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체인의 보장을 물려받지 않는다 — 크로스체인 브리지는 왜 반복해서 털리는가
왜 이 논쟁인가
블록체인의 매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남을 믿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체인의 이 블록에 이 거래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누구의 말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검증할 수 있다.
그런데 자산이 실제로 도난당한 자리를 세어 보면 이상한 그림이 나온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26억 달러가 넘는 암호자산이 도난당한 경로를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 그 경로는 체인 위가 아니었다. 체인과 체인 사이, 그러니까 브리지였다 (arXiv:2410.01107). 같은 기간을 다르게 센 연구들의 수치도 방향은 같다 — 2021년 5월 이후 32억 달러 (arXiv:2410.02029), 2021년 이후 43억 달러에 가까움 (arXiv:2410.14493), 2021년 이후 28억 달러 이상 (arXiv:2601.12434). 브리지를 한 항목으로 놓고 보면 이 인프라는 "Web3에서 금융 손실의 단일 최대 원천"이라고 한 SoK는 적는다 (arXiv:2507.06156).
브리지(bridge)란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 자산이나 데이터를 옮겨 주는 연결 장치다. 이더리움에 있는 토큰을 다른 체인에서 쓰고 싶을 때 그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이 브리지다.
여기서 이 글의 질문이 나온다. 체인은 멀쩡한데 왜 다리가 무너지는가. 그리고 왜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무너지는가.
시작 전에 세 가지를 분명히 해 두자.
첫째, 이 글은 특정 브리지나 프로토콜을 평가하지 않는다. 여기 등장하는 이름들은 연구자들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사례를 식별하기 위한 것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느 것이 안전하고 어느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다. 시세·전망도 다루지 않는다.
둘째, 인용하는 연구의 근거 등급이 고르지 않다. 핵심 주장은 SoK(체계화 연구)·형식검증·대규모 실증에 걸었고, arXiv에 공개된 판본이 여럿이다 — arXiv 공개는 동료심사 여부와 무관하며 상당수는 이후 학회나 저널에 실린다. 다만 개별 논문의 게재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SSRN 등에 올라온 워킹페이퍼와 프리프린트도 인용하는데, 그때마다 그 사실을 표시했다.
셋째, 여기 나오는 수치는 전부 "그 논문이 그 시점에 관측한 값"이다. 오늘의 시장이나 오늘의 어떤 서비스 상태를 말해 주는 숫자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글은 취약점의 구조 — 왜 그 자리가 약한가 — 를 설명하지만,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절차는 다루지 않는다.
통념: 체인이 안전하면 그 위의 자산도 안전하다
통념은 자연스럽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노드가 같은 장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고, 그 합의를 뒤집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러니 그 위에 올라간 토큰도 그만큼 안전하다.
문제는 블록체인이 고립돼 있다는 것이다. 각 체인은 자기 네트워크, 자기 프로토콜, 자기 규칙을 가진 독립된 환경이고, 애초에 서로 맞물리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한 체인 안에서는 서명으로 거래의 작성자를 확인하고 이력을 검증할 수 있지만, 여러 체인에 걸친 교환을 조율하는 장치는 프로토콜 안에 없다 — 한 학위논문은 이 지점을 그렇게 정리한다 (DOI: 10.70675/c7781d8ez1192z4517z9ad4z9db8749b101f).
그래서 다리를 놓았다. 초기의 상호운용 논의는 토큰 교환에 집중돼 있었지만, 스마트 컨트랙트가 등장하면서 체인 간에 오가야 할 것은 자산만이 아니게 됐다 (arXiv:1908.09343). 지금의 생태계는 체인이 하나로 수렴하지 않고 여럿이 공존하는 쪽으로 굳었고, 브리지는 그 사이를 잇는 기본 인프라가 됐다 (DOI: 10.36227/techrxiv.23418677.v4).
통념이 굳는 자리도 여기다. 다리를 건너는 자산도 체인이 지켜 주겠지.
한 SoK는 이 문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기저 블록체인과 대조적으로, 브리지는 종종 열등한 보안 보장을 제공한다" (arXiv:2403.00405). 이 한 줄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반전 ①: 무너진 것은 체인이 아니라 키였다
가장 결정적인 수치는 상호운용성의 보안·프라이버시를 체계 검토한 SoK에서 나온다.
이 연구는 531건에서 걸러낸 178건의 문헌(학술 논문 58편, 그레이 리터러처 120건)을 검토해 56개 상호운용 솔루션을 분류하고, 45개의 크로스체인 취약점과 25개의 이론적 공격, 88개의 완화 전략을 정리했다. 그리고 손실 합계 29억 달러가 넘는 주요 브리지 해킹 14건을 그 취약점 목록에 대응시켰다.
결과는 이렇다. 도난 자금의 상당 부분(65.8%)이 "허가형 중개 네트워크로 보호되면서 암호 키 운용이 안전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DOI: 10.36227/techrxiv.24595764, 프리프린트).
이 문장을 풀어 보자. 허가형 중개 네트워크란 아무나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참여자들이 다리를 지키는 구조다. 이들을 흔히 검증자 집합(validator set)이라 부른다 — 저쪽 체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해 주고, 그 확인에 서명을 붙이는 사람들 또는 서버들이다. 그리고 그 서명에 쓰이는 것이 서명 키다.
즉 무너진 것은 체인의 합의가 아니었다. 누가 서명 키를 쥐고 있고 그 키가 어떻게 관리되는가였다.
이 지점을 잔인할 만큼 선명하게 보여 주는 최근 사례가 있다. 2026년 4월의 한 사건을 다룬 워킹페이퍼는, 공격자들이 검증자가 사실상 한 명뿐인(1-of-1) 구성에서 크로스체인 메시지를 위조해 자금을 빼냈다고 기록한다. 그 논문이 관측한 규모는 116,500 rsETH, 당시 평가로 약 2억 9,200만 달러, 해당 토큰 공급량의 18%였다 (DOI: 10.2139/ssrn.6699478, 워킹페이퍼).
검증자 집합의 크기가 1이라면, "다수가 정직해야 한다"는 가정은 "그 하나가 정직해야 한다"로 축소된다. 그리고 체인의 합의는 그 축소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13개 주요 브리지의 아키텍처를 형식화하고 23개 공격 벡터와 43개 공격 시나리오를 평가한 SoK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정적 코드와 트랜잭션 네트워크 양쪽에서 되풀이되는 설계 결함이 발견됐는데, 특히 접근 제어, 검증자 신뢰 가정, 검증 로직이었다 (arXiv:2507.06156).
암호자산 수탁의 키 복구를 체계화한 SoK는 이 문제를 더 일반적인 언어로 적는다. 암호자산 시스템은 암호 키에 대한 통제를 금융적 통제와 묶는다 — 키를 잃으면 지출 권한이 사라지고, 복구가 침해되면 절도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저자들의 여섯 발견 중 하나는 "복구는 신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arXiv:2608.07104).
브리지도 마찬가지다. 다리는 신뢰를 없애지 않는다. 신뢰를 옮긴다 — 체인의 합의에서 검증자 집합과 그들의 키로.
반전 ②: 사고가 같은 유형으로 반복된다
두 번째 반전은 더 불편하다. 브리지 사고는 매번 새로운 창의적 공격이 아니다. 유형이 반복된다.
유형화된 목록이 이미 여럿 있다
2023년의 한 SoK는 브리지의 사용 방식·검증 메커니즘·통신 모델을 정리한 뒤, 공격자가 노릴 수 있는 12개의 잠재적 공격 벡터를 식별하고 최근 2년의 실제 공격을 10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각 취약점 유형에는 설명과 Solidity 코드 예시가 붙는다 (arXiv:2312.12573).
2024년의 다른 SoK는 3년치(2021~2023) 브리지 60개와 익스플로잇 34건을 분석해 브리지의 13개 아키텍처 구성요소를 뽑아내고, 그것을 8개 유형의 설계 결함에 연결했다. 그리고 예방책과 함께 11개의 영향 감소 조치를 제안한다 (arXiv:2403.00405).
2025년의 SoK는 2022년과 2023년에 일어난 브리지 해킹들을 검토하며 악용된 취약점을 짚는다. 이 논문이 기록한 최대 규모 사고는 약 6억 달러 손실이었다 (arXiv:2501.03423). 다른 개관 논문은 실제 사례에서 네 갈래의 취약점 악용 기법을 뽑아내 유형화한다 (DOI: 10.22541/au.169760541.13864334/v1, 프리프린트).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록의 세부가 아니다. 목록이 만들어질 만큼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반복이 얼마나 규칙적인지 — 점수로 매겨 보기
2026년의 한 프리프린트는 이 반복성을 정면으로 시험한다. 저자들은 PRISMA 방식의 체계 문헌 검토로 브리지 아키텍처·검증 모델·통신 모델·신뢰 가정·공격 범주를 교차한 통합 분류 체계를 만들고, 거기서 공개적으로 관측 가능한 설계 파라미터 일곱 개만으로 위험을 추정하는 규칙 기반 점수(BSRS)를 설계했다. 기계학습이 아니라 감사 가능한 규칙이라는 점을 저자들이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검증 방법이 이 글의 논지와 정확히 맞물린다. 저자들은 이 점수를 공개 문서화된 브리지 사고 8건과 익스플로잇되지 않은 비교군 2건에 소급 적용했고, 점수 체계가 익스플로잇된 설계에 일관되게 더 높은 위험대를 부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DOI: 10.21203/rs.3.rs-10534111/v1, 프리프린트).
저자들 자신이 소급 검증의 한계와 타당도 위협을 함께 적어 두었다는 점은 밝혀 둔다. 사고가 난 뒤에 점수를 설계하면 사고 쪽에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것이 당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서 가져갈 것은 하나다 — 어떤 다리가 왜 무너졌는지는, 무너지고 나서 보면 설계도만 봐도 짐작이 가는 종류의 일이었다.
그리고 결함은 하나로 수렴한다
가장 날카로운 정식화는 회계에서 나온다.
2021~2023년 사이 주요 브리지들이 처리한 1,000만 건의 트랜잭션을 실증 분석한 연구는 이렇게 시작한다. 개별 공격의 익스플로잇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전부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설계 결함이 있다 — 크로스체인 거래에 종단간(end-to-end) 가치 회계가 없다는 것.
저자들은 크로스체인 유입과 유출의 균형을 맞추는 단순한 불변식 하나가 정상적인 사용과 양립하면서도 이 데이터 안의 알려진 공격을 전부(그리고 몇몇 유력한 공격까지) 정확히 식별한다는 것을 보인다. 게다가 이 접근은 사후 감사뿐 아니라 기존 브리지 설계에 인라인으로 구현할 수도 있어서, 광범위한 취약점에 대한 일반적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arXiv:2410.01107).
한 문장으로 옮기면 이렇다. 다리 이쪽에서 잠긴 것과 저쪽에서 발행된 것이 맞는지를, 다리 자신이 세지 않고 있었다.
메커니즘: 다리는 무엇을 전제하는가
이제 전제를 하나씩 뜯어본다.
① 잠금과 발행 — "대응이 지켜진다"는 전제
브리지의 가장 흔한 형태는 잠금과 발행(lock-and-mint)이다. 원래 체인에 자산을 잠가 두고, 목적지 체인에 그에 대응하는 토큰을 새로 발행한다. 돌아올 때는 그 토큰을 태워 없애고 원래 자산의 잠금을 푼다.
비트코인 브리지의 분류를 정리한 논문은 설계를 크게 세 갈래로 나눈다 — 단순 토큰 스왑, 페그드 자산 브리지, 임의 메시지 브리지. 그리고 각각을 신뢰 모델·지연·자본 효율·컴포저빌리티로 평가한다 (arXiv:2509.10413).
여기서 짚을 것은 "대응"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다. 잠긴 자산과 발행된 토큰은 서로 다른 체인의 서로 다른 장부에 적힌다. 두 장부는 서로를 읽지 못한다. 그 사이의 대응은 다리가 약속하는 것이지, 어느 체인이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크로스체인 토큰 표준 다섯 종을 비교한 연구가 이 문제를 잘 드러낸다. 이 표준들은 모두 "여러 체인에 존재하면서 총공급은 하나"라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구현 방식과 신뢰 모델, 대상 생태계가 서로 크게 다르다 (arXiv:2603.06388).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약속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떤 모습인지도 관측돼 있다. 두 브리지의 데이터를 논리 규칙으로 검사한 연구는 큰 사고 두 건의 손실 트랜잭션을 식별해 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이상들도 함께 드러냈다 — 브리지가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할 크로스체인 거래 37건, 실패한 익스플로잇 시도들, 그리고 한쪽 체인에 잠겼는데 이더리움에서 끝내 풀려나지 않은 780만 달러 상당의 토큰, 사용자가 브리지와 잘못 상호작용해 잃은 20만 달러 (arXiv:2410.02029).
마지막 두 항목이 특히 그렇다. 공격이 아니어도 대응은 깨진다.
② 검증자 집합과 서명 키 — 신뢰의 진짜 뿌리
앞에서 본 65.8%가 가리키는 자리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브리지 보안을 개관한 저널 논문은 결함을 네 갈래로 정리한다 —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 중앙화 위험, 유동성 문제, 오라클 조작 (DOI: 10.1145/3696429). 이 중 앞의 둘이 지금 이야기의 핵심이다.
스마트 컨트랙트 쪽에서는 접근 제어의 불완전성이 반복된다. 브리지 컨트랙트의 크로스체인 취약점을 정적 분석으로 찾는 도구를 만든 연구는, 이 문제가 왜 자동으로 잡히지 않는지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크로스체인 자산 교환에 필요한 접근 제어 제약이 애플리케이션마다 다르다. 둘째, 다리 양쪽의 크로스체인 의미가 서로 어긋나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 도구는 실제 공격을 받은 브리지 컨트랙트에서 라벨링한 88개 취약점 데이터셋에서 정밀도 84.95%, 재현율 89.77%를 기록했고, 실제로 운영 중인 129개 브리지 애플리케이션(스마트 컨트랙트 1,703개)에서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 232개를 찾아냈다. 그 취약점들이 걸쳐 있는 자산 규모는 논문 기준 188만 5,250달러였다 (arXiv:2406.15999).
"애플리케이션마다 다르다"와 "양쪽의 의미가 어긋난다" — 이 두 문장은 사실 같은 이야기다. 다리 위에는 표준화된 정답이 없다. 각 다리가 각자의 규칙을 각자 지킨다.
중앙화 쪽은 더 단순하다. 단일 브리지 구조는 그 자체로 중앙화와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위험을 안는다고 한 연구는 지적하며, 여러 브리지가 하나의 전달을 나눠 맡는 구조를 제안한다. 그 효과를 재기 위해 이 연구가 쓴 지표가 지니 계수와 나카모토 계수다 (arXiv:2512.10667). 다중 홉 라우팅을 다룬 연구도 같은 걱정을 한다 — 기존 방식은 직접 연결된 체인끼리만 통신하거나, 허브를 거치면서 병목과 중앙화 위험을 만든다는 것이다 (arXiv:2604.04890).
③ 트랜잭션 불투명성 — 무엇이 무엇에 대응하는지 알기 어렵다
여기가 이 주제에서 가장 덜 알려진 대목이다.
블록체인은 투명하다고들 한다. 맞다 — 한 체인 안에서는. 그런데 크로스체인 거래는 두 체인에 각각 한 조각씩 기록되고, 그 두 조각을 묶어 주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구는 사태를 이렇게 정리한다. 크로스체인 트랜잭션 페어링 기록의 부재가 자금 추적, 고급 취약점 탐지, 트랜잭션 그래프 기반 분석을 모두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대형 언어 모델로 의미적 후보를 추린 뒤 거래 값으로 검증하는 방식을 만들었고, 5개 주요 브리지의 약 50만 건 거래에서 평균 F1 0.9746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의미 검색 공간은 10의 10제곱에서 100 미만으로 몇 자릿수였다 (arXiv:2511.01393).
그 검색 공간의 크기가 문제의 크기다. 두 체인의 어떤 거래가 어떤 거래에 대응하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거의 천문학적 후보 중에서 짝을 찾는 문제였다는 뜻이다.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본 연구는 더 아픈 지점을 짚는다. 기존 방법들은 관측 불가능한 내부 원장이나 API에 전적으로 의존했고, 그것은 블록체인의 개방성·탈중앙성이라는 속성 자체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브리지 컨트랙트의 실행 로그만으로 입금 거래를 100% 식별하고 출금 거래를 95.81% 매칭했다 (arXiv:2409.04937).
두 EVM 계열 체인 사이의 200만 건 넘는 거래를 다룬 연구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거래 시각·금액·토큰 식별을 조합한 휴리스틱 매칭 알고리즘을 만들어 입금 99.65%, 출금 92.78%의 매칭률을 얻었다 (arXiv:2504.15449).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정확도가 아니라 휴리스틱이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대응이 명시적으로 기록돼 있었다면 추측할 이유가 없다.
데이터 자체가 없다는 것도 오래된 문제였다. 상호운용 프로토콜을 연구하기 위한 크로스체인 거래 공개 데이터셋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데이터셋을 만들 도구도 없었다 — 이 공백을 메우려 만들어진 프레임워크는 11개 체인에 배포된 5개 프로토콜에서 35GB를 추출해, 280억 달러가 넘는 토큰 이전에 해당하는 크로스체인 거래 11,285,753건을 식별했다 (arXiv:2503.13637). 앞서 인용한 논리 규칙 연구도 3개 체인 81,000건, 42억 달러 규모의 첫 공개 데이터셋을 함께 내놓았다 (arXiv:2410.02029).
감시하려면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다리 위에서는 그 첫 단계부터 연구 과제였다.
④ 새 표면 — 빠르게 만들면 다른 곳이 약해진다
브리지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최근 흐름 중 하나가 의도 기반(intent-based) 설계다. 사용자는 "이 자산을 저 체인에서 받고 싶다"는 결과만 선언하고, 솔버(solver)라 불리는 체인 밖 참여자가 자기 유동성을 먼저 내주어 즉시 이행한 뒤 나중에 정산받는다. 다리를 건너기를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 저쪽에서 먼저 건네주는 구조다.
경험은 좋아진다. 그런데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가 생긴다 — 솔버 유동성의 집중과 정산 지연이다. 이 구조를 분석한 2026년 논문은 여기서 유동성 고갈 공격(liquidity exhaustion attack)이라는 새로운 공격 부류를 정의한다.
저자들은 2025년 6월부터 11월까지 3개 주요 프로토콜, 9개 블록체인에 걸쳐 92억 4천만 달러 상당을 옮긴 350만 건의 크로스체인 인텐트를 재생 기반으로 분석했다. 관측 결과의 요지는 프로토콜의 안전성이 그 시점의 파라미터에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 솔버 수익성이 높은 쪽은 당시 파라미터에서 취약했고(210건의 역사적 공격 인스턴스에서 평균 순이익 286.14달러, 80.5%가 수익성 있음), 솔버 마진이 낮고 유동성이 매우 깊은 쪽은 시험한 모든 구성에서 견고했으며, 또 다른 쪽은 대체로 안전했으나 스트레스 조건에서는 취약해졌다. 비잔틴 공격을 가정하면 세 프로토콜 모두에서 가용성을 억제할 수 있었고, 대략 16분마다 최대 978달러의 솔버 손실이 발생했다 (arXiv:2602.17805).
이 결과를 "어느 프로토콜이 안전하다"로 읽으면 안 된다. 저자들이 관측한 것은 그 기간, 그 파라미터에서의 값이다. 구조로 옮기면 이렇다 — 속도를 위해 남의 자금을 먼저 내주게 만든 설계에서는, 그 자금을 말리는 것 자체가 공격이 된다.
같은 흐름을 다른 각도에서 본 연구는 인텐트가 크로스체인 거래 처리 속도를 크게 개선한다는 점을 실증한다 (arXiv:2503.13637). 편의와 새 표면은 같은 설계에서 함께 나온다.
층이 쌓이는 문제도 있다. 여러 브리지를 묶어 최적 경로를 골라 주는 브리지 애그리게이터를 체계화한 연구는 토큰 애그리게이터와 메시지 애그리게이터를 비교하며, 메시지 애그리게이터가 더 강력하지만 거래 비용과 지연에서는 덜 효율적이라고 보고한다. 그리고 토큰 애그리게이터에 대해서는 중앙화에 실질적 가치가 있다는 직관에 반하는 결론을 내놓는다 (DOI: 10.36227/techrxiv.170492248.87354060/v3, 프리프린트).
⑤ 연결이 늘면 통로도 늘어난다 — 다만 단순하지는 않다
20개 블록체인과 16개 주요 브리지 프로토콜의 2022~2025년 데이터를 다룬 대규모 측정 연구는 다중 체인 생태계를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가중 하이퍼그래프로 모형화하고, 두 개의 지표를 분리한다 — 배포된 브리지 인프라가 만들어 내는 구조적 상호운용성과 실제 사용으로 실현된 능동적 상호운용성이다.
관측된 궤적은 이렇다. 크로스체인 네트워크는 성긴 허브-스포크 구조에서 EVM 호환 체인들이 주도하는 조밀한 다중 허브 코어로 진화했다. 그런데 브리지 확장과 체인 성장은 고르지 않았다 — 어떤 체인은 구조적 접근성은 넓은데 실현된 사용은 제한적이었고, 어떤 체인은 소수의 경로에 활동이 몰렸다. 저자들의 결론은 연결성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통합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rXiv:2604.03083).
전염 속도 쪽에서는 더 뾰족한 관측이 있다. 여덟 개 네트워크의 온체인 데이터를 쓴 한 워킹페이퍼는 체인의 크기가 아니라 브리지 연결성이 전염 속도를 결정한다고 보고한다 — 브리지 연결 수를 두 배로 늘리면 2023년 3월의 한 스테이블코인 디페그 국면에서 스트레스가 도달하는 시간이 67% 짧아졌다는 것이다 (DOI: 10.2139/ssrn.6223420, 워킹페이퍼).
그런데 여기에 정직한 반례가 붙는다. 앞서 인용한 2026년 4월 사건의 워킹페이퍼는, 같은 브리지 인프라를 공유하는 아홉 개 동종 토큰에 그 충격이 번졌는지를 사전등록된 이중차분 설계로 검정했다. 결과는 귀무가설이었다 — 사고 토큰 자체에는 큰 개별 이탈이 나타났지만, 같은 인프라를 쓰는 동종 토큰들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등 효과가 없었다. 사전에 약속한 네 가지 강건성 검정도 모두 같은 결론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이 괴리 자체를 발견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운영자들은 예방적으로 자기 브리지를 멈췄는데, 시장은 그것을 인프라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실패로 가격에 반영했다 (DOI: 10.2139/ssrn.6699478, 워킹페이퍼).
한 사건에 대한 한 편의 워킹페이퍼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다리가 많으면 무조건 다 같이 무너진다"는 단순한 그림은 여기서 흔들린다.
논쟁·미해결
논점 1 — 신뢰 최소화 브리지는 실제로 배포 가능한가
브리지의 문제가 "검증자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믿지 않아도 되게 만들면 된다. 이것이 신뢰 최소화(trust-minimized) 브리지의 발상이다.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라이트클라이언트(light client) — 저쪽 체인의 전체 데이터를 받지 않고도 헤더만으로 "그 체인에서 이 일이 정말 일어났다"를 스스로 검증하는 축소판 검증기다. 다른 하나는 간결한 증명(succinct proof) — 저쪽 체인의 상태에 대한 주장을 짧은 암호학적 증명으로 압축해서, 이쪽 체인이 그 증명만 확인하게 하는 방식이다.
간결한 증명 쪽의 대표 연구는 문제 진단부터 분명하다. 기존 해법은 성능 문제를 겪거나, 위원회에 대한 신뢰 가정에 기대어 보안을 크게 낮춘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만든 브리지는 외부 신뢰 가정 없이 정확성을 보장하면서 온체인 검증 비용을 크게 줄인다. 프로토타입에서 증명 생성은 20초 미만, 온체인 증명 검증은 23만 gas 미만이었다 (arXiv:2210.00264).
라이트클라이언트 쪽에서는 비용의 폭발이 문제다. 체인이 N개면 서로가 서로의 라이트클라이언트를 들고 있어야 해서 필요한 온체인 라이트클라이언트 수가 N²에 비례한다. 한 릴레이 체인 설계는 이를 N에 비례하도록 줄이고, 서명 검증 부담을 오프체인 증명자에게 넘기는 영지식 기반 라이트클라이언트로 온체인 비용을 약 35%, 오프체인 비용을 25% 줄였다고 보고한다. 이 설계는 실제로 배포됐고, 2024년까지 6개 공개 체인과 50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며 6억 4천만 달러가 넘는 20만여 건의 크로스체인 거래를 중계했다 (arXiv:2411.00422).
더 오래된 계보도 있다. 비잔틴 장애 허용 체인에서 다른 체인으로 자산을 옮기는 브리지가 목적지 체인에 상당한 계산 오버헤드를 지워 스마트 컨트랙트 검증의 gas 비용을 높인다는 문제를 다룬 연구가 2021년에 이미 있었다 (arXiv:2101.06000).
그래서 답은 무엇인가. 정직하게 말하면 아직 열려 있다. 신뢰 최소화 설계는 존재하고 일부는 실제로 돌아가고 있지만, 비용·지연·범용성과의 교환은 사라지지 않았다. 상호운용 솔루션들을 특성화하는 방법론을 제안한 연구가 지적하듯, 각각은 안전한 암호 프로토콜들이 조합되면 안전하지 않아질 수 있고, 신뢰받는 수탁자를 쓰면 블록체인이 주는 이점 대부분이 깎여 나간다 (arXiv:2212.09227).
논점 2 — 원자적 스왑은 왜 다리를 대체하지 못했나
다리를 아예 안 놓는 길도 있다. 원자적 스왑(atomic swap)이다. 서로 다른 체인의 자산을 직접 교환하되, 전부 성사되거나 전부 무산되거나 둘 중 하나만 되게 만드는 것이다. 중개자가 없으니 검증자 집합도, 서명 키도 필요 없다.
이론적 토대는 튼튼하다. 원자적 크로스체인 스왑을 분산 조율 과제로 형식화한 고전적 연구는 세 가지 보장을 정의한다 — 모두가 프로토콜을 따르면 모든 교환이 성사되고, 일부가 이탈해도 따르는 쪽은 손해 보지 않으며, 어떤 연합도 이탈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해시 타임락 계약을 써서 이 프로토콜을 구성하고, 동시에 그것이 불가능한 조건도 증명한다 — 교환 관계를 나타내는 방향 그래프가 강연결이 아니거나 특정 정점 집합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그런 프로토콜은 존재하지 않는다 (arXiv:1801.09515). 후속 연구는 서명 정보만으로 공간·시간 복잡도를 개선했다 (arXiv:1905.09985).
문제는 원자성이 보장돼도 공정성은 별개라는 데 있다.
해시 타임락 기반 스왑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연구가 이 함정을 정확히 짚는다. 이 구조는 프리미엄 없는 아메리칸 콜옵션과 같다. 교환을 개시한 쪽은 기다리다가 조건이 불리해지면 그냥 만료시키면 되는데, 그동안 상대방의 자산은 계약에 묶여 있다. 손해는 상대방 몫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이 모형에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결론짓고, 양쪽이 원금과 함께 그리핑 프리미엄을 걸어 두는 방식을 제안한다 (arXiv:2211.15804; DOI: 10.36227/techrxiv.20355183.v1).
그리핑(griefing)이라는 개념은 별도로 형식화돼 있다.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 남을 해치는 행위를 말하고, 그리핑 팩터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공격자가 감수한 손해로 나눈 비율이다 (DOI: 10.3389/fbloc.2023.1137155). 원자적 스왑의 취약점은 자금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과 자본을 인질로 잡는 것이다.
스왑 쪽 연구가 확장을 시도한 방향도 이 제약을 뒷받침한다. 스크립트 기능이 없는 체인까지 포괄하려고 임계 서명 기반 스크립트리스 프로토콜이 나왔고 (arXiv:2007.14423), 거래의 연결 불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프라이버시 보존 프레임워크도 나왔다 (DOI: 10.18122/td/1656/boisestate). 원자적 스왑의 발전 궤적과 잠재력을 정리한 연구는 상호운용성과 확장성 부족이 여전히 채택의 걸림돌이라고 적는다 (DOI: 10.2139/ssrn.3312624, 워킹페이퍼).
원자적 스왑은 상대가 있어야 성립한다. 브리지는 상대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이 차이가 왜 다리가 계속 놓이는지를 설명한다.
같은 긴장이 원자성을 일반화하려는 최근 설계에서도 보인다. 크로스체인 원자적 트랜잭션을 제안한 2026년 연구는 비동기 통신과 비잔틴 행위자 아래서 원자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퀀서·트랜잭션 처리기·코디네이터·확인 계층으로 이루어진 공유 조율 계층을 도입한다. 불필요한 블로킹을 막으려고 실행을 수락 집합과 연기 집합으로 나누고, 활성을 위해 타임아웃과 의존 깊이 한계를 둔다. 실험 결과 크로스체인 거래가 전체 트래픽에서 적당한 비중일 때 성공률이 높았다 (arXiv:2607.05387). 원자성의 값은 조율 계층이고, 그 계층은 다시 무언가를 전제한다.
논점 3 — 탐지와 형식검증이 잡는 것, 못 잡는 것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적어도 알아채기라도 해야 한다. 이 방향의 연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늘었고, 성적도 좋다.
잡는다는 증거. 브리지 보안을 처음 체계적으로 연구한 도구는 세 부류의 새로운 보안 버그를 문서화하고, 그 패턴으로 네 개의 주요 브리지에서 알려진 공격을 전부 탐지했으며 그때까지 보고되지 않은 의심 공격도 찾아냈다 (arXiv:2208.07119). 크로스체인 비즈니스 로직 공격에 초점을 맞춘 후속 연구는 2021년 6월부터 2024년 9월까지의 사고 49건을 모아, 크로스체인 비즈니스 로직을 겨냥한 공격이 그렇지 않은 공격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보이고, 공격 트랜잭션 203건과 정상 크로스체인 거래 4만 건으로 평가해 기존 최고 도구보다 재현율을 36.32%포인트 높였다 (arXiv:2410.14493). 이종 그래프로 소스 체인·오프체인 조율·목적지 체인을 하나의 표현 안에서 모형화한 연구는 실제 공격 51건에서 평균 F1 92.58%를 얻어 기존 최고 성능을 24.39% 개선했다. 이 논문이 지적하는 기존 방법의 한계가 뼈아프다 — 대부분 단일 체인의 행동만 다뤄서 크로스체인 의미를 포착하지 못했다 (arXiv:2508.20517).
형식적 방법 쪽도 진전이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비즈니스 로직 명세를 형식 모델로 두고 실행이 그것을 위반하는지 감시하는 도구는 54건의 익스플로잇 평가에서 오탐 없이 탐지에 성공했다 (arXiv:2305.08254). 2026년의 한 연구는 대형 언어 모델과 모델 검사기를 결합한 루프를 만들어, 세 개의 크로스체인 브리지 대상에 대해 최대 2회 반복 안에 버그를 찾아냈다. 대상 중 하나는 1억 9천만 달러 규모 익스플로잇을 충실히 모형화한 것이었고, 시스템은 사람이 쓴 기준 명세에 없던 취약점 부류를 자율적으로 발견했다. 저자들의 주장은 결정론적 증명기 피드백이 언어 모델의 환각을 중화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arXiv:2604.12172).
그런데 못 잡는 것. 이 성적표들에는 공통의 전제가 있다.
오탐 없는 감시는 정밀한 명세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arXiv:2305.08254). 언어 모델과 모델 검사기의 루프도 결국 무엇을 위반이라 부를지를 누군가 적어 넣어야 굴러간다 (arXiv:2604.12172). 학습 기반 탐지기들은 알려진 공격 이벤트로 훈련되고 평가된다 (arXiv:2410.14493; arXiv:2508.20517). 회계 불변식은 강력하지만 가치 보존의 위반을 잡는 도구이지, 다리가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대신 정해 주지는 않는다 (arXiv:2410.01107).
그리고 검증 도구 자체의 사정권 문제도 남아 있다. 자산 인출 가능성 같은 유동성 속성은 기존 스마트 컨트랙트 검증 도구로는 제대로 표현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전용 도구를 만든 연구가 있고 (arXiv:2404.17864), 스마트 컨트랙트의 정확성은 실행 환경의 작동 의미론에 기반해야 한다며 검증된 컴파일러까지 포함하는 시스템을 제시한 연구도 있다 (arXiv:2405.08348). 상호운용 프로토콜을 확률적 시간 오토마타로 형식검증한 연구는 그 필요성을 이렇게 적는다 — 모든 잠재적 함정과 가능한 체인 간 상호작용을 수동으로 검사하고 테스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DOI: 10.3389/fbloc.2023.1248962).
한 논문이 브리지의 논리 규칙 검사에서 발견한 것을 다시 떠올려 보자. 브리지가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할 거래 37건, 그리고 잠긴 채 풀려나지 않은 780만 달러 (arXiv:2410.02029). 이것들은 어느 것도 "공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탐지기가 공격만 찾으면 이런 것들은 그대로 남는다.
논점 4 — 상호운용성의 값은 얼마인가
마지막 논점은 경제 쪽이다. 다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비용은 누가 내는가.
여기서 앞서 본 관측들이 다시 맞물린다. 신뢰 최소화는 증명 생성과 온체인 검증 비용을 낳고 (arXiv:2210.00264; arXiv:2411.00422), 원자성 보장은 조율 계층과 대기 시간을 낳으며 (arXiv:2607.05387), 다중 브리지는 단일 장애점을 줄이는 대신 조율과 보상 분배 문제를 낳고 (arXiv:2512.10667), 애그리게이터 층은 선택지를 늘리는 대신 비용과 지연을 얹는다 (DOI: 10.36227/techrxiv.170492248.87354060/v3, 프리프린트).
한 설계 연구는 기존 브리지 보안 모델의 근본 문제를 이진성으로 지목한다. 브리지는 완전히 정상이거나 파국적으로 침해되거나 둘 중 하나이고, 부분적 실패를 담아 둘 중간 상태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 중간을 만들려고 크로스체인 메시지 지연을 정량화 가능한 실행 위험으로 취급해 담보 할인율·슬리피지 한계·인출 한도를 동적으로 조정하는 설계를 제안하고, 18개월 이력 재생에서 최악의 브리지 유발 지급불능을 73% 줄이면서 스트레스 구간 거래량의 104.5%를 보존했다고 보고한다 (arXiv:2601.12434).
이 진단은 설계 제안과 별개로 곱씹을 만하다. 다리에는 "조금 고장 난 상태"가 없다. 서명 키 하나가 넘어가는 순간 그 다리가 지금까지 발행한 모든 대응이 의심스러워진다.
시야를 넓히면 질문은 더 커진다. 상호운용 프로토콜들의 설계·메커니즘·합의·한계를 비교한 연구는 재무적 사용과 상호운용성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지표와 통계 모형을 제안하는데, 그런 틀이 이제야 제안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분야의 나이를 말해 준다 (arXiv:2603.21797). 상호운용 솔루션의 설계 패턴을 정리한 연구도 비슷한 지적을 한다 — 다른 소프트웨어 분야와 달리 블록체인 상호운용성에는 아직 정립된 설계 패턴이 없었다 (DOI: 10.36227/techrxiv.171073616.69560624/v1, 프리프린트).
의의: 무엇이 무엇을 보장하는가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것의 목록은 명확하고, 생각보다 짧다. 이 체인의 이 블록에 이 트랜잭션이 들어 있다는 것. 이 서명이 이 키로 만들어졌다는 것. 이 상태 전이가 규칙을 따랐다는 것. 이것들은 누구의 말도 빌리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목록은 거기서 끝난다. 그리고 다리는 그 목록 밖에 있다.
다리 위에서 믿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길이가 확 늘어난다. 검증자 집합의 다수가 정직한가 — 그리고 애초에 그 집합이 몇 명인가 (DOI: 10.2139/ssrn.6699478, 워킹페이퍼). 그들의 서명 키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가 (DOI: 10.36227/techrxiv.24595764; arXiv:2608.07104 — 프리프린트). 이쪽에 잠긴 것과 저쪽에 발행된 것이 정말 대응하는가 (arXiv:2410.01107). 접근 제어가 이 애플리케이션의 요구에 맞게 빠짐없이 걸려 있는가 (arXiv:2406.15999). 두 체인이 같은 사건을 같은 의미로 읽고 있는가 (arXiv:2511.01393). 솔버가 내일도 유동성을 대 줄 것인가 (arXiv:2602.17805). 그리고 무엇보다 — 이 다리를 건너간 자산이 저쪽에서 정말 풀려날 것인가 (arXiv:2410.02029).
이 목록의 어느 항목도 체인의 합의가 대신 보증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안전하니까 그 위의 자산도 안전하다"는 문장은, 정확히는 이렇게 고쳐 써야 한다. 블록체인은 자기 안에서 일어난 일을 보장한다. 자기 밖으로 나가는 순간의 일은 보장하지 않는다. 한 SoK가 적은 대로, 브리지는 기저 블록체인과 대조적으로 종종 열등한 보안 보장을 제공한다 (arXiv:2403.00405).
이것은 크립토가 사기라는 이야기도, 그래도 미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보장의 경계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선은 체인의 가장자리에 그어져 있다.
경계선이 어디인지 알면 두 가지가 따라온다. 하나는 연구의 방향이다 — 종단간 회계를 다리 자신이 세게 만들 것인가 (arXiv:2410.01107), 증명으로 신뢰를 줄일 것인가 (arXiv:2210.00264), 대응을 명시적으로 기록되게 만들 것인가 (arXiv:2409.04937). 다른 하나는 읽는 법이다. "이 다리는 안전한가"가 아니라 "이 다리는 무엇을 전제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 그 전제는 대부분 공개된 설계 문서 안에 있고, 어떤 연구는 공개적으로 관측 가능한 설계 파라미터 일곱 개만으로 위험대를 구분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DOI: 10.21203/rs.3.rs-10534111/v1, 프리프린트).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믿어야 하는 것 사이에 선을 긋는 일 — 이것은 같은 시리즈의 스테이블코인 편이 남긴 교훈이기도 했다. 다만 그때 그 선은 코드 바깥에 있었다.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선은 체인의 가장자리에 있고, 다리를 놓을 때마다 우리는 그 선을 한 번씩 넘는다. 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 문제다.
근거 논문
- "Count of Monte Crypto: Accounting-based Defenses for Cross-Chain Bridges" (2024) — arXiv:2410.01107 — 2021~2023년 26억 달러 이상 도난, 1,000만 건 트랜잭션 실증. 모든 공격을 관통하는 단일 설계 결함으로 "종단간 가치 회계 부재"를 지목하고, 유입·유출 균형 불변식이 알려진 공격을 전부 식별함을 보임.
- "XChainWatcher: Monitoring and Identifying Attacks in Cross-Chain Bridges" (2024) — arXiv:2410.02029 — 2021년 5월 이후 32억 달러 손실. 논리 규칙 기반 이상 탐지로 6억 1,100만·1억 9,000만 달러 손실 트랜잭션 식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할 37건, 잠긴 채 풀려나지 않은 780만 달러, 3개 체인 81,000건 첫 공개 데이터셋.
- "Safeguarding Blockchain Ecosystem: Understanding and Detecting Attack Transactions on Cross-chain Bridges" (2024) — arXiv:2410.14493 — 2021년 이후 약 43억 달러 손실, 49건 사고(2021.6~2024.9). 크로스체인 비즈니스 로직 공격의 피해가 더 크며, 그래프 기반 탐지로 재현율 36.32%포인트 개선.
- "Hedge Funds on a Swamp: Analyzing Patterns, Vulnerabilities, and Defense Measures in Blockchain Bridges" (2025) — arXiv:2507.06156 — 월 240억 달러 브리지 거래량, Web3 최대 단일 금융 손실원. 13개 브리지 아키텍처 형식화, 23개 공격 벡터, 43개 시나리오, 3계층 위협 모델. 반복 결함은 접근 제어·검증자 신뢰 가정·검증 로직.
- "SoK: Security and Privacy of Blockchain Interoperability" (2023, 프리프린트) — DOI: 10.36227/techrxiv.24595764 — 531건에서 178건 검토, 56개 솔루션 분류, 45개 취약점·25개 이론적 공격·88개 완화책. 14건 해킹(29억 달러 이상) 매핑. 도난 자금의 65.8%가 암호 키 운용이 안전하지 않은 허가형 중개 네트워크 프로젝트에서 발생.
- "SoK: Cross-Chain Bridging Architectural Design Flaws and Mitigations" (2024) — arXiv:2403.00405 — 브리지 60개·익스플로잇 34건(2021~2023) 분석, 13개 아키텍처 구성요소를 8개 설계 결함에 연결. "브리지는 기저 블록체인과 대조적으로 종종 열등한 보안 보장을 제공한다."
- "SoK: Security of Cross-chain Bridges: Attack Surfaces, Defenses, and Open Problems" (2023) — arXiv:2312.12573 — 12개 잠재 공격 벡터 식별, 최근 2년 공격을 10개 유형으로 분류, 유형별 Solidity 코드 예시와 방어책.
- "SoK: A Review of Cross-Chain Bridge Hacks in 2023" (2025) — arXiv:2501.03423 — 2022·2023년 브리지 해킹과 악용된 취약점 분석. 기록된 최대 규모 사고는 약 6억 달러.
- "A Comprehensive Overview of Security Vulnerability Penetration Methods in Blockchain Cross-Chain Bridges" (2023) — (프리프린트) — 실제 사례에서 네 갈래 취약점 악용 기법 유형화, 신뢰 계층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