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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읽는 법 — 한 줄의 대답과 그 까닭

판결문은 청구라는 물음에 법원이 내놓는 대답입니다. 맨 위의 주문이 대답이고, 그 아래 이유가 까닭이며, 대법원 판결문에는 결론에 함께하지 않은 대법관의 의견까지 실립니다

🌱첫걸음✦AI 생성법학 · 2026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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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읽는 법 — 한 줄의 대답과 그 까닭

우편으로 온 몇 장의 종이

아래층 가게 천장에 얼룩이 번졌습니다. 위층 배관에서 샌 물이었고, 천장과 설비를 새로 들여야 했습니다. 가게 주인은 수리비와 가게 문을 닫은 동안의 손해를 합쳐 1억 원을 물어 달라며 위층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몇 달 뒤 법원에서 몇 장짜리 문서가 왔습니다.

첫 장 윗부분에는 「위층 집주인은 가게 주인에게 7,000만 원을 주라」는 뜻의 짧은 문장이 있습니다. 그 아래로 몇 장에 걸친 긴 글이 이어집니다. 1억 원을 달라고 했는데 7,000만 원입니다. 나머지 3,000만 원이 왜 빠졌는지는 아래의 긴 글 어딘가에 적혀 있습니다.

이 이웃 사이의 사건은 설명을 위해 이 글이 만든 것입니다. 판결문은 법원이 재판의 결론과 그 까닭을 적은 문서입니다. 법원에서 온 그 몇 장이 판결문입니다. 이 글은 한국 법원의 판결문을 놓고, 그 문서를 어떤 순서로 읽으면 되는지를 다룹니다. 한국 재판 절차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고, 어떤 사건에서 무엇을 하라는 안내는 아닙니다.

판결문은 물음과 대답으로 보면 쉽게 읽힙니다. 소송을 낸 사람은 법원에 물음을 하나 던졌습니다. 「1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판결문은 그 물음에 대한 법원의 대답입니다. 맨 위의 짧은 문장이 대답이고, 그 아래 긴 글이 그렇게 대답한 까닭입니다.

뒤에서는 실제 판결문도 한 편 위에서부터 읽습니다. 2009년 대법원이 연명치료 중단을 두고 내린 판결입니다. 대법관들이 서로 다른 대답을 한 문서에 나란히 적어 둔 판결이라, 판결문 한 편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를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판결문은 물음에 대한 대답이고, 대답은 맨 위에, 그 까닭은 그 아래에 있습니다.

맨 위 한 줄, 주문

판결문은 소송의 두 사람을 자리 이름으로 부릅니다. 원고는 법원에 재판을 청한 쪽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게 주인입니다. 피고는 그 재판에서 상대편이 된 쪽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위층 집주인입니다.

주문은 판결문 맨 앞에 오는, 재판의 결론을 적은 짧은 문장들입니다. 가상 판결문의 주문 첫 줄은 「피고는 원고에게 70,000,000원을 지급하라」입니다. 물음과 대답으로 보면 주문이 대답입니다. 「1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법원은 「7,000만 원까지는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 주문에는 뒤에서 볼 연명치료 판결처럼 재판 비용을 누가 낼지 적은 줄이 더 붙기도 합니다.

주문 둘째 줄은 나머지 3,000만 원에 대한 대답입니다. 기각은 법원이 청구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둘째 줄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1억 원 가운데 7,000만 원을 넘는 3,000만 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문은 원고가 무엇을 청구했는지와 나란히 놓고 읽을 때 뜻이 선명해집니다. 법도 판결서에 주문과 함께 「청구의 취지」, 곧 원고가 무엇을 청구했는지를 적게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

주문은 청구에 대한 대답이고, 청구와 나란히 놓으면 법원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가 보입니다.

그 아래의 긴 글, 이유

이유는 주문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적은 부분입니다. 가상 판결문이라면 이런 내용이 들어갑니다. 위층 배관에서 물이 새어 가게 천장과 설비가 망가졌다는 사실, 망가졌다는 설비 가운데 일부는 누수와 상관없이 이미 낡아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누수 때문에 생긴 손해는 7,000만 원까지로 본다는 판단입니다. 이 글이 만든 판결이라 어떤 조문을 적용했는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판결문에는 그 자리에 법원이 적용한 법이 들어갑니다.

법은 판결문을 판결서라고 부르고, 판결서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를 정해 두었습니다. 민사 판결서에는 당사자, 주문, 청구의 취지, 이유, 변론을 끝낸 날짜와 법원 등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과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읽는 사람이 「그래서 이 주문이구나」 하고 따라올 수 있을 만큼은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형사재판도 같은 틀입니다. 판결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로 해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38조), 재판에는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9조). 윗급 법원에 다시 다툴 수 없게 한 결정이나 명령은 그 예외입니다. 형을 선고할 때는 판결 이유에 범죄가 된 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을 밝혀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 법률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나, 형을 무겁게 하거나 줄이거나 면제하는 이유가 되는 사실을 주장했다면, 그에 대한 판단도 밝혀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이 애초에 무엇을 다투는지는 「민사와 형사는 무엇이 다른가 — 한 사건, 두 개의 법정」이 다룹니다.

이유를 이만큼 적게 하는 쓸모를 한 논문은 셋으로 정리합니다. 이유는 당사자가 판결에 불복할지를 정하는 기초 자료가 되고, 윗급 법원이 심리할 때의 기초 자료가 되며, 판결을 내리는 법관의 판단 과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도록 붙잡아 줍니다 (KCI ART002485746).

주문과 이유는 무게도 다릅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 곧 더 다툴 길이 끝나 판결이 굳어진 뒤에도 당사자와 뒤의 재판을 묶는 힘은 원칙적으로 주문에 담긴 판단에 생기고, 이유 속의 판단에는 생기지 않습니다 (DOI: 10.16960/jhlr.13.3.201210.383). 이 원칙에는 법이 정한 예외가 있고, 그 범위를 두고 학설과 판례의 논의도 이어집니다.

이유를 짧게 하거나 적지 않는 예외도 있습니다. 1심 판결 가운데 법이 정한 몇몇 경우에는 이유를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대법원이 더 심리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판결과, 금액이 작은 민사사건의 판결에는 법률에 따라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습니다 (DOI: 10.31779/plj.14.2.201305.012, KCI ART002301718).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쪽 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해 왔습니다 (DOI: 10.36532/kulri.2023.111.35). 이 제도들을 고쳐야 한다는 논문들도 있고 (KCI ART002485746), 그 가운데에는 재판청구권 침해를 근거로 드는 것도 있습니다 (DOI: 10.31779/plj.14.2.201305.012, KCI ART002301718).

이유는 주문이 왜 옳은지를 읽는 사람이 따라올 수 있게 보여 주는 글이고, 무엇을 담을지는 법이 정해 두었습니다.

실제 판결문의 첫 장

이제 실제 판결문을 엽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2009년 5월 21일에 선고된 판결입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에서 이 판결을 열면 본문보다 요약이 먼저 보입니다.

판결요지는 판결문 본문에서 핵심 판단을 추려 앞에 붙인 요약입니다. 이 판결은 판시사항·판결요지·참조조문 같은 칸이 먼저 나오고, 판결 본문은 그 아래 「판례내용」부터 시작합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판결요지는 편리하지만 본문 그 자체는 아닙니다. 본문에는 법원이 사실로 받아들인 환자의 평소 말이 그대로 옮겨져 있는데, 판결요지는 이것을 「환자의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한 구절로 줄입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요약에서 빠진 것은 본문에서 찾아야 합니다.

본문 첫머리에는 사건번호 2009다17417과 사건명 「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이 있습니다. 원고는 환자 본인이고, 공개된 판결문에는 이름 대신 「원고」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피고는 환자를 치료해 온 주치의가 속한 학교법인, 곧 병원 쪽입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원심은 지금 판결 바로 앞 단계에서 이 사건을 재판한 법원의 판결입니다. 당사자 다음 칸이 원심판결입니다. 이 사건의 원심은 2009년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고, 환자 쪽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뒤에서 볼, 결론에 함께하지 않은 대법관들의 의견 가운데 하나는 원심을 「원고의 연명치료 중단 청구를 인용한 것」으로 요약합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상고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일입니다. 당사자 칸에는 병원 쪽이 「피고, 상고인」으로 적혀 있습니다. 병원 쪽이 상고했다는 뜻입니다. 재판이 왜 세 단계로 이어지는지는 「삼심제와 대법원 — 재판이 오르내리는 세 계단」이 다룹니다.

그리고 주문입니다.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대법원 2009다17417) 앞에서 본 기각이 이번에는 청구가 아니라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병원 쪽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환자 쪽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판결이 그대로 섭니다. 상고에 든 비용은 진 쪽인 병원 쪽이 냅니다.

첫 장의 사건번호·당사자·원심·주문만 읽어도 누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다퉜고 어떻게 끝났는지가 보입니다.

이유는 올라온 물음에 하나씩 답한다

이 판결의 이유는 「상고이유를 판단한다」로 시작합니다. 그 아래 번호가 붙은 제목이 이어집니다. 첫째는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에 관한 상고이유, 둘째는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상고이유, 셋째는 진료중단을 구하는 환자의 의사가 추정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입니다. 넷째가 결론입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병원 쪽이 대법원에 던진 물음 셋에 차례로 대답하는 구조입니다.

첫째 대답은 기준입니다. 대법원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를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고 부릅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를 중단할지는 극히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먼저 적습니다. 그다음 그 단계에 이른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원심이 쓴 기준도 이와 같은 취지라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둘째와 셋째 대답은 이 환자에 관한 것입니다. 원심은 뇌 영상에서 뇌가 전반적으로 심하게 위축돼 있고, 자발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로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담당 주치의는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5% 미만이라고 했고, 진료기록 감정의는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원심은 환자가 가족의 임종을 지키며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 등을 모아 환자의 뜻을 추정했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대법원은 원심의 이 판단들이 방금 세운 기준에 따른 것이라 수긍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이 판결은 2009년의 판단입니다. 지금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줄여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조). 이 법은 담당의사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할 수 있는 경우를 법이 정한 경우로 한정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5조). 그래서 이 판결의 기준만으로 오늘의 규칙을 알 수는 없고, 이 글은 법원이 2009년에 무엇을 왜 판단했는지만 옮깁니다.

이유는 먼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이 사건의 사실을 대 봅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과 법원이 쓴 기준을 따로 찾으며 읽으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같은 판결문 안의 다른 대답

결론 바로 뒤에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어떻게 갈렸는지를 적은 문장이 있습니다. 판결유형 칸을 보면 이 판결을 누가 내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모여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판단하는 대법원의 재판부입니다. 법은 대법원의 심판권을 이 합의체가 행사하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고 정합니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이 판결의 판결유형 칸에는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적혀 있고, 판결문 끝에는 재판장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13명의 이름이 있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다수의견은 재판에 참여한 법관 가운데 더 많은 수가 함께한, 주문과 그 이유를 이루는 의견입니다. 반대의견은 판결의 결론에 찬성하지 않은 법관이 왜 자기 생각은 다른지 적어 남기는 의견입니다. 결론 뒤의 문장에 따르면, 대법관 두 명씩 이름을 올린 반대의견 두 개가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반대의견에 이름을 올린 대법관은 13명 가운데 4명입니다. 두 반대의견은 모두 청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봤지만, 갈라선 자리가 다릅니다.

한 반대의견은 기준의 큰 틀에는 다수의견과 뜻을 같이합니다. 그러면서 이 환자가 그 단계에 이르렀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환자를 계속 진료해 온 주치의가 회복가능성이 5% 미만으로라도 남아 있고, 기대여명이 적어도 4개월 이상이라고 본 점을 무겁게 봤습니다. 환자의 뜻도 실제로 가졌던 의사를 정황에서 읽어 내야 하고, 기회가 있었다면 그렇게 골랐으리라는 가정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다른 반대의견은 기준 자체에서 갈라섰습니다. 생명유지장치를 처음부터 거부할 수는 있어도, 이미 달린 장치를 떼는 방법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몇 시간이나 며칠 안에 사망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만 예외로 두었고, 이 환자는 그 경우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보충의견은 결론에 함께하면서 그 이유를 보태는 의견입니다. 이 판결의 보충의견은 뒤의 반대의견에 하나씩 답하고, 다수의견이 정당하다고 맺습니다. 별개의견은 결론에는 함께하면서 그 이유를 달리 밝히는 의견입니다. 이 판결의 별개의견은 이런 문제를 소송 말고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는 절차로 판단받을 수 있고, 다만 반드시 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헌법재판을 다룬 한 논문도 반대의견은 주문에 반대할 때, 보충의견은 결론에 동의하며 이유를 보탤 때, 별개의견은 결론에 동의하며 이유를 달리할 때 내는 의견으로 나눕니다 (DOI: 10.35215/jcj.2019.6.1.006).

이렇게 다른 대답이 실리는 것은 법이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해야 합니다 (법원조직법 제15조). 한편 같은 법은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법원조직법 제65조). 한 논문은 이 둘을 이렇게 읽습니다. 소수의견을 적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대법원 사건에 한해 명문 규정으로 예외를 둔 것이며, 그 규정은 해방 후 미군정기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DOI: 10.22825/juris.2021.1.56.020).

반대의견이 판결의 효력을 갖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정서에 주문과 이유를 적고,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2항, 제36조 제3항). 다만 헌법재판에서 소수의견에는 결정의 효력이 귀속되지 않고, 그 대신 다양한 해석을 국민에게 알리고 결정이 재판관들의 대화와 토론에서 나왔음을 보여 주는 일을 한다고 앞의 논문은 정리합니다 (DOI: 10.35215/jcj.2019.6.1.006).

반대의견은 판결의 결론을 바꾸지 않지만, 판결이 어느 자리에서 갈렸는지를 보여 줍니다.

판결문 한 장을 직접 열어 보면

이제 처음의 가상 판결문을 네 가지 물음을 들고 다시 열어 봅니다.

첫째 물음은 「원고는 무엇을 청구했나」입니다. 가게 주인은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판결문에서는 청구의 취지를 적은 칸에 있습니다.

둘째 물음은 「주문은 무엇인가」입니다. 7,000만 원을 지급하라,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첫째 답과 나란히 놓으면 3,000만 원의 차이가 보입니다. 이제 그 차이의 까닭을 이유에서 찾습니다.

셋째 물음은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무엇인가」입니다. 위층 배관에서 물이 샜고, 망가졌다는 설비 가운데 일부는 이미 낡아 있었습니다. 3,000만 원의 차이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넷째 물음은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했나」입니다. 이 가상 판결은 누수 때문에 생긴 손해만 위층 집주인이 물어 줘야 한다고 보고, 원래 낡아 있던 몫을 뺐습니다. 셋째 답의 사실에 넷째 답의 기준을 대면 주문의 7,000만 원이 나옵니다.

같은 네 물음은 연명치료 판결에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서는 첫째 물음이 「누가 무엇을 다시 구했나」로 바뀝니다. 병원 쪽이 원심판결을 다투며 상고했고, 주문 「상고 기각」은 그 상고에 대한 대답입니다. 원고의 청구는 대법원 판결문 본문에 문구가 따로 옮겨져 있지 않지만, 사건명과 이유 속 문장으로 보면 이미 달린 인공호흡기를 떼어 달라는 것이 중심으로 읽힙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원심이 인정한 환자의 상태와 평소의 말이고, 적용한 기준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와 환자의 뜻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대법원 2009다17417).

네 물음은 반대의견을 읽을 때도 쓸모가 있습니다. 두 반대의견 모두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다투지는 않았습니다. 앞의 반대의견은 같은 사실 가운데 주치의의 소견에 더 무게를 두었고, 환자의 뜻을 추정하는 방법도 달리 봤습니다. 그래서 이 환자가 기준에 맞는다는 판단, 곧 넷째 물음의 「어떻게」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뒤의 반대의견은 넷째 물음의 기준 자체에서 갈라섰습니다.

판결문은 무엇을 청구했나, 주문은, 인정한 사실은,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했나의 네 물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읽기 쉬운 판결문, 볼 수 있는 판결문

판결문 문장은 깁니다. 판결서 문장은 평균 47어절로, 일상 글 말뭉치 문장의 평균 11어절보다 4배 길다는 2014년 계량 분석이 있습니다 (KCI ART001861289). 대법원 판례의 이유 부분은 「-고」, 「-며」 같은 어미로 이어진 아주 긴 문장과 높은 한자어 비율이 특징이고, 이는 일제강점기 고등법원 판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DOI: 10.16959/jeachy..98.202408.77).

고치자는 제안도 쌓여 있습니다. 문장을 짧게 하고, 두괄식으로 쓰고, 각 절에 제목을 붙이자는 제안이 있습니다 (DOI: 10.22825/juris.2018.1.44.003). 사건 개요와 상고이유를 알려 주는 방식, 결론을 앞에 두는 구성을 쓰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DOI: 10.22825/juris.2018.1.44.002). 연명치료 판결도 번호 붙은 제목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판결문을 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는 중입니다.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고 편 노력 가운데 하나가 판결문 공개의 확대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KCI ART002829303). 다만 공개는 개인정보 보호와 부딪칩니다. 공개율이 낮고 이름을 가리는 작업을 손으로 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이 작업을 자동화하자는 제안이 나와 있습니다 (DOI: 10.34122/jip.2025.20.2.93). 연명치료 판결에서도 환자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원고」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판결문은 여전히 일상 문장보다 훨씬 길고, 누구나 볼 수 있는 범위는 개인정보 보호와 맞물려 조정되는 중입니다.

어디를 더 볼까

전원합의체 판결이 논쟁을 끝내기도 하지만 새로운 논쟁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KCI ART002757253). 판결문 한 편을 다 읽은 뒤에도, 그 판결의 기준이 뒤따르는 판결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열린 질문으로 남습니다.

「재판 첫걸음」의 다른 글들이 이 글의 앞자리를 채웁니다. 원고와 피고가 다투는 민사재판과 죄를 따지는 형사재판의 차이는 「민사와 형사는 무엇이 다른가 — 한 사건, 두 개의 법정」이, 원심과 상고가 이어지는 세 단계는 「삼심제와 대법원 — 재판이 오르내리는 세 계단」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증명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무죄추정 — 검사가 넘어야 하는 문턱」이 다룹니다.

결정문 하나를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별개의견까지 함께 읽어 본 글로는 「법정의 잣대」 시리즈의 「전통이라는 말은 헌법 앞에서 어디까지 통하는가 — 2005년 호주제 결정이 실제로 다툰 것」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익힌 네 물음을, 첫째 물음만 「누가 무엇을 물었나」로 바꿔 그 결정문에 대 볼 수 있습니다.

근거 논문

  • 민사소송법 제208조(판결서의 기재사항 등) — 현행(시행 2026.10.2) — 판결서에 당사자·주문·청구의 취지·이유·변론종결일·법원을 적고 법관이 서명날인한다.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함을 인정할 정도로 판단을 표시한다. 일부 1심 판결은 간략 표시 가능.
  • 형사소송법 제38조(재판서의 방식) — 현행(시행 2026.10.2) —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한다.
  • 형사소송법 제39조(재판의 이유) — 현행(시행 2026.10.2) — 재판에는 이유를 명시한다. 상소를 불허하는 결정·명령은 예외.
  • 형사소송법 제323조(유죄판결에 명시될 이유) — 현행(시행 2026.10.2) — 형 선고 시 범죄될 사실·증거의 요지·법령의 적용을 명시하고, 범죄 성립 조각·형 가중감면 사유의 진술이 있으면 판단을 명시한다.
  • 법원조직법 제15조(대법관의 의사표시) — 현행(시행 2026.10.2) — 대법원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한다.
  • 법원조직법 제65조(합의의 비공개) — 현행(시행 2026.10.2) —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 법원조직법 제7조(심판권의 행사) — 현행(시행 2026.10.2) —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 부에서 재판할 수 있는 경우와 그 예외를 함께 정한다.
  •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 현행(시행 2025.10.2) —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5조(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의 대상) — 현행(시행 2025.10.2) — 담당의사는 법이 정한 경우에만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할 수 있다.
  • 헌법재판소법 제36조(종국결정) — 현행(시행 2026.3.12) — 결정서에 사건번호·당사자·주문·이유·결정일을 적고, 관여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한다.
  • 대법원 2009다17417 「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 (2009.5.21, 전원합의체) — 원전(판결문 전문) — 상고 기각.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연명치료 중단 허용 기준, 대법관 안대희·양창수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이홍훈·김능환의 반대의견, 김지형·차한성의 보충의견, 김지형·박일환의 별개의견.
  •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에 관한 비판적 고찰 - 판결주문과 이유의 판단과 관련하여 -" (2012) — DOI: 10.16960/jhlr.13.3.201210.383 — 기판력은 판결주문에만 생기고 이유에는 생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상계 항변은 예외다.
  • "판결서 이유 기재 생략에 관한 소고" (2019) — KCI ART002485746 — 판결 이유는 상소 여부 판단·상급심 심리의 기초 자료이고 판단 과정의 객관성·공정성을 보장한다. 소액사건과 심리불속행 사건의 이유 생략 규정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
  •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서 이유 기재 생략 제도의 위헌성 검토" (2013) — DOI: 10.31779/plj.14.2.201305.012 —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판결은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 헌재는 합헌을 인정해 왔으나 저자는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 본다.
  • "심리불속행 판결의 이유 기재 생략 제도 개선 필요성에 관한 헌법적 쟁점 및 개선안 소고" (2023) — DOI: 10.36532/kulri.2023.111.35 — 헌재는 이유기재 생략 제도에 합헌 의견을 견지해 왔다. 저자는 반대의견의 논거를 따라 정당성을 문제 삼고 개정안을 제언한다.
  • "민사소액사건에 있어서 판결서 이유기재 생략에 관한 소고" (2017) — KCI ART002301718 — 소액사건 판결서는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데, 이는 재판청구권 침해 소지가 있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
  • "헌법재판에서 소수의견제도" (2019) — DOI: 10.35215/jcj.2019.6.1.006 — 소수의견은 반대·보충·별개의견으로 나뉘고, 결정의 효력은 귀속되지 않으며, 다양한 해석을 알리고 결정이 대화와 토론의 결과임을 보여 주는 등의 기능을 한다.
  • "소수의견에 관한 비교법적 검토 - 하급심에서의 소수의견 기재를 중심으로" (2021) — DOI: 10.22825/juris.2021.1.56.020 — 법원조직법의 대법관 의견 표시 규정은 미군정기 미국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고, 합의 비공개 원칙상 소수의견 기재는 대법원에 한한 명문 예외라는 해석. 민사 항소심 한정 허용을 제안.
  • "판결서 텍스트의 문장 확대 양상에 대한 연구 —판결서 간이화의 관점에서—" (2014) — KCI ART001861289 — 판결서 문장은 평균 47어절로 일상 언어(11어절)의 4배이며, 명사 연쇄·관형절 수식을 선호한다(말뭉치 계량 분석).
  • "판결문 문체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연구-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2024) — DOI: 10.16959/jeachy..98.202408.77 — 대법원 판례 이유는 긴 연결 문장과 높은 한자어 비율이 특징이며 일제강점기 고등법원 판례의 영향을 받았다. 개선은 앞으로의 과제.
  • "국어학적 관점에서 본 대법원 판결서의 문체 개선 방향" (2018) — DOI: 10.22825/juris.2018.1.44.003 — 문장을 짧게, 번호 항목화, 두괄식, 절 제목, 사건 개요의 시각적 장치를 제안.
  • "대법원 판결서 개선의 당위성과 방향성" (2018) — DOI: 10.22825/juris.2018.1.44.002 — 판결서는 소통 수단. 표현 개선과 함께 사건 개요·상고이유를 제공하는 두괄식 구성을 제안.
  • "판결문 공개제도와 사법부의 책무성" (2022) — KCI ART002829303 — 민주화 이후 재판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판결문 공개 확대가 진행됐다.
  •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판결문 공개 제도 개선: 개인정보 보호와 알 권리 균형을 위한 법적·기술적 접근" (2025) — DOI: 10.34122/jip.2025.20.2.93 — 현행 공개 제도는 낮은 공개율과 수동 비식별 처리의 비효율이 문제이며, 파인튜닝한 소형 언어모델로 비식별화를 자동화하는 방안을 제시(실험 연구).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다수의견·소수의견 사이의 경계확정 과정" (2021) — KCI ART002757253 — 다수의견은 타협과 양보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전원합의체 판결은 논쟁을 끝내기도 하지만 새 논쟁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 재판 첫걸음 — 법정 뉴스를 처음 읽는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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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민사와 형사는 무엇이 다른가 — 한 사건, 두 개의 법정
  2. 2.삼심제와 대법원 — 재판이 오르내리는 세 계단
  3. 3.무죄추정 — 검사가 넘어야 하는 문턱
  4. 4.판결문 읽는 법 — 한 줄의 대답과 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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