄어든 기업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같은 기간 자산 손상을 인식할 확률도 높아졌고, 불확실성을 공시한 기업에서 그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유럽 상장기업에서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동안 이익조정이 유의하게 줄었고, 검토한 16개국 대부분에서 같은 추세가 확인됐습니다 (DOI: 10.1016/j.intacc.2014.10.004 · 유럽 16개국). 이익조정 수준은 경제성장률과 이어져 있었고, 나라의 특성과 시장의 힘은 이익을 고르게 다듬는 성향에는 영향을 주었지만 발생액의 질에는 주지 않았다는 쪽을 가리키는 증거도 나왔습니다 (같은 연구).
두 결과는 나라와 충격과 잰 자가 모두 다르고, 방향은 반대입니다. 폭을 얼마나 쓰는지는 유인과 형편에 따라 달라지고, 충격 앞에서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는 결과가 갈려 있습니다.
공통 규칙은 폭을 얼마나 좁혔나
유럽연합 상장기업은 2005년에 일제히 같은 회계 규칙으로 장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나라가 공통으로 쓰기로 정한 회계 기준, 이것을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이라고 합니다. 한국 상장회사는 2011년부터 이 기준으로 장부를 적습니다 (DOI: 10.21737/RAPS.2025.11.30.4.141).
같은 규칙을 쓴 뒤 장부가 나아졌는지는 연구가 갈렸습니다. 21개국에서 이 기준을 적용한 기업은 자국 기준을 쓴 비슷한 기업보다 이익조정이 적고, 손실을 더 제때 인식했으며, 회계 숫자가 주가와 더 맞물렸습니다 (DOI: 10.1111/j.1475-679x.2008.00287.x · 21개국). 다만 저자들은 그 차이가 보고 체계가 바뀐 덕인지, 기업의 유인과 경제환경이 바뀐 덕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적습니다.
2005년에 이 기준을 의무로 채택한 20개국 기업을, 법 집행 강도·업종·규모가 비슷한 비채택국 기업과 견준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채택 기업에서 이익을 고르게 다듬는 정도와 공격적인 발생액 보고가 유의하게 늘었고, 손실을 제때 인식하는 정도는 유의하게 떨어졌습니다. 목표 이익을 맞추거나 넘기는 데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DOI: 10.1111/j.1911-3846.2012.01193.x · 20개국, 도입 초기의 효과). 이 결과는 주로 법 집행이 강한 나라에서 성립했고, 저자들은 그 나라들의 집행 장치가 새 기준이 준 더 큰 유연성의 초기 효과를 상쇄하지 못했다고 읽습니다.
한 논문 안에서 두 방향이 함께 나오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 15개국 상장기업을 2005년 전후로 견주면 다섯 지표 가운데 다수가 나아졌습니다. 목표를 향한 이익 관리가 줄고, 재량적 발생액의 크기가 작아지고, 발생액의 질이 올라갔습니다. 같은 기간 이익을 고르게 다듬는 정도는 오히려 늘었고, 큰 손실을 제때 인식하는 정도는 떨어졌습니다 (DOI: 10.1111/j.1467-646x.2010.01041.x · 유럽연합 15개국). 이 논문의 저자들은 관찰된 개선을 경영자의 유인·자본시장의 제도·경영환경의 변화와 구별해 기준 자체에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자기 기여로 듭니다.
독일을 본 연구는 반대 결론을 냅니다. 독일에서는 의무화 전에도 이 기준을 스스로 골라 쓸 수 있었는데, 장부가 나아진 것은 스스로 채택할 유인이 있던 회사에 국한됐습니다. 채택을 버틴 회사는 은행·내부 주주와 더 가까웠습니다 (DOI: 10.1080/09638180.2015.1009144 · 독일 단일 국가). 저자들은 보고 유인이 회계기준을 압도한다고 결론짓고, 자발적 채택 시기의 개선을 근거로 이 기준 자체가 회계품질을 높인다고 추론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적습니다.
같은 규칙을 쓰게 한 것만으로는 폭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개선을 기준에 돌리는 연구와 유인에 돌리는 연구가 맞서 있고, 개선이 나온 연구 안에서도 나빠진 지표가 함께 나왔습니다.

밖에서 검사하는 자리
한국의 상장회사는 장부를 밖의 회계사에게 검사받은 뒤에 내놓습니다. 회사가 낸 장부가 기준대로 적혔는지 밖에서 검사하는 회계사나 회계법인, 이것을 감사인(auditor)이라고 합니다. 감사인이 옛 장부에서 잘못을 찾으면 그 장부는 고쳐 다시 나옵니다. 이미 밖에 내놓은 재무제표를 뒤늦게 고쳐 다시 내는 일, 이것을 재무제표 재작성(restatement)이라고 합니다.
올해 장부 한 권이 밖으로 나오기까지 거치는 자리를 차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자리마다 폭을 붙드는 장치가 있고, 한국은 그 가운데 여럿을 제도로 바꿔 왔습니다.

첫 자리는 회사 안입니다. 2017년 10월 외부감사법이 바뀌면서 상장회사는 장부가 제대로 적히도록 회사 안에서 돌리는 관리 체계, 곧 내부회계관리제도까지 밖의 회계사에게 감사받게 됐습니다. 자산 2조 원이 넘는 회사는 2019년부터, 5,000억 원 이상은 2020년부터, 1,000억 원 이상은 2022년부터, 그보다 작은 회사는 2023년부터입니다 (KCI ART002871932).
이 감사가 들어온 뒤 실제이익조정은 유의하게 줄었고, 재량적 발생액은 유의하게 줄지 않았습니다. 시기별로 보면 2019년에 시작한 자산 2조 원 이상 그룹에서는 실제이익조정이 줄지 않았고, 2020년에 시작한 5,000억~2조 원 그룹에서 유의하게 줄었습니다 (KCI ART002871932). 저자들은 그 전 단계인 검토 제도로 재량적 발생액이 이미 줄어 있었을 것으로 유추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으로 회계 정보의 질이 일정 부분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같은 저자들은 표본이 도입 후 3년이고 자산 5,000억 원 이상의 큰 회사 위주라 해석에 한계가 있다고 적습니다.
회사 안의 사람도 폭을 붙듭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회계 전문성과 산업 전문성을 함께 가졌을 때, 회계 전문성만 가졌을 때보다 재작성과 재량적 발생액으로 잰 재무보고 품질이 나았고, 감사보수와 비감사보수로 잰 감사인 감독도 나았습니다 (DOI: 10.2308/accr-50585 · 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 감독 경험을 가진 위원도 어떤 경우에는 산업 전문성을 겸할 때 더 나았습니다. 저자들은 산업 전문성이 회계 전문성과 함께일 때 감사위원회의 감독을 더 낫게 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최고경영자 바로 아래 핵심 임원들도 견제합니다. 이들이 은퇴까지 남은 해가 길수록, 최고경영자에 견준 보수가 클수록 실제이익조정이 적었습니다 (DOI: 10.2308/accr-51275 · 미국 기업). 이 효과는 사업이 복잡할수록, 최고경영자의 힘이 약할수록, 미국의 회계 규제가 크게 강화된 뒤에 강했고, 실적 기준선을 맞추거나 넘길 때 자본시장에서 얻는 이득이 클수록 약했습니다. 앞의 35개 연구 메타분석의 저자들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규모,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이익조정을 제약해 투자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적습니다 (DOI: 10.1111/j.1467-8683.2009.00753.x).
둘째 자리는 감사인을 정하는 일입니다. 한국은 일정 기간마다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개정 외부감사법에 두었습니다. 2015~2022년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기업에서 제도 도입 전후, 지정 대상 여부, 지정 첫해라는 세 변수 모두 재작성을 유의하게 줄였습니다. 같은 기간 회계보고서의 재무 항목을 고치는 일은 늘었습니다 (DOI: 10.15843/kpapr.38.1.2024.2.119). 저자들은 늘어난 수정을 경영진과의 차이를 바로잡아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인 긍정적 효과로 해석하고, 이 결과들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회계보고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실증적 증거라고 결론짓습니다. 다만 시행 기간이 짧아 장기 효과는 분석하지 못했다고 밝힙니다.
감사인을 정하는 시장에서 감사인끼리 경쟁이 지나치면 감사받는 회사가 감사인보다 높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이 한 연구의 문제의식입니다. 2010~2019년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의 12월 결산법인 10,372개 기업-연도에서 감사인 간 경쟁이 높을수록 회계정보의 질이 낮았고, 대형 회계법인은 그 효과를 완화했습니다 (KCI ART003033038). 저자들은 대형 회계법인이 소송 위험을 줄이려고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한 결과로 해석합니다.
셋째 자리는 감사인이 바뀔 때입니다. 선행 연구들은 감사인이 바뀐 뒤 과거 장부의 수정이 늘어난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새 감사인이 앞 감사인이 찾지 못한 오류나 견해가 갈리는 처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2019년 상장기업 10,267개 기업-연도에서 모든 교체 유형이 재작성과 유의한 양의 관계였고, 대형이 아닌 회계법인에서 대형 회계법인으로 옮긴 경우의 재작성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교체로 감사인의 산업 전문성이 올라간 경우에도 재작성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DOI: 10.24056/KAJ.2022.03.005). 저자들은 지정제로 감사인을 정할 때 교체 유형과 산업 전문성의 변화 방향을 모두 따져야 한다고 적습니다. 지정제 연구에서는 재작성이 줄고 이 연구에서는 교체 뒤 재작성이 늘었는데, 한쪽은 제도의 전후를, 다른 쪽은 감사인이 바뀐 사건을 봤고 표본 기간도 다릅니다.
마지막 자리는 장부가 밖에 나온 뒤, 시장이 그 숫자를 받는 자리입니다. 감사품질 개선을 겨냥한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제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잰 결과가 있습니다. 과도기인 2019년을 빼고 도입 뒤 3년(2020~2022)을 그 전 3년(2016~2018)과 견주면, 회계이익이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되는 정도가 유의하게 커졌고, 그 변화는 감사인 유형과 기업 규모에 따라 달랐습니다 (KCI ART003335297). 저자들은 이 결과가 재무정보의 신뢰성과 유용성이 높아지는 방향과 일관되며 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적습니다.
2014년의 한 문헌 리뷰는 감사가 얼마나 잘 됐는지를 재는 자가 거칠다고 봤습니다. 감사품질을 재는 대용치는 많은데 그중 무엇을 고를지 지침이 거의 없고, 감사품질과 재무보고 품질이 서로 얽혀 있어 둘을 갈라내는 모형들에도 더 나은 개념적 지침이 필요합니다 (DOI: 10.1016/j.jacceco.2014.09.002 · 문헌 리뷰, 나라를 특정하지 않음). 저자들은 그래서 대용치마다의 강점과 약점을 체계적으로 따지는 틀을 내놓습니다.
한국의 감사 제도를 본 연구 가운데 두 편의 저자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로 회계 정보의 질이 「일정 부분」 나아졌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등록제 연구는 같은 방향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서 멈춥니다. 저자들은 이 결론 곁에 측정치마다 갈린 결과와 짧은 기간이라는 한계를 스스로 적었습니다.
읽으면 앞설 수 있나
재무제표에서 뽑아낼 수 있는 신호는 18,000개가 넘습니다. 그 신호를 다 모아 우연히 맞아떨어진 몫을 걸러 내도, 많은 신호가 여러 주식 가운데 어느 쪽 수익률이 높을지를 유의하게 예측했습니다 (DOI: 10.1093/rfs/hhx001 · 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 그 예측력은 시장 심리가 뜨거웠던 시기 뒤에, 그리고 잘못 매겨진 값을 사고팔아 바로잡기가 어려운 종목에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저자들은 이 이상현상이 우연으로 돌릴 수 없고 가격의 오류로 더 잘 설명된다고 봅니다.
신호가 있다는 것과 그 신호로 앞설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물음입니다. 예측력이 더 두드러진 자리가 바로 사고팔아 값을 바로잡기 어려운 종목이었습니다.
반대쪽을 가리키는 한국 결과도 있습니다. 이 연구는 장부에 적힌 값에 견줘 주가가 낮은 회사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이 관찰된다는 이상현상을 전제로 삼습니다. 회계에서 말하는 비교가능성(comparability), 곧 같은 일을 다른 회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장부에 옮기는 정도가 높은 회사일수록 이 초과수익이 평균적으로 줄었습니다 (DOI: 10.30753/emr.2023.41.2.004 · 2011~202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저자들은 장부를 서로 견주기 쉬울수록 주식의 값이 더 정확히 매겨지고 가격의 오류가 줄어든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다만 그 완화 효과는 장부 대비 주가가 낮은 쪽 기업들, 곧 저자들이 가치투자에 내재한 위험과 보상의 관계에 놓였다고 적은 기업들에서는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의 이 구절은 그 기업들의 수익에 위험을 떠안은 대가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읽기를 함께 열어 둡니다.
장부의 신호와 뒤이은 주가 급락 위험 사이의 관계를 본 한국 결과도 있습니다. 재무제표 분석으로 만든 종합 점수가 높은 회사일수록 뒤이은 주가 급락 위험이 낮았고, 그 관계는 미래 이익의 변화를 거쳐 성립했습니다 (DOI: 10.35214/rfis.11.1.202202.001 · 2005~2015년 한국거래소 상장기업). 저자들은 이 결과가 재무제표 분석의 중요성과, 투자 전략의 바탕이 되는 가치평가에서 회계정보의 쓸모를 보여 준다고 적습니다. 이것은 11년치 자료를 한데 모은 평균적인 연관이고, 어느 한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장부의 질은 이미 값을 매기는 쪽이 읽고 있습니다. 사업보고서를 정정한 회사는 이듬해 순이익이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가 유의하게 낮았고, 이 관계는 재무분석가가 분석하지 않는 회사에서만 나타났습니다 (DOI: 10.21737/RAPS.2025.11.30.4.141 · 2011~2019년 한국 상장회사 13,257 회사연도). 저자들은 투자자가 정정 공시를 가치평가에 쓰고, 부족한 정보를 메워 줄 분석가가 없을 때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석하고, 충실한 사업보고서의 작성과 이용이 자본시장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고 적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회계품질이 낮은 차입자는 공모 채권보다 은행 대출을 택했습니다. 은행 대출에서는 이자와 함께 만기·담보 조건까지 더 엄격해졌고, 공모 채권에서는 이자 조건만 엄격해졌으며, 공모 채권 이자에 미친 영향은 은행 대출의 2.5배였습니다 (DOI: 10.2308/accr.2008.83.1.1 · 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 저자들은 은행이 정보를 더 잘 얻고 처리한다는 것과 맞는 결과로 읽습니다.
장부의 숫자에는 판단의 폭이 있고, 그 폭을 얼마나 쓰는지는 유인과 형편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의 감사 제도를 본 연구의 저자들은 제도로 장부의 질이 일정 부분 나아졌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짧은 기간이라는 한계와 함께 결론지었습니다. 장부에서 뽑은 신호에는 예측력이 있었지만 그 힘은 바로잡기 어려운 자리에서 더 컸습니다. 장부끼리 견주기 쉬운 회사일수록 장부 대비 주가가 낮은 회사의 초과수익이 평균적으로 줄었고 저자들은 이를 가격의 오류가 줄어든 것으로 읽었지만, 정작 장부 대비 주가가 낮은 쪽 기업들에서는 그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장부를 읽는 일은 폭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숫자를 받는 일입니다. 신호의 예측력은 연구에 나왔고, 그 신호로 남보다 앞설 수 있는지는 그 힘이 바로잡기 어려운 종목에서 두드러졌다는 조건과 함께 열려 있습니다.
어디를 더 볼까
발생액이 무엇인지, 세 장부가 각각 무엇을 묻는지는 「재무제표 — 회사를 재는 세 장부는 각각 무엇을 묻나」가 다룹니다.
주가가 알 만한 것을 이미 다 담고 있는지는 「시장을 이길 수 있는가」가, 회사 안에서 아는 것과 밖에서 아는 것이 다를 때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시장이 실패할 때」가 다룹니다.
이익이 왜 줄 끝에 남은 것인지는 「주식 — 조각을 갖는다는 말은 무엇을 갖는다는 뜻인가」로 돌아가면 됩니다.
근거 논문
- "Corporate Governance and Earnings Management: A Meta-Analysis" (2009) — DOI: 10.1111/j.1467-8683.2009.00753.x — 이사회·소유구조가 이익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35개 연구의 메타분석. CEO 겸직·감사위원회 독립성에 관한 결과 차이는 표본오차에서 비롯됐고, 재량적 발생액 측정 방식과 지배구조 체계가 이익조정과 일부 지배구조 변수의 관계를 조절했다. 저자들은 법적·제도적 환경을 명시적으로 고려할 필요를 강조하고, 이사회 독립성·규모·감사위원회 독립성이 이익조정을 제약해 투자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적는다.
- "The Importance of Reporting Incentives: Earnings Management in European Private and Public Firms" (2006) — DOI: 10.2308/accr.2006.81.5.983 — 유럽연합에서는 회계 규제가 법적 형식을 기준으로 해 비상장 회사도 상장 회사와 같은 기준을 쓴다. 비상장 회사의 이익조정이 더 많았고, 강한 법제도는 양쪽 모두에서 더 적은 이익조정과 연관됐으며, 법제도와 자본시장의 힘은 흔히 서로를 강화했다.
- "코로나-19 팬데믹과 회계정보의 질" (2023) — DOI: 10.35850/KJTA.24.3.01 — 팬데믹 기간(2020~2021)의 회계정보 품질이 이전(2015~2019)보다 낮았고, 불확실성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이 공시한 기업보다 낮았으며, 매출 감소 기업에서 두드러졌다. 팬데믹 기간 손상차손 인식 확률이 높아졌고 불확실성을 공시한 기업에서 더 높았다(국내 학술지, 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
- "Financial Crisis And Earnings Management: The European Evidence" (2014) — DOI: 10.1016/j.intacc.2014.10.004 — 2008~2009년 금융위기 동안 유럽 상장기업의 이익조정이 유의하게 줄었고 16개국 대부분에서 같은 추세였다. 이익조정 수준과 경제성장률의 연결을 보고하고, 나라 특성과 시장의 힘이 이익 평준화 성향에는 영향을 주지만 발생액의 질에는 주지 않는다는 증거를 낸다.
- "사업보고서 정정과 회계정보의 가치관련성" (2025) — DOI: 10.21737/RAPS.2025.11.30.4.141 —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인 2011~2019년 상장회사 13,257 회사연도. 전기에 사업보고서를 정정한 법인은 차기 순이익의 증분적 가치관련성과 유의한 음의 관련성을 보였고, 이는 재무분석가의 분석대상이 아닌 표본에서만 나타났다. 저자들은 투자자가 정정공시를 가치평가에 이용한다고 적는다.
- "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and Accounting Quality" (2008) — DOI: 10.1111/j.1475-679x.2008.00287.x — 21개국 IAS 적용 기업은 비미국 자국 기준 적용 기업보다 이익조정이 적고 손실을 더 적시에 인식하며 가치관련성이 높았다. 저자들은 결과가 보고 체계 변화 때문인지 유인·경제환경 변화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적는다.
- "Does Mandatory Adoption of IFRS Improve Accounting Quality? Preliminary Evidence" (2012) — DOI: 10.1111/j.1911-3846.2012.01193.x — 2005년 IFRS를 채택한 20개국 기업은 매칭된 비채택국 기업보다 이익 평준화·공격적 발생액 보고가 유의하게 늘고 손실 인식 적시성이 유의하게 줄었으나, 목표 이익 달성에는 차이가 없었다. 결과는 주로 집행이 강한 나라에서 성립했고, 저자들은 그 나라의 집행 장치가 IFRS의 더 큰 유연성의 초기 효과를 상쇄하지 못했다고 읽는다.
- "The Role of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n Accounting Quality: Evidence from the European Union" (2010) — DOI: 10.1111/j.1467-646x.2010.01041.x — 유럽연합 15개국 상장기업의 2005년 IFRS 전면 도입 전후를 다섯 대용치로 비교. 다수 지표가 개선됐으나(목표를 향한 이익 관리↓, 재량적 발생액 절대 크기↓, 발생액의 질↑) 이익 평준화는 늘고 큰 손실 인식은 덜 적시해졌다. 저자들은 개선이 유인·제도·환경 변화가 아니라 IFRS에 귀속된다는 것을 기여로 든다.
- "Incentives or Standards: What Determines Accounting Quality Changes around IFRS Adoption?" (2015) — DOI: 10.1080/09638180.2015.1009144 — 독일 단일 국가 설계. 회계품질 개선은 채택 유인이 있던 자발적 채택자에 국한됐고, 채택에 저항한 기업은 은행·내부주주와 더 가까웠다. 저자들은 보고 유인이 회계기준을 압도하며, 자발적 채택기의 증거로 IFRS 자체가 회계품질을 개선한다고 추론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결론짓는다.
-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회계 정보의 질에 미치는 영향" (2022) — KCI ART002871932 — 2017년 10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자산 규모별로 순차 도입됐다. 감사 도입으로 실제이익조정은 유의하게 감소했으나 재량적발생액은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고, 시기별 효과가 달랐다. 저자 결론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으로 회계 정보의 질이 일정 부분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이며, 표본이 도입 후 3년·대규모 기업 위주라 해석에 한계가 있다고 적는다.
- "The Effect of Audit Committee Industry Expertise on Monitoring the Financial Reporting Process" (2013) — DOI: 10.2308/accr-50585 — 재무보고 품질 두 측정치(재작성·재량적 발생액)와 감사인 감독 두 측정치(감사보수·비감사보수)로 볼 때, 회계·산업 전문성을 함께 가진 감사위원이 회계 전문성만 가진 위원보다 나았고, 어떤 경우에는 감독 전문가도 산업 전문성을 겸할 때 더 나았다(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
- "Internal Governance and Real Earnings Management" (2015) — DOI: 10.2308/accr-51275 — 미국 기업. 핵심 하위 임원의 시계(은퇴까지 남은 연수)와 영향력(CEO 대비 보수)이 클수록 실제이익조정이 감소했다. 효과는 복잡한 사업, 약한 CEO, SOX 이후에 강했고, 이익 기준치 달성의 자본시장 이득이 클 때 약했다.
- "A Study of the Effects of Periodic Auditor Designation System on the Restatements of the Financial Statements" (2024) — DOI: 10.15843/kpapr.38.1.2024.2.119 — 2015~2022년 KOSPI·KOSDAQ.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도입 전후·지정 대상 여부·지정 첫해 변수가 모두 재무제표 재작성을 유의하게 줄였고, 회계보고서의 재무항목 수정은 늘었다. 저자들은 수정 증가를 신뢰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로 해석하고, 지정제가 회계보고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실증적 증거라고 결론짓는다. 시행 기간이 짧아 장기 효과는 분석하지 못했다.
- "감사시장의 경쟁과 회계정보의 질" (2023) — KCI ART003033038 — 2010~2019년 KOSPI·KOSDAQ 12월 결산법인 10,372개 기업-연. 감사인 간 높은 경쟁은 회계정보의 질을 낮췄고, 대형 회계법인(Big4)은 그 효과를 완화했다. 저자들은 대형 회계법인이 소송 위험을 줄이려 적정 감사품질을 유지한 결과로 해석한다.
- "감사인 교체유형이 재무제표 재작성에 미치는 영향" (2022) — DOI: 10.24056/KAJ.2022.03.005 — 2014~2019년 KOSPI·KOSDAQ 10,267개 기업-연도. 모든 감사인 교체유형이 재작성과 유의한 양의 관계였고 Non-Big4→Big4 교체의 재작성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산업전문성이 증가한 교체에서도 재작성 가능성이 높았다. 저자들은 지정제로 감사인을 지정할 때 교체유형과 산업전문성 변화 방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적는다.
- "감사인 등록제 도입과 회계정보의 가치관련성" (2026) — KCI ART003335297 — 도입 이전 3개년(2016~2018)과 이후 3개년(2020~2022)을 이중차분법으로 비교. 등록제 도입 이후 회계이익의 가치관련성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감사인 유형·기업 규모에 따라 집단별로 상이했다. 저자들은 재무정보의 신뢰성·유용성 제고와 일관된 방향이며 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적는다.
- "A review of archival auditing research" (2014) — DOI: 10.1016/j.jacceco.2014.09.002 — 감사품질 대용치는 많지만 선택 지침이 거의 없어, 대용치들의 강점과 약점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틀을 제시한다. 감사품질과 재무보고 품질을 분리하는 흔한 모형들을 검토한 결과 더 나은 개념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적는다(문헌 리뷰).
- "Fundamental Analysis and the Cross-Section of Stock Returns: A Data-Mining Approach" (2017) — DOI: 10.1093/rfs/hhx001 — 재무제표에서 뽑은 18,000개가 넘는 신호를 부트스트랩으로 걸러도 많은 신호가 수익률 횡단면의 유의한 예측변수였고, 예측력은 고심리 기간 이후와 차익거래 제약이 큰 종목에서 더 두드러졌다. 저자들은 이상현상이 우연으로 돌릴 수 없고 가격 오류로 더 잘 설명된다고 적는다.
- "The Role of Financial Statement Comparability in Corporate Valuation: Evidence Based on BM Anomaly" (2023) — DOI: 10.30753/emr.2023.41.2.004 — 2011~202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비교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BM 이상현상의 초과수익을 평균적으로 줄였고, 저자들은 비교가능성이 가치를 더 정확히 평가하게 해 가격 오류를 완화한다고 읽는다. 그 완화 효과는 가치투자에 내재한 위험-보상 관계에 놓인 고BM 기업(가치주)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 "Financial Statement Analysis and Predicting Stock Price Crash Risk: Evidence from Korea Stock Market" (2022) — DOI: 10.35214/rfis.11.1.202202.001 — 2005~2015년 한국거래소 상장기업. 재무제표 분석 종합 점수는 미래 주가 급락 위험과 음의 관계였고, 그 관계는 미래 이익 변화를 매개로 성립했다. 저자들은 재무제표 분석의 중요성과 가치평가에서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 "Accounting Quality and Debt Contracting" (2008) — DOI: 10.2308/accr.2008.83.1.1 — 회계품질이 낮은 차입자는 은행 대출을 선호했고, 은행 대출에서는 가격·비가격 조건이 모두, 공모 채무에서는 가격 조건만 더 엄격해졌다. 회계품질이 공모 채무 이자 스프레드에 미친 영향은 은행 대출의 2.5배였다(초록은 표본의 나라를 밝히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